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의 저자'를 번외편으로 한번 더 적는다(건너뛰는 주가 있다 했더니 두 번 적는 주도 생기는군). 여행기 혹은 답사기의 저자라는 공통점이 있다. 유홍준의 <나의 문화유산답사기>(창비)는 사실 군말이 필요하지 않은데, 이번에 '교토의 명소'를 다룬 '일본편4'가 출간됨으로써 일본편이 마무리되었다. 지난해 7월 1권이 나왔으니까 1년 4개월만에 일본 답사를 완보한 셈. 4권의 부제는 '교토의 명소, 그들에겐 내력이 있고 우리에겐 사연이 있다'이다.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일본편 4권에서는 국내 관광객이 가장 많이 찾는 관광지이자 일본 역사와 문화의 정수가 모여 있는 교토 구석구석에 남은 한반도 도래인의 발자취와 함께, 우리의 기술과 문화를 토대로 스스로의 문화를 꽃피운 ‘그들’의 이야기를 오늘날 ‘우리’의 관점에서 읽는다. 고려불화부터 윤동주·정지용의 시비까지, 일본에 새겨진 한일 양국의 오랜 문화적 왕래의 자취를 찾아가는 답사여행을 통해 우리 선조들의 문화적 우수성을 확인하고, 더불어 한일 문화교류의 역사를 돌아보며 바람직한 한일 관계의 미래를 모색한다.

일본 여행을 다녀온 편집자들로부터 간간이 여행 소감을 들어보긴 했지만 나는 한번도 일본 여행에 대한 열망을 품어본 적이 없다. 하지만 내년 하반기쯤 일본 근현대 작가들을 강의에서 다루게 되면 관심이 부추겨질지 모르겠다.

 

 

그럴 때를 대비해 '문학의 광장' 시리즈 가운데 일본편 두 권, <문명개화와 일본 근대문학>과 <오늘의 일본문학>(웅진지식하우스, 2011)도 구입해놓았다(요즘 반값할인을 하고 있기도 하다).

 

 

이어서 동양사학자 서인범 교수. 최부의 <표해록>(한길사, 2004)를 공역하고 그 발자취를 따라간 <명대의 운하길을 걷다>(한길사, 2012)를 펴낸 바 있는데, 이번에는 중국에 사신으로 파견된 연행사들의 발자취를 좇았다. '압록강을 넘은 조선 사신, 역사의 풍경을 그리다'를 부제로 한 <연행사의 길을 가다>(한길사, 2014). 명청시대에 조선을 평균 연3회 가량 연행사를 중국에 보냈기에 13-19세기 사이에 연행사를 파견한 횟수가 1,797회에 이른다고 한다. 이들이 남긴 기록이 <연행록>이나 그 분량 자체도 방대하기 이를 데 없을 듯싶다. <연행록> 입문으로도 읽을 수 있는 책.

<연행록>은 대중외교길에 오른 조선 사신들의 기행문이다. 이 책은 <연행록>의 전문가 서인범이 철저한 사료 검증과 현지답사를 통해 조선 사신들이 걸었던 길을 직접 밟아가며 조선시대 대중외교의 본질과 지혜를 문학적 문체로 유려하게 서술한 역사답사기다. 서인범은 조선의 외교가 지나치게 명분에 휘둘린 점도 있지만 단지 사대에 그치지 않고 자국의 이익을 위해 고군분투했음을 밝혀낸다.

 

끝으로 '글쓰는 셰프' 박찬일의 음식기행, <백년식당>(중앙M&B, 2014). 이탈리아에서 음식과 와인을 배운 유학파로만 알고 있었는데, 이번에는 한국의 오래된 식당들을 찾아나섰다. 부제가 '요리사 박찬일의 노포(老鋪) 기행'인데, '늙은 점포'를 뜻하는 '노포'는 여기서 '맛있어서 오래된 식당'을 가리킨다. 모두 18곳의 오래된 식당이 소개된다.

이 책은 해장국의 참맛을 이어가고 있는 '청진옥'에서 '스탠딩 갈비 바'의 원조 '연남서서갈비'까지, 세대를 이어 운영하며 '백년 식당'을 꿈꾸는 한국형 노포의 역사를 담아두기 위한 첫걸음이다. 그는 마치 시간여행자처럼 시간과 공간을 지켜온 맛을 찾아다니며 주인장들의 기억을 끄집어내고 우리 음식문화와 관련된 여러 문헌들을 찾아내 '그 집'만의 특별함을 기록했다. 1년여의 취재 시간 동안 어렵게 찾아내고 담아낸 18곳의 노포는 고단했던 현대사의 뒤안길은 물론 대를 이어 전수한 음식 맛의 비밀까지 인심 좋은 후덕함으로 시원스레 내어줄 것이다.

고급 레스토랑 순례기라면 '그림의 떡'이기 십상일 테지만, 노포 정도라면 어디에 있는지만 알아도 유익한 정보겠다. 동선이 닿는 곳이라면 한번 찾아가봐야겠다...

 

14. 11.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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