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의 경우 보통 6월 마지막 주는 방학 기간이지만 강사들에겐 성적 처리 기간이기도 하다(진정한 방학은 그 이후에!). 대학 바깥의 강의가 훨씬 더 많지만, 성적 처리에 붙들려 마지막 주를 보내는 일은 여전하다. 게다가 이사까지 하는 바람에 마음은 분주하고 몸은 피로한 주말과 휴일이다. 그래도 막간에 시간을 내서, 월드컵 16강 경기가 시작되기 전에 '이주의 저자'를 골라놓는다. 강신주, 유시민, 정여울 등 '파워 라이터'들의 신작이 나오거나 나올 예정인지라 저자를 고르는 일이 어렵지 않다. 이번주에는 강신주와 중국의 왕후이, 그리고 영국의 역사학자 페리 앤더슨을 이주의 저자로 고른다.

 

 

 

먼저 강신주의 신작 <매달린 절벽에서 손을 뗄 수 있는가?>(동녘, 2014)가 출간됐다. <망각과 자유>(갈라파고스, 2014)가 재간본이었기 때문에 신간으론 <강신주의 감정수업>(민음사, 2013)에 이어지는 책이다. '무문관, 나와 마주 서는 48개의 질문'이 부제. 이번에 다루는 건 선불교의 대표적 텍스트 <무문관>이다. <무문관>의 화두 48개와 마주하며 사랑과 자유의 정신을 읽어낸다(강신주의 인문정신의 키워드가 '나'와 '사랑'과 '자유'다).

 

 

이어서 중국 칭화대학 교수이자 대표적 사상가 왕후이의 루쉰론 <절망에 반항하라>(글항아리, 2014)가 출간됐다. 루쉰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은 만큼 저자의 본령을 보여주는 책이라 할 수 있겠다(저자의 학위논문을 단행본으로 펴낸 것이기도 하고). 소개에 따르면, "루쉰과 그의 소설을 분석하면서 루쉰의 의도나 임무를 통해 그 자신이나 그의 예술세계를 파악해 접근한 책이다. 이 책에서는 루쉰의 소설을 모두 세 부분으로 나누어 연구한다. 첫째, “역사적 ‘중간물’”, 두 번째 부분은 “‘절망에 반항’하는 인생철학”, 세 번째 부분은 루쉰 소설의 서사 원칙과 서사 방법에 관한 연구이다." 국내에서 왕후이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고 <아시아는 세계다>를 먼저 옮긴 바 있는 송인재 한림대 연구교수의 번역이다. 

 

 

그리고 영국의 마르크스주의 역사학자이면서 <뉴레프트>지의 간판 편집위원인 페리 앤더슨의 저작 두 권이 같이 나왔다. <절대주의 국가의 계보>와 <고대에서 봉건제로의 이행>(현실문화, 2014). 언젠가 예고한 바 있는 책인데, 멋진 장정으로 나와 반갑다. 소개는 이렇다.

페리 앤더슨의 서양비교사 2부작, 40주년 기념 한국어판 완역본. 우리에게 잘 알려진 마르크스주의 역사학자인 페리 앤더슨은 1974년 <고대에서 봉건제로의 이행>과 <절대주의 국가의 계보>를 출간하며 고대에서부터 근대 자본주의까지 이어지는 유럽사를 새롭게 정리했다. 이 두 권의 책은 지난 40년 동안 많은 논쟁을 불러일으키며 역사학 분야의 고전으로 자리를 잡았으며, 국가에 초점을 맞추어 동·서유럽을 망라해 2천 년의 역사를 정리하면서 기존 연구 성과들까지 비평하는 이 방대한 연구는 지금까지도 비견할 만한 작업이 손에 꼽을 정도로 독보적이다. 이번에 현실문화에서 새롭게 출간되는 한국어판은 2013년 영국의 버소(Verso) 출판사에서 발행한 40주년 기념판을 바탕으로 번역을 개정했다.

차례대로라면, 선불교와 만나고 루쉰과 만나고 절대주의 국가와 만나는 게 이주의 독서 여정이어도 좋겠다. 그게 욕심이기도 하지만 당장은 성적 처리가 우선이로군...

 

14. 06.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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