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의 저자'를 고른다. 작가들은 기회를 보아 따로 다루기로 하고 동서양 인문학자 3인을 골랐다. 먼저 <프로이트>(교양인, 2011), <부르주아전>(서해문집, 2005) 등의 저자 피터 게이의 또 다른 대표작 <모더니즘>(민음사, 2015)이 번역돼 나왔다. 문학사나 문화사 강의 때 자주 들먹이게 되는 용어가 '모더니즘'인데, 이 개념에 대한 상세한 검토와 문화사적 기술로 읽을 수 있는 책.

 

모더니즘은 대략 1840년대 초부터 1960년대 초까지, 보들레르와 플로베르에서 베케트와 그 이후 팝아트를 비롯해 위험한 작품들까지를 아우르는 시대이다. 물질주의에 대한 반항과 속물 부르주아들의 가식에 대한 혐오에서 시작되어 성의 해방, 솔직함, 자신만의 감정을 소중하게 여기는 정신과 연결된다. 따라서 모더니즘의 첫 번째 특징은 전통과 권위에 도전하고 뒤집기, 두 번째 특징은 나 자신만의 주관성으로 독창성을 이루는 것이다. 모더니즘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독창성과 시대성이다. 피터 게이는 모더니즘을 '주관성의 극대화'로 정의한다.

안 그래도 에곤 프리델의 <근대문화사>(한국문화사, 2015)가 (무모한) 독서욕을 자극하는 판에 불에 기름을 붓는 듯한 책이 나온 것. 고통 속의 쾌락을 뜻하는 '주이상스' 같은 말은 이런 경우에도 해당한다.

 

 

한동안 뜸하던 중국사상사가 리쩌허우의 책들도 연거푸 출간되고 있다. 이번에 나온 건 <중국철학은 어떻게 등장할 것인가?>(글항아리, 2015). <중국철학이 등장할 때가 되었는가?>(글항아리, 2013)와 짝이 될 만한데, 둘다 작가이자 평론가 루쉬위안과 나눈 대담을 책으로 엮은 것이다. 류짜이푸와의 대화록 <고별혁명>(북로드, 2003)으로 처음 관심을 가졌던 저자인데, 노년의 생각은 어떤지 궁금하다.

 

 

그리고 좀 놀라운 소식으로 일본 비평계의 거목 하스미 시게히코의 영화비평선이 출간됐다. <영화의 맨살>(이모션북스, 2015). 아무래도 소개가 필요할 거 같아서 좀 길지만, 소개글을 그대로 옮긴다.

하스미 시게히코가 영화비평가로 데뷔한 1969년부터 최근까지의 글에서 대표적인 것들을 선별하여 번역한 것으로 일종의 ‘비평선집’이다. 영화 비평가로서 활동한 40년이 넘는 기간 동안 발표한 글들에서 정선한 것을 모은 것인 만큼 그의 비평의 특징과 지향점을 한 눈에 볼 수가 있다. 하스미 시게히코는 세계영화계 전체를 뒤져도 그 유례를 찾기 힘든 비평가이다. 구로사와 기요시와 아오야마 신지를 포함해 오늘의 일본 영화계를 이끄는 쟁쟁한 중견들을 감독의 길로 이끌고, 수많은 저술을 통해 영화관객들에겐 둘도 없는 지침을 제공한 인물이 바로 하스미 시게히코다. 더욱 흥미로운 점은 그가 프랑스에서 플로베르로 불문학 박사학위를 받았고 들뢰즈와 푸코를 일찌감치 일본에 소개한 선구적 학자이며, 동경대 총장으로 재직하기도 했던 거물 지식인이라는 점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놀라운 것은 그의 평론이 그의 화려한 지적 배경과는 달리 철저히 영화광적이며, 기존의 평론이 이르지 못한 독특한 경지를 개척했다는 점일 것이다.

일본 영화의 높이에 상응하는 비평의 깊이를 보여줄 것으로 기대된다. 지레 짐작에 올해 나온/나올 가장 중요한 영화비평서가 아닐까 싶다...

 

15. 08.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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