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먹기 전에 <수전 손택의 말>(마음산책, 2015)을 읽었다. 정확하게는 원저와 나란히 펴놓고 인터뷰어 조너선 콧의 서문을 읽었다. 1960년대 초반 손택이 교편을 잡고 있던 컬럼비아대학의 학생이자 기자였던 콧이 어떤 인연으로 손택을 알게 되었는지, 그리고 많은 시간이 흐른 뒤 1970년대 말에 어떻게 손택과 '롤링 스톤' 인터뷰를 갖게 되었는지를 밝히는 내용인데, 마지막에 손택의 '지적 신조'로 '보르헤스에게 보내는 편지'를 인용하고 있다. 원래 출전은 손택의 에세이집 <강조해야 할 것>(이후, 2006)이다.

 

당신은 지금의 우리가 존재하는 양상의 전부와 과거의 우리 모습 모두가 문학 덕분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책들이 사라진다면 역사도 사라질 것이고, 인간 역시 사라질 것이라고요. 나는 당신의 말이 옳다고 확신합니다. 책들은 우리 꿈 그리고 우리 기억의 자의적인 총합에 불과한 게 아닙니다. 책들은 또한 우리에게 자기 초월의 모델을 제공합니다. 어떤 사람들은 독서를 일종의 도피로 생각할 뿐입니다. '현실'의 일상적 세게에서 탈피해 상상의 세계, 책들의 세계로 도망가는 출구라고요. 책들은 단연 그 이상입니다. 온전히 인간이 되는 길이기 때문입니다.

나는 손택의 말이 옳다고 생각한다. '책의 인간'이라면 누구나 그렇게 생각할 것이다. 손택의 원문은 이렇다.

You said that we owe literature almost everything we are and what we have been. If books disappear, history will disappear, and human beings will also disappear. I am sure you are right. Books are not only the arbitrary sum of our dreams, and our memory. They also give us the model of self-transcendence. Some people think of reading only as a kind of escape: an escape from the “real” everyday world to an imaginary world, the world of books. Books are much more. They are a way of being fully human.

이 인터뷰를 진행했을 무렵 손택의 나이가 마흔 중반이다. 인터뷰는 1978년 파리와 뉴욕에서 이루어졌고, 손택은 1933년생이다. 그맘때 손택보다 두 살 더 먹은 나이가 되어서 유감이지만, 거의 '동년배'라는 기분이 들어 잠시 반갑기도 하다.

 

인터뷰의 두 에피그라프 중의 하나는 고대 키쿠유족 속담인데, "한 사람이 죽으면 도서관 하나가 소실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책은 그러한 소실을 얼마간 막아준다. 손택은 죽었지만 수전 손택이란 도서관은 이렇게 손 닿는 곳에서 문을 열고 있다. 살아 있다. 한 정신이 그렇게 미소짓는 아침이다...

 

 

15. 05. 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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