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소설을 주로 강의하다 보니 동시대 소설에 대해선 둔감한 편인데, 그래도 화제작이나 화제의 작가들에 대해서는 이미지라도 그려두는 것이 서평가의 자세라고 생각한다. 혼자 그런 생각을 하면서, 이주의 '미션'처럼 새로운 두 작가와 안면을 트기로 한다. 톰 롭 스미스와 도나 타트가 그 두 작가다.

 

 

먼저 1979년생 영국 작가 톰 롭 스미스. 2008년 29세에 발표한 데뷔작 <차일드 44>로 맨 부커상 후보에 올랐고 이언 플레밍상을 수상했다. 구소련에서 실제로 있었던 52명 연쇄살인 사건을 소재로 한 소설. 그래서 스릴러 혹은 범죄소설로 분류된다. 올해 영화로 만들어졌는데(현재 개봉중이다), 때맞춰 후속작 <시크릿 스피치>와 <에이전트6>까지 포함해 '차일드 44 시리즈' 3부작이 완결판으로 나왔다.

 

 

영화가 소설보다 못하다는 평이지만 아무려나 소련을 배경으로 한 작품이라 영화나 소설 모두 흥미를 끈다. 분량상 소설보다는 영화를 먼저 보게 될 듯하지만.

 

 

그리고 1963년생 미국 작가 도나 타트. 톰 롭 스미스와 마찬가지로 데뷔작부터 '천재 작가'의 출현으로 화제를 모았다고 한다. 역시나 19세에 발표한 <비밀의 계절>(1992)이고 국내에서는 작고한 이윤기 선생의 번역으로 <비밀의 계절>(문학동네, 2007)이라고 나왔다가 지금은 절판된 상태다(뒤늦은 발견이지만 다시 나오면 좋겠다 싶다).

 

 

이어서 10년만에 펴낸 작품이 <작은 친구>(2002)이고(번역본이 근간 예정이다), 이번에 나온 건 다시 11년만에 펴낸 세번째 소설로 지난해 퓰리처상을 수상한 <황금방울새>(은행나무, 2015)다. 원서는 퓰리처상 수상 기념 보급판이 나와 있는데, 970쪽이 넘는 대작이다(번역본을 두 권 합계 1,050쪽에 이른다). 그럼에도 높은 완독율을 자랑한다니까 한번 손에 들면 놓지 못한다는 의미(그게 문제점일 수도 있겠다). 어떤 소설인가.

유려한 수사와 강박적일 정도로 세밀한 설정으로 천재 작가라고 수식되는 도나 타트가 11년 만에 신작을 선보인다. 카렐 파브리티우스의 실제 그림을 소재로 한 이 책은 미술관 폭탄 테러에서 엄마를 잃고 홀로 살아남은 소년이 우연히 명화를 손에 넣게 되면서 시작한다. 상실과 집착, 운명이라는 까다로운 주제를 적나라한 대도시의 현실과 예술 암시장 등 흥미진진한 리얼리티로 돌파해나가는 작가의 저력이 느껴지는 소설이다.

스티븐 킹의 추천사는 이렇다.

읽는 내내 투수가 한 점도 내주지 않고 끝까지 이끌어가는 경기를 보는 것처럼 놀라고 흥분했다. 실수가 나길 기대하고 있다면, 이 책에서는 헛수고다. 도나 타트는 ‘중독적이며 삶의 버거운 슬픔으로부터 우리를 구원하는 예술’이라는 주제를 과감히 돌파하면서 문학작품으로서 큰 성공을 거뒀다.

 

작가의 사진을 보니 어떤 소설일지 짐작이 간다. 더불어 이제까지 단 세 편의 소설만을 발표한 과작의 작가라는 점도 이해가 된다. <비밀의 계절>과 <작은 친구>까지 한데 모아놓을 수 있으면 좋겠다...

 

15. 06.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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