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집으로 이사온 지 채 두 달이 되지 않았지만 어느새 책이 쌓이고 있다. 아직 빈 책장에 다 꽂아두질 않아서이긴 하지만, 경험적으로 알고 있듯이 모든 건 시간 문제다. 오후 재택근무를 끝내고 저녁을 먹기 전에 막간 페이퍼를 적는다(저녁을 먹으면 야근으로 돌입해야 한다!). 

 

 

영화 <명량> 때문에(나는 아직 보지 못했다) 이순신의 <난중일기>가 속속 출간되고 있으니 이에 주목하는 건 자연스럽지만, <안네의 일기>는 뭔가? 사실은 이번 유럽여행에서 돌아오는 길에 영어본 <안네의 일기>를 구입해온 터라(국내에서도 물론 쉽게 구할 수 있는 판본이지만 왠지 독일에서 구입하고 싶었다) 어제 <안네의 일기> 번역본도 두 종을 새삼스레 주문했기 때문이다(당일배송으로 받았다). 전쟁중에 쓰인 일기라는 점에서는 공통점을 못 찾을 것도 없다.

 

 

여러 종의 <난중일기> 가운데 가장 많이 읽히는 건 노승석 교감완역본 같다. 나는 민음사판을 갖고 있는데, 도서출판 여해판으로 이번에 다시 나왔다(학생용 축약본과 함께). 소개는 이렇다.

난중일기 전문가 노승석은 새로운 일기 32일치를 발굴했고, 초고본과 이본을 비교검토하고 오류를 바로잡아 교감 완역하였다. 2013년에는 이순신이 <삼국지연의> 내용을 난중일기에 옮겨 적은 내용을 최초로 발굴하였다. 또한 홍기문의 최초 한글 번역본 <난중일기>를 국내에 처음으로 소개했다. 이 책은 이러한 연구 성과들을 새롭게 반영하여 종합 정리한 증보 교감완역본이다.

노승석판 <난중일기>는 동아일보사(2005)와 민음사(2010) 판으로 나온 바 있고, 이번 것은 증보판이다. 그래서 '증보 교감완역'이란 말이 제목에 붙어 있다. 초심자라면 일순위로 손에 들 만하다.

 

 

그리고 노산 이은상 번역의 <난중일기>(지식공작소, 2014)도 이번에 다시 나왔다. <난중일기>(현암사, 1968)을 저본으로 삼은 역주해본이다(<난중일기> 역주사도 연구거리가 될 만하다). 특이한 건 세로읽기라는 점. "이 책은 일기 한 편 한 편마다 거기에 배어 있는 이순신 장군의 충혼을 느낄 수 있도록 편집했다. 친필 초고와 마찬가지로 내려쓰기 편집에다가 충분히 긴 호흡으로 읽어 내려갈 수 있도록 여백을 두었다"는 설명이다. 젊은 독자들에겐 생소하겠지만, 세로읽기(내려쓰기) 편집의 독특한 느낌을 강점이 번역판이다. 고정일 번역의 <난중일기>(동서문화사, 2014)도 표지를 달리해서 이번에 다시 나왔다.

 

 

 

그리고 <안네의 일기>. 어린이용을 빼고 내가 고른 건 문학사상사판과 문예출판사판이다. 안네의 일기의 어떤 대목들은 어디선가 읽었지만(교과서에 나왔었나?) 완독한 기억은 없다. 하지만 베를린에서 유대인 희생자 추모관에 가보고, 나치 강제수용소 생존자 문학도 강의에서 몇 차례 다루면서 <안네의 일기>에 대해서도 새삼 관심을 갖게 됐다(더불어, 1차 세계대전에 대한 책, 그리고 2차 세계대전 말기 독일에 대한 책을 여러 권 주문해놓았는데, 책을 받게 되면 따로 페이퍼를 적어볼 참이다).

1942 6월12일 열 세살이 된 안네 프랑크는 생일선물로 받은 일기장에 어떤 문호보다도 감동적인 평화의 메시지를 담은 일기를 쓰기 시작했다.그러나 은신처까지 추적해온 나치 경찰에 의해 일가족이 체포됨으로써 안네의 일기는 더 이상 지속되지 못했다. 1945년 3월 안네 프랑크는 베르겐 벨젠 유대인 수용소에서 사망했다. 사망 직전에는 이와 벼룩 때문에 옷을 입을 수 없을 정도여서, 담요만 한 장 두르고 수용소 안을 돌아다녔다고 한다.  

 

<안네의 일기>와 같이 읽어볼 만한 책은 희생자가 아닌 생존자 작가로서 프리모 레비와 임레 케르테스다. 레비에 대해서는 여러 차례 언급한 바 있으니 제쳐놓으면 케르테스의 '운명 4부작'('운명 3부작'에 <청산>까지 포함하여 4부작이다)은 나치 수용소 경험에 대한 총결산으로 소련의 강제수용소에 대한 솔제니친의 증언과 맞먹는 의의를 가질 듯싶다(솔제니친은 1970년에, 케르테스는 2002년에 노벨문학상을 수상했다). 케르테스에 대해서는 나중에 따로 다루고 싶다...

 

14. 08.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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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yun 2020-08-03 09: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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