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때문에라도 '이주의 발견'으로 꼽게 되는 책은 크리스티안 자이델의 <지구에서 여자로 산다는 것>(지식너머, 2015)이다. 저자는 독일의 방송제작자이자 프리랜서 작가. 그리고 남성이다. 그런데 무슨 일을 벌인 것인가.

 

"직접 여자로 살아보고 나서야, 진짜 남자가 됐다!" 1년 넘게 여자로 살아본 한 남자의 '여자사람' 보고서. 저자 크리스티안 자이델이 1년 넘게 여자로 직접 살아보면서 경험한 모든 것을 생생하게 담아낸 책이다. 성공한 방송제작자 출신에 안정적인 일을 갖고 있고 멋진 아내와 행복한 삶을 꾸려가던 그가 어떻게 이 '간 큰' 실험을 시작하게 되었는지 그 동기부터 처음 여장을 하면서 알게 된 여자들의 섬세한 감정들과 일상들, 여자로 하루하루 살면서 느끼게 된 자신의 신체적.정신적.사회적 변화들까지 수많은 에피소드들을 유쾌하면서도 진지하게 풀어내고 있다. 이 과정들은 또한 독일의 한 방송에서 다큐멘터리로 소개되어 유럽에서 크게 화제가 되기도 했다.

 

저자가 여성으로 성전환까지 했다는 얘기는 나오지 않으므로 짐작엔 1년 간 '여장'으로 살았다는 얘기 같은데, 더스틴 호프먼이 여장으로 나왔던 영화 <투씨>(1982)나, 로빈 윌리엄스가 여장으로 나왔던 <미세스 다웃파이어>(1993) 같은 설정인 것인지(최근에 개봉됐던 영화 중에는 <나의 사적인 여자 친구>도 같은 계열로 분류해볼 수 있겠다. 원작은 루스 렌들의 단편이다). 물론 영화나 허구에서가 아니라 현실에서 일년간 그런 '실험'을 했다는 데서 의의를 찾아볼 수는 있겠지만 좀 미덥지 않아 보이는 것도 사실이다. 그래도 제목은 뭔가 어필한다.

 

비슷한 제목의 책으로는 임유경의 <조선에서 여성으로 산다는 것>(역사의아침, 2014)과 안미선의 <여성, 목소리들>(오월의봄, 2014) 등이 있다. <여성, 목소리들>의 부제가 '대한민국에서 여성으로 산다는 것'이다. 사회문화적 배경이 균질하지 않은 점을 고려하면, <지구에서 여자로 산다는 것>도 <독일에서 여자로 산다는 것> 정도의 제목이 더 적절했겠다...

 

15. 02. 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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