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역사학자이자 사회비평가 크리스토퍼 래시(래쉬)의 <진보의 착각>(휴머니스트, 2014)이 번역돼 나왔다. '당신이 진보라 부르는 것들에 대한 오해와 논쟁의 역사'가 부제. '이주의 발견'으로 꼽지 않은 건 처음 소개된 저자가 아니라서다. '크리스토퍼 래시'로는 더 검색되는 책이 없지만, '크리스토퍼 래쉬'라는 저자명으로는 이미 세 권의 책이 나왔었다(현재 두 권이 절판된 상태이고, 대표작 <나르시시즘의 문화>(문학과지성사, 1989)는 아예 검색이 안된다).

 

 

 

<진보의 착각>에는 아직 저자 소개가 붙어 있지 않은데, <여성과 일상생활>의 저자 소개를 가져오면 이렇다. "서구 사회에서 여성과 가족의 역할에 대해 연구한 역사가. 1932년 미국 네브라스카 주에서 태어났다. 하버드 대학을 졸업하고 콜럼비아 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로체스터 대학의 사학과 교수로 재직했으며 1994년에 사망했다. 지은책으로 <엘리트의 반란과 민주주의의 배반>, <미국의 신급진주의>, <최소의 자아>, <참되고 유일한 천국>등이 있다." 소개된 책들 가운데 <참되고 유일한 천국>이 <진보의 착각>의 원제다.

 

 

래시에 대해서는 예전에 한번 언급한 적이 있다. 찾아보니 2008년 여름에 쓴 페이퍼에서였는데, 비슷한 역할의 사회비평가 러셀 자코비와 함께 연상됐기 때문이었다. 그때, 그러니까 8년 전에 이렇게 적었다.

'자코비'는 최근에 들춰본 에드워드 사이드의 <권력과 지성인>(탑, 1996) 4장에서도 미국 지성사를 다룬 <마지막 지식인들(The Last Intellectuals)>이 자세하게 언급되고 있어서 다시금 상기하게 된 이름이다(국역본은 <최후의 지성인들>이라고 옮겼다). 알라딘에서는 검색도 되지 않는 책 <나르시시즘의 문화>(문학과지성사, 1989)의 저자 크리스토퍼 래쉬(라쉬)(1932-1994)가 왠지 자코비와 나란히 연상되었는데, 찾아보니 서로 긴밀한 교류를 나눈 사이이기도 하다(래쉬가 세상을 떠났을 때 자코비가 추모기사를 쓰기도 했다). 래쉬의 저작으론 <엘리트의 반란과 민주주의의 배반>(중앙M&B, 1999), <여성과 일상생활>(문학과지성사, 2004)이 더 번역돼 있다. 하지만 대표작인 <나르시시즘의 문화>가 절판된 건 유감스럽다. 1970년대 미국문화를 분석하고 있는 책이지만 요즘 우리의 모습과도 무관하지 않아 보이기 때문이다. 

 

 

말이 나온 김에 절판된 <엘리트의 반란과 민주주의의 배반>과 <나르시시즘의 문화>도, 시의성을 따져봐야겠지만, 다시 나오면 좋겠다. <진보의 착각>은 어떤 책인가.

진보는 과연 우리를 장밋빛 미래로 데려갈 것인가? 미국의 저명한 역사가이자 사회비평가인 크리스토퍼 래시는 미래를 위협하는 것은 좌우의 이념 공방이 아니라 사회 내부의 심리적·문화적·정신적 기초의 와해이며, 지금 진보에 필요한 것은 극단적으로 냉소하거나 낙관하는 대신 한계를 명확하게 직시하는 ‘서민의 철학’이라고 주장한다. 인간의 무한한 욕망을 모두 만족시키는 천국은 없으며, 삶의 고통과 한계에 승복하고 끊임없이 성찰하는 서민적 영웅들이야말로 미래를 만들어나갈 주역이라는 것이다. 이 책은 진보에 관한 논쟁을 이끌어온 주요 비평가들과 그 사상적 배경을 체계적으로 정리함으로써 이 시대의 진보가 나아가야 할 근본적인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그의 통찰이 오늘의 시점에도 유효할지 일독해봐야겠다('서민'은 어떤 단어의 번역일까?). 참고로 번역은 전문번역가 이희재 씨의 솜씨다...

 

14. 04. 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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