독일 비평사/지성사와 관련한 묵직한 책 두 권을 같이 묶는다. 프랑스의 철학자 필립 라쿠-라바르트와 장 뤽 낭시가 공저한 <문학적 절대>(그린비, 2015)와 <생각의 역사>의 저자인 지성사가 피터 왓슨의 <저먼 지니어스>(글항아리, 2015)다.

 

 

<문학적 절대>는 '독일 낭만주의 문학 이론'이 부제. 700쪽 가까운 이 두툼한 책에서 두 저자는 "1800년대를 전후로 출간되었던 낭만주의 시기 텍스트를 선별하여 싣고, 낭만주의가 가진 현대성을 다양한 맥락에서 드러낸다."

특히 이 책은 국내 최초로 낭만주의의 중요한 저자 중 한 사람인 프리드리히 슐레겔의 「비판적 단상」과 <아테네움 단상>, 그리고 ‘도로테아에게 보내는 편지’로 잘 알려진 「철학에 대하여」와 같은 많은 문헌들을 소개하고 있다. 또한 아우구스트 슐레겔의 <문학과 예술에 대한 강의>, 셸링과 노발리스의 텍스트들까지 모두 한국어로 번역하여, 이제까지 2차 문헌으로만 접할 수 있었던 낭만주의 시기의 대표적인 텍스트들의 다수를 이 책에서 만날 수 있다.

곧 이론서나 문학사에서 이름을 접할 수 있었던 텍스트들의 실체와 만나게 해준다는 것(특히 슐레겔).

 

 

'독일 낭만주의'라고 하면 너무 전문적일 것 같다는 느낌을 주는 게 작금의 독서 현실이지만 벤야민의 <독일 낭만주의의 예술비평 개념>(도서출판b, 2013) 같은 책에 관심을 가질 만한 독자라면 '축복'으로 여겨도 좋을 만한 책이다(라쿠-라바르트와 낭시의 공저로는 <문자라는 증서>도 번역돼 있다).

 

 

번역본으로는 무려 1400쪽이 넘는 분량의 <저먼 지니어스>는 좀더 폭넓은 시대를 다룬다. 18세기부터 20세기 중반까지 3세기 동안의 독일 지성사가 범위다. 제목대로 '천재들의 나라' 독일을 제대로 들여다보게 해주는 책. 

바로크 시대를 상징하는 바흐에서 현재까지 지난 250년 동안 독일 천재들의 활동, 또는 지식의 역사를 추적하는 것이 이 책 <저먼 지니어스>의 내용이다. 이 ‘독일 천재’들을 보면 가난한 변방에 불과하던 독일이 1933년 히틀러가 등장하기 전까지 3세기 동안 지적·문화적으로 다른 유럽 국가와 미국보다 더 창조적이고 뛰어난 나라로 변모했음을 알 수 있다. 그 어떤 나라보다도 많은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해낸 나라, 내면의 풍요를 이상으로 삼았던 교양국가, 교육받은 중간계층을 최초로 형성한 나라, 대학과 연구소의 나라가 바로 독일이었다. 18세기 중반부터 20세기까지 독일은 그야말로 ‘유럽의 세 번째 르네상스와 두 번째 과학혁명’이 일어난 나라였다. 저자 피터 왓슨은 히틀러 이전의 그 찬란했던 독일의 창조적인 업적이 어디서 왔으며 어떻게 가능했는가, 히틀러의 등장 이후 그것은 어떤 과정을 거쳐 무너졌으며 어떻게 회복되었는가를 방대한 문헌을 동원해 파헤치고 있다.

뉴요커의 서평이 압축적이다. '<저먼 지니어스>는 왓슨이 독일 지성사의 별들에게 쓴 850여 쪽에 달하는 연애편지다.” 이 가을에 읽을 수 있는 가장 긴 연애편지겠다...

 

15. 10.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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