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을 먹기 전에 '이주의 책'도 골라놓는다. 밀린 일들 때문에 이번주에도 <인터스텔라>를 보기는 어려울 듯하다(상영시간이 긴 영화라 웬만큼 맘을 먹지 않고서는 보기 어렵다). 당분간은 책이나 읽는 수밖에. 거짓말을 좀 보태면, 읽을 책이 너무 많아서 영화볼 시간이 없다고 해도 되겠다. 어떤 책들인가.

 

 

먼저 오언 존스의 <차브>(북인더갭, 2014). '영국식 잉여 유발사건'이 부제다. 처음 소개되는 저자로 '이주의 발견'으로 적어도 되지만, '이주의 책'으로도 손색이 없다. 제목 '차브'란 무슨 뜻인가? "영국의 언론과 미디어에서 정의하는 차브는 대체로 더러운 공영주택에 살면서 정부의 복지예산이나 축내는 소비적인 하층계급과 그들의 폭력적인 자녀들을 뜻한다"고. "저자는 이들 차브의 역사가 80~90년대 대처 정부의 보수당, 그리고 신노동당의 잘못된 정치 때문임을 주장한다." 소개를 보면, 젊은 정치평론가의 수작 논픽션이다.

영국의 젊은 정치평론가 오언 존스의 2011년 화제작으로 '뉴욕 타임스' 최고의 논픽션, '가디언' 올해의 책에 선정되면서 영국은 물론 국제적으로도 큰 조명을 받은 책이다. 영국 하층계급의 문화적 아이콘으로 불리는 ‘차브’ 현상을 규명하면서 저자는 점점 더 가혹해지는 계급 혐오의 이면에 보수당과 신노동당 정부를 거치며 형성된 제조업의 몰락, 불평등의 심화, 노동조합 약화 같은 정치경제적 이슈들이 숨어 있음을 파헤친다.

우리에게도 유사한 책이 충분히 나옴직하지 않을까.

 

 

두번째는 역사분야의 책이다. 로버트 B. 마르크스의 <어떻게 세계는 서양이 주도하게 되었는가>(사이, 2014). 부제는 '세계 경제를 장악했던 동양은 어떻게 불과 2백 년 사이에 서양에게 역전당했는가'이다. 비슷한 주제를 다룬 책이 몇 권 있었던 걸로 기억된다. 지금 생각나는 건 니얼 퍼거슨의 <시빌라이제이션>(21세기북스, 2011)이다. 서양 문명이 지난 500년간 세계를 지배할 수 있었던 원인과 영향, 그리고 그 황혼까지 다룬 책.

 

 

'서양과 나머지 세계'라고 할 때, 그 '나머지 세계'의 대표격은 역시나 중국이다. 세번째 책은 그래서 중국 관련서다. 유장근의 <현대중국의 중화제국 만들기>(푸른역사, 2014). 역사서이면서 답사기이기도 하다.

경남대학교 역사학과 교수로 재직 중인 저자 유장근 교수는 2006년 1년 동안 상하이사범대학에서 머물면서 중국의 동서남북을 답사하는 기회를 가졌다. 그곳에 체재하면서 중국 영토의 광활함, 수많은 인구, 다양한 기후대와 식생대, 또 그런 만큼이나 다양한 민족들의 삶을 조금이나마 들여다볼 수 있었다. 그 중에서 특히 저자의 관심을 끌었던 부분은 변방 민족의 삶과 사회였다. 도대체 중국이라는 다민족 국가가 어떻게 구성되어 있으며 그 성격은 어떠한가 하는 의문을 조금이나마 해소하고 싶다는 바람 때문이었다. 신장이나 칭하이, 윈난, 구이저우 등을 돌아다니면서 저자는 중국이 20세기에 주조된 새로운 형태의 제국이며, 대청제국의 유산을 물려받았지만 오히려 그보다 더 치밀하고 확고하고 강력하게 변방을 지배하고 있는 중화제국이라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덧붙여 오늘의 중국을 들여다보게 해주는 책으로 레이쓰하이의 <G2 전쟁>(부키, 2014)도 참고할 만하다. "2015~2016년 미 연준이 강달러 정책을 본격적으로 시행하면 세계 경제는 경기 침체와 자산 가격 폭락의 소용돌이에 휘말릴 가능성이 크다. 저자는 이번 슈퍼 달러 기조가 사실은 미국과 중국의 금융 전쟁의 시작이라고 본다." 그 전망을 다룬 책.  

 

 

 

네번째는 일본사 관련서다. 이소마에 준이치의 <상실과 노스탤지어>(문학과지성사, 2014). 제목으론 감을 잡기 어려운데, '근대 일본이라는 역사 경험의 근원을 찾아서'가 부제. 소개는 이렇다.

일본의 근대는 서양 문물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이고 과감한 체제 개혁을 단행한 메이지유신으로 시작되어, 이후 태평양전쟁에서의 패전으로 수많은 사상자를 낳고 미합중국의 점령을 받게 되는 등 사회 격동 한가운데 놓이게 되었다. <상실과 노스탤지어>는 이러한 근대 일본이 사로잡혀 있는 ‘어디에도 속하지 못하는’ 이질감 내지는 상실감을 포착해 그것이 어디에서 근원했는지를 살피고 우리의 현실과 나아갈 방향을 성찰한 책이다.

물론 일본에서 그런 성찰 이상으로 시급한 건 원전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에 나온 와카스기 레쓰의 <원전 화이트아웃>(오후세시, 2014)도 주목할 만한 책. "원전 재가동을 둘러싸고 원전 마피아와 일본 정·관·재계의 검은 커넥션을 폭로한 팩션"이다.

 

 

자연스레 다섯번째는 한국을 다룬 책이다. '피케티와 경제 전문가 9명이 말하는 불평등 그리고 한국 경제'를 부제로 한 <왜 자본은 일하는 자보다 더 많이 버는가>(시대의창, 2014). 소개에 따르면, "진보와 보수를 넘어, 그리고 피케티를 넘어, 이 땅에서 ‘21세기 불평등’ 문제를 제대로 논의해보고자 하는 시도이자 노력의 산물이다." 한국경제 전망을 다룬 책으론 이정환의 <한국의 경제학자들>(생각정원, 2014)도 같이 읽어봄직하다. '이건희 이후 삼성에 관한 7개의 시선들 한국 자본주의의 미래를 진단한다'가 부제인데, "지난 10년 동안의 재벌개혁 논쟁의 다양한 쟁점과 층위를 추적·분석하면서 대안을 모색하는 책"이다... 흠, 책으로만 끼니를 대신할 수 없으니, 일단은 점심을 먹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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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브 - 영국식 잉여 유발사건
오언 존스 지음, 이세영 외 옮김 / 북인더갭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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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어떻게 세계는 서양이 주도하게 되었는가- 세계 경제를 장악했던 동양은 어떻게 불과 2백 년 사이에 서양에게 역전당했는가
로버트 B. 마르크스 지음, 윤영호 옮김 / 사이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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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중국의 중화제국 만들기
유장근 지음 / 푸른역사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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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실과 노스탤지어- 근대 일본이라는 역사 경험의 근원을 찾아서
이소마에 준이치 지음, 심희찬 옮김 / 문학과지성사 / 2014년 11월
16,000원 → 14,400원(10%할인) / 마일리지 80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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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자본은 일하는 자보다 더 많이 버는가- 피케티와 경제 전문가 9명이 말하는 불평등 그리고 한국 경제
류이근 외 지음 / 시대의창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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