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뜻 손에 들기는 어렵겠지만 '이주의 고전'으로 꼽을 만한 관심도서는 미국의 역사학자 월터 맥두걸의 <하늘과 땅: 우주시대의 정치사>(한국문화사, 2014)다. 학술명저번역총서의 하나로 나왔으니 일단 두 가지는 알 수 있다. 학술서라는 것과 고전적 명저라는 것.

 

 

처음 소개되는 저자임에도 처음 듣는 이름은 아닌 걸 보면 어디선가는 들어봤던 것 같다(느낌만 그런지도 모르겠지만). 쿠바 미사일 위기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되면서 냉전 시대를 다룬 책들도 하나둘 사모으고 있는데, 그런 맥락에서라면 '우주시대'에 대한 관심도 자연스럽다. 간략한 소개는 이렇다.

로켓에 대한 관심과 연구가 본격화되는 18세기 후반부터 우주 진출에 대한 기대와 경쟁이 한풀 꺾이는 1980년대까지를 다룬다. 그중에서도 2차 세계대전 종전과 함께 시작된, V2 로켓을 둘러싼 미소의 쟁탈전에서 시작하여, 냉전이 도래하면서 본격화된 미소의 우주경쟁에 관심을 쏟고 있다. 미소 우주경쟁의 절정은 1957년 최초의 인공위성 스푸트니크 1호 발사 성공과 1969년 아폴로 11호의 달 착륙이라 할 수 있다. <하늘과 땅 : 우주시대의 정치사>는 이런 점을 고려하여 스푸트니크의 성공이 미국에 던진 충격과 아폴로계획의 수립 및 진행 과정을, 기밀해제된 문서를 포함한 정부 자료와 신문 자료, 외교문서, 관련 서적 등을 섭렵하여 매우 구체적으로 그려낸다.

그러니까 우주시대 정치사의 핵심은 1957년부터 1969년까지 12년간의 스토리란 것. 이 기간의 역사를 다룬 러시아 쪽 책도 관심이 가는데, 적당한 책이 소개되면 좋겠다(가능성이 그다지 높아 보이진 않지만 유리 가가린의 책이 소개된 전례도 있으니까). 

 

 

원서는 일단 주문해놓았고 번역본은 조금 여유가 생길 때 구입할 요량으로 장바구니에 넣어두었는데, 그렇게 욕심을 내고 있는 또 다른 책은 흐루쇼프(흐루시초프)의 회고록이다. <크레믈린의 음모: 흐루시초프의 영욕>(시공사, 1991)이 눈에 띄지만 절판된 지 오래 됐고, <흐루시초프 비록>이나 <흐루시초프 회고록>이란 제목으로 1970년대 초반에 나온 책들은 이제 헌책방에서도 구하기 어렵다. 최근에 읽은 쿤데라의 신작 <무의미의 축제>(민음사, 2014)에서 다시 이 회고록이 언급되고 있어서 영어판이나 러시아어판을 구하려는 욕심이 생겼다.

 

덧붙여, 아들 세르게이가 편집한 3권짜리 회고록도 2013년에 영어판이 나왔다. 분량은 믿거나 말거나 3000쪽에 육박하고. 당연히 책값도 만만찮기에 바로 주문을 넣지는 않았지만 조만간 어떤 핑계이든 그럴 듯한 명분을 마련하거나 책값벌이를 하게 될 듯싶다. 우리말 번역으로 읽을 수 있다면 더없이 편하겠지만 이 또한 당장 기대할 수 있는 일은 아닐 것이니...

 

14. 09. 15.

 

P.S. 아래가 세르게이 흐루쇼프가 편집한 회고록의 러시아어판이다. 2010년에 나왔고 2072쪽 분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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