헝가리 최고 작가라는 나더쉬 피테르의 작품집이 출간됐다. <미노타우로스>(아르테, 2015). <세렐렘>(아르테, 2014)에 이어서 두번째로 소개되는 책이다.

 

 

<세렐렘>('사랑'이란 뜻)을 소개할 때 언급한 듯싶은데, 나더쉬 피테르는 로베르트 무질이나 마르셀 프루스트, 토마스 만 등에 비견되는 작가로 수전 손택이 “우리 시대 최고의 작가”라고 격찬하기도 했다. 게다가 "프란츠 카프카 상을 비롯해 뷔히너 문학상, 산도르 마라이 상 등 유럽의 주요 문학상을 석권했다. 2006년 독일의 베를린예술아카데미 회원으로 선출되었으며, 매해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끊임없이 거론되고 있다."

 

이만한 작가라면 언제든 환영할 만한데, 문제는 <세렐렘>이나 <미노타우로스>만으로는 아직 성에 차지 않는다는 점이다. 작가 소개에서도 알 수 있지만 그의 대표작은 따로 있기 때문이다.

1986년 12년에 걸쳐 쓴 대하소설 <기억의 책>을 발표하며 뛰어난 걸작이라는 격찬을 받았다. 2005년에 완성한 대하 3부작 <평행 이야기>는 18년에 걸친 필생의 작업으로, 그의 문학적 위상을 전 세계에 알리는 계기가 되었다.

 

영어본을 기준으로 <기억의 책>이 720쪽, <평행 이야기>가 1,133쪽에 이르니까 쉽게 나올 성싶지 않은 책들이긴 하지만, 최고의 작가라면 최고의 작품으로 평가받아야 하지 않을까. 언제 한국어판으로도 읽어볼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영어판이라도 미리 구해놓고, 그의 작품들이 소개될 때마다 이렇게 '홍보'도 하면서 분위기를 좀 띄워봐야겠다. <한 가족 이야기의 결말>이나 <불과 지식> 같은 책들도 더 소개된다면 좋겠고. 이번에 나온 <미노타우로스>는 어떤 작품집인가.

나더쉬 피테르의 <미노타우로스>는 1962년부터 1975년까지 집필했던 중편과 단편 열다섯 편을 묶은 소설집으로, 그가 이전에 출판했던 소설집 세 권에 수록된 대부분 작품들이 담겨 있다. 각각의 작품들은 나더쉬 피테르가 가진 문제의식과 새로운 글쓰기 방식의 시험장이 되었으며, 이 초기 작품들에서 다룬 주제와 이미지 및 중심 사상은 후기 작품들에도 꾸준히 등장한다. 그야말로 그의 작품 세계가 14년에 걸쳐 어떻게 성장하고 진화되어왔는가를 고스란히 보여주는 매우 소중한 작품집인 것이다. 

 

얼추 <특성 없는 남자>의 완역을 기다리면서 무질의 중단편을 읽는 것과 비슷하겠다. 하긴 새 번역본으론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도 아직 완역되지 않았고, 톨스토이의 <전쟁과 평화>도 근간이다. 이런 대작들이 다시 나올 때까지 미노타우로스의 미궁에서 좀 버텨봐야겠다...

 

15. 05. 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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