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이 바뀌어 7월이 된 건 오후 늦게야 알았다. 성적 처리가 끝나고 나서야 방학이란 걸 느끼게 되었지만, 며칠 또 정신없이 지내다 보니 날짜는 물론 달이 바뀌는 것도 잊고 있었다. 7월에 해야 할 일들을 잠시 생각해보다가 일단 이달 '다솜이 친구'(175호)에 실은 글을 옮겨놓는다. <유엔미래보고서 2045>(교보문고, 2015)와 <제3의 물결>(범우사, 1992)에 대한 비교를 청탁받고 쓴 것이다.

 

 

다솜이 친구(15년 7월호) 미래를 보는 과거와 현재의 눈

 

‘당장 내일 일어날 일도 모르는 게 인간’이라고 하지만, 바로 그렇기 때문에 자신의 운명 혹은 미래에 대한 관심은 고질적이다. 미래를 비춰주는 거울이 있다면 들여다보고픈 마음을 억제하기 어려울 것이다. 비록 그것이 불확실한 추측에 불과하다 할지라도 말이다. 우리가 미래학자들의 ‘예언’에 종종 귀를 기울이게 되는 것도 같은 이치에서다. 과연 한 세대 뒤 세상은 어떻게 달라질 것이며, 우리는 어떤 모습이 되어 있을까? 잠시 시간여행을 떠나보기로 하자.


길잡이로 삼을 만한 책은 ‘밀레니엄 프로젝트’라는 글로벌 싱크탱크의 보고서 <유엔미래보고서 2045>(교보문고)다. ‘유엔미래보고서’란 유엔에서 발표한 보고서가 아니라 유엔에 보고된 보고서란 의미다. 전 세계 전문가들의 미래예측을 종합한 이 보고서에서 핵심변수는 과학기술의 비약적인 발달이다. 기술은 우리 삶을 과연 어떻게, 어디까지 변화시킬까. 몇 가지 사례를 따라가 본다.


미래의 의식주를 결정할 가장 보편적인 기술 가운데 하나는 3D프린터이다. 미래에 가정에는 보급형 3D 프린터가 보급돼 설계도를 인터넷에서 다운받는 것만으로도 옷과 신발은 물론 가방과 각종 장식품, 주방용품 등을 프린트할 수 있게 된다. 심지어 주방의 3D 음식프린터에는 세계 각국 요리사들이 제공한 무료 레시피가 저장되어 있어서 매일 아침 기분에 따라 음식을 골라 먹을 수 있다. 물론 요식업자들에게는 달가운 소식이 아니겠다. 3D 프린터의 보급으로 인하여 사교적인 모임에 이용하는 고급식당만 제외하면 끼니를 때우기 위한 식당은 대부분 자취를 감출 것이라는 전망이기 때문이다.


노동 여건도 파격적으로 달라진다. 인간이 할 수 있는 많은 종류의 일이 인공지능에 의해 대체됨으로써 대부분의 일은 인공지능과 협업체제로 이루어질 것이다. 그 결과 정규직은 줄어들고 대부분의 일자리는 프로젝트별로 단기간 고용되는 방식이 된다. 거리에는 무인자동차가 달리고, 소매점이나 마트에서는 도우미 로봇이 고객을 안내한다. 가사 일은 가정용 도우미 로봇이 전담하며, 병원에서는 간호사 로봇이 환자를 돌본다. 더 편리해질는지 모르지만 일자리의 감소와 고용 위기는 사회 불안으로 직결될 수밖에 없다. 이에 따라 보고서는 대형 인프라 프로젝트를 창출하는 것이 국가나 세계기구의 중요한 과제가 될 것이라고 예측한다.


하지만 이러한 불안 요인에도 불구하고 미래에 삶의 질이 향상되고 민주주의는 확산될 것이고 빈부격차는 감소할 것이라는 낙관적 전망을 내놓는다. 수명 연장으로 일해야 하는 기간이 늘어나고 일자리를 찾기 위해 전 세계를 옮겨 다녀야 하기에 결혼은 낡은 제도가 될 것이며 인간관계도 더 가벼워질 것이라는 예측과 이러한 낙관론이 어떻게 양립할 수 있을지는 두고 보아야 할 듯싶다. 


‘미래보고서’를 손에 든 김에 원조 미래학자 앨빈 토플러의 <제3의 물결>(범우사)과도 재회해보는 것은 어떨까. 1980년에 내놓은 전망이니 어느덧 우리는 토플러가 예견한 미래의 시간 속에 깊숙이 들어와 있기도 하다. 잘 알려진 대로 토플러는 농업혁명을 제1의 물결로, 그리고 산업혁명과 그것이 가져온 변화를 제2의 물결로 지칭하면서, 바야흐로 우리가 지식정보화 문명의 도래라는 제3의 물결과 마주하고 있다는 점을 역설했다. 제3의 물결은 생활의 외양만을 변화시키는 것이 아니라 생활양식 자체를 갱신한다. 이제는 우리의 일상에서 떼놓을 수 없게 된 인터넷과 스마트폰이 지식정보사회의 필수적 이기(利器)라는 점을 고려하면, 토플러의 예언은 한창 진행중이라고 말해도 무방하겠다. 


유의할 것은 제2의 물결이 제3의 물결로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건 아니라는 점이다. ‘물결’들은 서로 간섭하면서 충돌한다. 토플러는 우리에게 닥칠 대투쟁을 “산업주의 사회를 지키려는 자와 그것을 극복하고 나가려는 자와의 투쟁”이라고 묘사하면서 제2의 물결과 제3의 물결이 갖는 갈등관계를 강조한 바 있다. 그것은 제1의 물결에서 제2의 물결로 넘어갈 때 전쟁과 반란, 기아와 강제 이주 같은 참사가 속출했던 것처럼 일종의 쟁탈전이 될 수 있다고 그는 경고한다. 최소한 토플러의 미래 전망이 낙관론으로만 채워지지는 않았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겠다.

 

15. 07. 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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