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의 발견'으로 테드 W. 제닝스의 <데리다를 읽는다/바울을 생각한다>(그린비, 2014)를 고른다. '이주의 발견'은 두 권까지 책이 나온 저자들 가운데 고르는 걸 원칙으로 하고 있는데, 제닝스의 경우엔 <예수가 사랑한 남자>(동연, 2011)가 먼저 소개된 바 있다(저자명이 '테오도르 W. 제닝스'로 표기됐다).

 

 

신학자인 저자는 성소수자 문제를 다루는 퀴어신학자로 명성을 얻고 있다는데, <예수가 사랑한 남자>가 그와 관련된 책이다. <데리다를 읽는다/바울을 생각한다>는 철학계에서 바울의 사상이 중요한 주제로 부상할 때(알랭 바디우의 <사도 바울>을 보라), 같이 거명되곤 했던 책이다.  

스무 세기에 가까운 시간적 격차에도 불구하고, 동시대성을 띤 사유의 마주침을 보여 주는 사상가로서 데리다와 바울을 ‘새롭게’ 소개한다. 데리다와 바울의 마주침을 주선하기 위해, 저자는 이들의 사유로부터 ‘(율)법’과 ‘정의’라는 주제를 소환해 내며, 이들을 (율)법 ‘너머’의 정의를 사유한 사상가로서 그려 낸다.

그래서 부제가 '정의에 대하여'다. 면밀하게 읽어내려면 한달은 족히 걸릴 만한 책이지만, 여하튼 데리다의 독자나, 신약성서의 독자들에게 지적 자극과 성찰의 기회를 제공해줄 듯싶다.

 

 

말이 나온 김에 '두 권의 저자'로는 푸코 연구자 프레데리크 그로도 꼽을 수 있다. 푸코의 콜레주 드 프랑스 강의록 편집자로도 유명한 그로의 <걷기, 두 발로 사유하는 철학>(책세상, 2014)이 최근에 나왔는데, 공저이긴 하지만 <미셸 푸코 진실이 용기>(길, 2006)가 먼저 나온 바 있다(하지만 절판된 모양이다).

프랑스 파리12대학 철학 교수이자 미셸 푸코 연구자로 잘 알려진 프레데리크 그로는 ‘걷기’라는 인간의 행위에 대한 철학적 사색을 보여준다. 그는 걷기를 철학적 행위이자 정신적 경험이라고 보고, 걷기가 우리 몸과 마음에 어떤 작용을 하는지, 우리 삶에 얼마나 의미 있는 역할을 하는지, 제대로 걸으려면 어떤 자세와 마음가짐을 취해야 하는지 등에 대해 자신의 경험과 풍부한 인문학적 소양을 바탕으로 섬세하게 고찰해나간다.

 

한편, 일본의 푸코 연구자 사토 요시유키의 책도 <권력과 저항>(난장, 2012)에 이어서 이번에 한권 더 나왔다(저자는 푸코의 <말과 글> 일어판 공역자로 참여했고 주디스 버틀러의 <윤리적 폭력 비판>을 일어로 옮겼다 한다). <신자유주의와 권력>(후마니타스, 2014). '자기-경영적 주체의 탄생과 소수자-되기'가 부제다. 어떤 책인가.

모든 것을 시장의 논리로 환원하고, 치열한 경쟁이 모든 사회적 관계 곳곳에 자리 잡도록 만드는 논리. 모든 안정적인 것을 불안정하게 흔들어 놓으며, 모든 견고한 것들을 유동적인 것으로 만들어 놓는 정치. 개개인이 놓여 있는 ‘사회적 환경’ 또는 그 삶의 규칙에 작동을 가함으로써, 그를 둘러싼 환경을 생존 경쟁의 시장으로 만드는 권력. 이 책은 그것을 신자유주의적 통치성이라 부른다. 노동시장 정책에서, 형벌 정책, 마약 관리에 이르기까지 신자유주의적 통치성 속에서 사회는 어떤 논리에 따라 변화해 나가는지, 그리고 그 결과는 무엇인지, 우리는 이에 어떻게 저항할 것인지가 바로 이 책의 주제이다.

<권력과 저항>의 부제가 '푸코, 들뢰즈, 데리다, 알튀세르'였는데, <신자유주의와 권력>에서도 알튀세르와 버틀러의 복종화/주체화를 보론에서 더 다루고 있기도 하다. 저자의 관심과 사유 범위를 짐작하게 한다...

 

14. 05.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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