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서는 주요 관심분야가 아니었지만 가끔씩 궁금한 책이 눈에 띈다. 최근에 나온 책들 가운데서는 후칭팡의 <여행자>(북노마드, 2014)와 리칭즈의 <여행의 속도>(아날로그, 2014)가 그런 경우다. 저자의 이름에서 뭔가 공통점을 눈치챈 이들도 있으리라. 그렇다, 중국인 혹은 중국계 저자다.

 

 

후칭팡은 타이베이 출생으로 미국에서 공부하고 현재는 홍콩에서 활동중인 저술가. 리칭즈는 건축학자로 미국에서 공부하고 현재는 타이베이 실천대학의 교수로 재직중이다. 둘다 국내에는 처음 소개되는 저자인데 비슷한 시기에 같은 중국어권 저자의 책이 나란히 출간된 게 특이해 보인다. '21세기 여행 사랑법'을 부제로 달고 있는 <여행자>는 어떤 책인가.

대만 작가 후칭팡의 여행 에세이. 이 책은 ‘여행’이라는 이름의 건강한 고독을 깊이 들여다보고 사색하는 책이다. 이를테면 동양식 ‘여행의 기술’인 셈이다. 그녀는 여행이라는 ‘행위’를 통해 그 안에 담긴 계급과 편견, 관점과 감정, 습관 같은 것들을 읽어낸다. 여행의 본질에 더 가까이 다가서는 것이다. 

 

'여행의 기술'은 물론 알랭 드 보통의 <여행의 기술>(청미래, 2011)을 염두에 둔 것일 텐데, 찾아보니 같은 제목의 책은 몇 권 더 있다. 물론 그것만 가지고는 책의 가치를 어림하기 어렵다. 핵심은 저자의 정서와 글발. "후칭팡은 단 한 번이라도 여행을 해봤다면 누구나 느껴보았을 법한 여행자의 감정들을 콕 집어 잡아낸다. 그것들은 아주 사소하고 미묘한 감정이라 대부분의 여행자가 쉽게 흘려보내는 것들이다. 하지만 후칭팡은 그러한 찰나의 감정들을 놓치지 않고 바라보고, 글로 풀어낸다"고 하니, 속는 셈치고 구입해보았다. 낯선 저자이지만 배울 점이 있을지 몰라서.

 

<여행의 속도>는 부제 '사유하는 건축학자, 여행과 인생을 생각하다'에서 알 수 있듯이 포인트가 '사유하는 건축학자'에 놓인다. "건축학자이자 사색하는 여행자인 저자가 자신만의 방법으로 해온 건축여행과 사유의 기록을 바탕으로 여행과 인생을 독특한 관점으로 바라본 에세이다. 저자는 여행의 이동 속도를 인생에 비유하며 각기 다른 속도로 여행을 하다보면 인생을 바라보는 시선도 이전과 달라질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저자에게 영감을 준 롤 모델은 일본의 건축가 안도 다다오. 저자는 <안도 다다오의 건축 미궁>이란 저작도 갖고 있다.

 

 

그래서 다시금 눈길을 주게 된 게 안도 다다오의 책들이다. 안도 다다오의 여행서로는 <안도 다다오의 도시방황>(오픈하우스, 2011) 등이 소개돼 있고, 그밖에 건축에 관한 책들도 여럿 나와 있다. "여행은 사람을 만든다"가 저자가 인용하는 안도의 멘트다. <여행자의 속도>가 만족스러우면 안도 다다오의 책들에도 손을 뻗쳐볼 생각이다. 건축 또한 관심분야는 아니었지만, 나이를 먹은 탓인지 이것저것 관심 가는 곳이 많다. 병인가...

 

14. 11. 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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