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 제너레이션'의 대표 작가 중 한 명인 윌리엄 버로스의 <붉은 밤의 도시들>(문학동네, 2014)이 세계문학전집판으로 출간됐다. 개인적으로는 프랑스의 누보로망과 미국의 비트 제너레이션 문학을 내년의 독서 목표 중 하나로 정하고 있는 터여서(둘다 1950년대 문학을 대표한다. 올해 1920-30년대 문학을 주로 읽은 터라 자연스레 50년대로 넘어가려는 것이다) 반갑게 여겨진다. 누보로망 작가로는 알랭 로브그리예와 미셸 뷔토르가 독서 거리라면, 비트 세대 가운데서는 윌리엄 버로스와 잭 케루악이 후보다. <붉은 밤의 도시들>은 흔히 <네이키드 런치>의 작가로 알려진 버로스의 또다른 대표작이라고. "도덕 따위는 잊어라! 이 작품은 버로스의 유별난 이드가 자신의 기괴한 성향을 고백해 보이는 한판 소동극이다. 단언컨대, 이 소설은 진짜다!"라는 게 뉴욕타임스의 평이다.

 

자유분방함을 표방하며 세상의 가식을 꼬집은 비트 제네레이션의 리더이자 생존 당시 노먼 메일러로부터 '신들린 천재성을 지닌 유일한 미국 작가'라는 칭송을 들은 윌리엄 버로스의 최고 걸작이다. 국내에 처음 소개되는 이 작품은 유토피아 공화국 리베르타티아를 건설한 실존 인물 미션 선장에 영감을 받아, 인류 역사의 중요한 전환점에서 저질러진 치명적인 실수들을 돌이키기 위해 탄생한 유토피아 소설이다. 전통적인 서술 방식으로 쓰인 <정키>와 <퀴어>, 실험적 작문법 '컷-업' 기법을 처음으로 선보인 <네이키드 런치>에 이은 <붉은 밤의 도시들>은 그의 거침없는 삶과 문학적 성찰의 정점에서 끌어낸 전작들을 뛰어넘는 최고작이다.

 

버로스의 다른 대표작들로 <네이키드 런치>(책세상, 2005)와 <정키>(펭귄클래식, 2009), <퀴어>(펭귄클래식, 2009) 모두 번역돼 있는 터이다. 번역이 좀 아쉽다는 평이 있는데, 아직 원저와 비교해보지 않아서 확실하게 말할 순 없지만, 1950년대 문학이 일반적으로 그렇듯이 난해하고 번역이 까다로울 거라는 건 쉽게 짐작해볼 수 있다.

 

 

버로스의 소설이 출간된 김에 어제 주문한 책은 잭 케루악의 <길 위에서>(민음사, 2009)이다(확인해보니 구매 사실이 없어서 원서와 같이 주문했다). "종전 후 대학교를 자퇴하고 작가 윌리엄 버로스, 닐 캐시디, 앨런 긴즈버그 등과 함께 미국 서부와 멕시코를 도보로 여행한다. 이때의 체험을 바탕으로 쓴 <길 위에서>가 1957년 출간되자 당시 젊은이들의 열광적인 반응을 얻으며 케루악은 소위 '비트 세대'를 주도하는 작가로 단숨에 자리매김한다"는 전설의 작품.

형식에 구애되지 않는 즉흥적인 문체와 자유롭고 열정적인 이야기가 어우러진 이 소설은 당대의 젊은이들로 하여금 미국 사회의 물질주의와 고루한 기성도덕에 반기를 들고 진정한 자유와 새로운 깨달음을 찾아 길 위로 나서게 했다. 미국 출간 50주년을 기념하는 전문가들의 해제와 작품 속 딘과 샐의 여행 경로가 담긴 지도를 함께 수록하였다.

확인해보니 케루악에 대해서도 페이퍼를 쓴 게 없다(하나 있었지만 일간지 기사 게재로 차단됐다). 아마도 번역본이 나올 무렵에는 관심권 바깥에 놓여 있었나 보다. 아무리 문제적인 작가이고 작품이라 하더라도 독서를 통해 만나기 위해서는 '때'가 필요한 법이다. 아무려나 내년엔 버로스와 케루악을 만나볼 예정이다(이후엔 1960-70년대 세계문학으로 넘어갈 계획이고. 이미 읽은 주요 작가들도 있지만). 독서인에게 한 해가 갖는 의미 혹은 눈금은 보통 그렇게 측정된다...     

 

14. 12. 14.

 

 

P.S. 영화는 1969년작이지만, '비트 제너레이션'이란 말은 내게 데니스 호퍼의 <이지 라이더>를 떠올려준다. 한 편의 소설이나 영화가 시대정신을 응축하거나 대변할 때가 있는데, <이지 라이더> 또한 그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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