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부터 피우지도 않는 담배 예찬론을 늘어놓자는 건 아니고, 절판됐던 책이 다시 나왔기에 눈길을 주려고 한다. 리처드 클라인의 <담배는 숭고하다>(페이퍼로드, 2015). 원래는 같은 제목으로 문학세계사(1995)에서 나왔던 책이니까, 딱 20년만이다. '소멸되는 것들의 모든 아름다움'이란 부제가 새로 붙었다.

 

미국 코넬 대학교 불문과 교수인 리처드 클라인이 쓴 담배에 관한 최초의 종합적인 비평서다. 담배에 관한 다른 저서들이 대부분 담배의 기원과 역사, 인체에 미치는 영향 정도만을 다루고 있는 반면에 이 책은 문학과 철학, 정신분석학 등의 광범위한 분야의 학문과 지식을 접목시켜서 담배와 흡연 습관을 해부하고 있다. 저자는 무턱대고 흡연을 장려하지도, 그렇다고 단호히 금연을 권장하지도 않는다. 담배에 대한 저자의 가장 큰 발견은 바로 담배의 숭고미에 있다. ‘숭고하다’는 표현은 독일의 철학자 임마누엘 칸트가 쓴 <판단력 비판>의 '숭고의 장'에서 빌려온 것이다. 칸트는 부정적인 경험, 충격, 봉쇄, 죽음과 협박의 순간들을 통해 심리적 만족을 느끼고자 하는 인간의 욕망을 충족시켜주는 어두운 미(美)를 ‘숭고’와 연관짓고 있다. 

다시 나왔다는 사실만큼 눈길을 끄는 건 그 타이밍이다. 아마도 출판사 쪽에선 담뱃값 인상 이후에 이 책에 다시 주목한 것은 아닐까. 오랫동안 묻혀 있던 책에. 가격 인상과 더불어 애연가들에겐 두 배 더 숭고해져버렸을 담배. 그렇게 숭고한 경지에 이르게 되면, 오히려 건강에 해롭다는 사실 자체가 끽연의 이유가 된다. "‘건강에 좋다고 한다면 담배를 피울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라는 저자의 통찰은 ‘건강’이라는 가치로 흡연을 만류하려는 정책들이 왜 허무한 결과를 낳는지를 설명해 준다." 

 

문제는 국민건강 증진이 아니라 세수 증대를 목적으로 한 것으로 보이는 담배값 인상이 이러한 숭고함까지 고려했을 거라는 점이다. 가격을 인상해도 결코 흠연율이 떨어지지 않을 거라는 것(따라서 세수가 늘어날 거라는 것). 왜냐면 담배는 숭고하니까...  

 

15. 03.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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