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이 아닌 일본 소설을 손에 드는 일은 드문데, 가끔 예외가 생긴다. 오다 마사쿠니의 <책에도 수컷과 암컷이 있습니다>(은행나무, 2015)는 내용이 궁금해서라도 손에 들지 않을 수 없는 책. 당연히 '이주의 발견'이다.

 

2009년 제21회 일본 판타지노블 대상을 수상하며 데뷔한 오다 마사쿠니의 두 번째 작품으로, 애서가 집안의 비밀을 둘러싼 사건을 다룬다. 서점가의 입소문을 타고 독자들의 지지에 힘입어 제3회 트위터 문학상 '정말 재밌는 국내 소설' 1위에 선정된 바 있다. 환상적인 분위기와 재담 속에 우리가 책을 통해 궁극적으로 얻고자 하는 것들, 인간됨과 가족애와 사랑에 대한 통찰을 녹여냈다.

'정말 재밌는 소설'이라는 건 기발한 착상과 전개를 가진 소설을 일컫는데, 그게 '애서가 집안' 얘기라고 하니까 상당수의 알라디너들도 호기심을 가질 만하다. 어떤 내용인가.

책은 '진보적 지식인'이 아닌 '산보적 지식인'을 자처하는 정치학자 후카이 요지로의 외손자 히로시가 자신의 아들에게 외가의 비밀을 글로 남기는 형식을 취한다. 그 비밀이라 함은, 책에도 암수가 있어 그 사이에서 책이 태어난다는 것. 요지로는 그러니 책의 위치를 함부로 바꿔서는 안 된다고 엄포를 놓지만, 히로시는 자꾸 책을 사들이는 애서가 할아버지가 눙치느라 하는 말이라 여기고 그 금기를 어겨버린다. 그러나 그 순간 듣도 보도 못한 책이 탄생하고, 늘쩡늘쩡한 농담 속에 감춰두었던 후카이가의 비밀이 드러난다.

작가 오다 마사쿠니는 1974년생으로 "2009년 가정폭력에 시달리는 소년과 과대망상에 사로잡힌 노숙자의 고독과 광기를 그린 <증대파에게 고한다>로 제21회 일본 판타지노블 대상을 수상하며 작가로 데뷔했다." <책에도 수컷과 암컷이 있습니다>도 분류하자면 '판타지'에 해당할 듯싶은데, 데뷔작 <증대파에게 고한다>도 꽤 궁금한 소설이다. 나이나 경력을 고려하면 다작의 작가는 아니지만, 앞으로의 행보도 기대가 된다...

 

15. 03.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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