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참을 먹으려는 것도 아닌데 음식 애기가 나오는 책 두 권에 눈길이 가서 같이 묶어놓는다. 뉴욕의 에세이스트 애덤 고프닉의 <식탁의 기쁨>(책읽는수요일, 2014)과 배명훈의 소설 <맛집 폭력>(북하우스, 2014)이다.

 

 

내겐 생소한 이름인데, 애덤 고프닉은 나름 유명한 '뉴요커 글쟁이'란다. 먼저 소개된 <파리에서 달까지>(즐거운상상, 2008)와 <뉴요커, 뉴욕을 읽다>(즐거운상상, 2009) 모두 미국에선 화제작이었다지만, 한국에선 참패를 면하지 못했다(그러니 모를 만하다!). 그래도 <식탁의 기쁨>은 뭔가 어필할 만하지 않을까 싶다. 먹는 얘기니까. 더불어 프랑스 미식문화를 소개하는 역할도 겸한다고.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 아마존 베스트셀러, 생각하는 미식가를 위한 완벽한 책. 프랑스 문화예술공로훈장 슈발리에 메달을 수상한 뉴욕의 에세이스트, 애덤 고프닉이 미식의 철학과 식탁에 둘러앉음의 행복에 대해 이야기한다. 이것은 프랑스의 미식 문화를 소개하는 가이드북이자, 최고의 셰프가 은밀히 펼쳐 보는 비법과 가족의 기억을 떠올리는 요리를 담고 있는 레시피북이다.

책값이 레스토랑의 파스타 한 끼 가격 정도니까 남들보다 먹는 일에 아주 약간이라도 신경쓰는 독자라면 구비해놓을 만하다. 식탁의 퀄리티를 조금 높여줄 듯하니까.

 

 

짐작에, 기발하지 않으면 소설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작가가 배명훈 아닐까. 무얼 쓸지 어림하기도, 말리기도 힘든 작가가 새로 내놓은 건 뜻밖에도 맛집 이야기다. 그것도 폭격 당한 맛집 이야기!

배명훈 작가가 가볍게 써내려갔다는 이 소설은 인도 음식 마살라 도사에 대한 군침 도는 묘사로 시작된다. 근심이라고는 없는 화사하고 상큼한 오렌지 샐러드, 승리한 전투의 전리품처럼 아름다운 곡선을 그리며 쟁반 위에 쌓여 있는 찹쌀 탕수육, 짭조름한 바다 맛 속에 담백한 끝맛을 감추고 있는 빨갛지만 맵지 않은 짬뽕, 입안에 넣기도 전에 새콤하고 향긋한 향이 도는 사르마 돌마. 작가는 맛깔 나는 묘사로 책장을 넘기다 말고 인터넷을 검색해 그 식당이 진짜 있는지 확인하고 싶게 하다가는 돌연, 어디선가 날아온 미사일로 맛집들을 날려버린다. 그러고는 추억의 공간을 공유하는 옛 여자친구에 대한 기억을 단서로 이 맛집들이 왜 사라지고 있는지에 대한 미스터리를 쫓게 만든다.  

그러니까 맛집도 좋아하고 미스터리물도 좋아하는 독자들을 위한 특별한 메뉴인 셈. 왠지 이 책은 서재가 아닌 식탁에서 읽어야 할 것 같군...

 

15. 01. 06.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