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의 발견'으로 아프리카 수단 출신 작가 타예브 살리흐(1929-2009)의 <북으로 가는 이주의 계절>(아시아, 2014)을 꼽는다. 1966년 아랍어로 처음 발표되었고 1969년에 영어로 번역된 소설로 에드워드 사이드가 현대아랍문학을 빛낸 여섯 편 가운데 하나로 지목한 작품이라고. '아프리카문학'으로 분류돼 있는데, 언어로 보면 '아랍문학'이다. 정리가 어떻게 되는 건지 모르겠지만, 어느 쪽이든 세계문학의 자산인 것만은 분명하다.

 

시리아 다마스쿠스 소재 아랍학술원은 이 작품을 20세기 가장 중요한 아랍 소설로 선정하였고, 노르웨이 소재 노벨 연구소와 <북 클럽스>는 전 세계 50여 개국 출신 100명의 유명 작가의 설문을 통해 세계문학 100선을 선정했는데 이 작품이 치누아 아체베의 소설 <모든 것이 산산이 무너지다>와 함께 유이(唯二)한 아프리카 지역 선정작이었다.  

 

치누아 아체베의 작품에 견줄 만하다는 것과 함께 여러 리뷰에서 언급되는 것은 조셉 콘래드의 <암흑의 핵심>과의 관계다. "<암흑의 핵심>의 기발한 반전"이라는 평이 대표적이다. 대략 이런 스토리라고 한다.

소설은 영국에서 7년간 시를 공부한 화자가 수단 나일강둑에 위치한 고향으로 돌아오면서 시작된다. 그리웠던 가족, 친구들과의 만남에서 그는 낯선 중년 사내를 발견한다. 그는 무스타파 사이드. 수도 하트룸에서 이주해 왔다고 했다. 화자는 그에 대해 더 알고 싶었지만 그는 알려주려 하지 않는다. 어느 날, 무스타파는 취하게 술을 마셨고 영어로 시를 읊었다. 이에 화자는 큰 충격을 받는데 수단의 작은 마을에서 영어로 시를 읊는 사람이 있을 줄은 생각도 못했기 때문이다. 화자는 무스타파에 대한 호기심이 점점 커져갔고 계속해서 그의 정체를 캐물은 끝에 무스타파는 화자에게 과거를 털어놓기에 이른다.

 분량도 얇은 편에 속하는 작품이어서 언제든 일독해봄 직하다...

 

14. 08. 02.

 

 

P.S. 한편 아프리카 현대문학의 대표 작가 중 한 명으로 꼽히는 치누아 아체베의 작품은 <모든 것이 산산이 부서진다> 외에도 여러 편이 번역돼 있다. 세계문학 강의에서 언젠가 아프리카문학에 대해서도 다루고픈 욕심을 가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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