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의 저자'는 국내외 비평가들이다. 먼저 문학비평가이자 전방위 인문학자 도정일 선생의 산문집이 출간됐다. 산문집 두 권이 '도정일 문학선'의 1,2권으로 나왔는데, 아직도 책으로 묶이지 않은 상당한 분량의 원고가 있다는 게 출판계의 정설이다. 몇 권으로 마무리될지가 궁금하다(짐작엔 저자나 편집자도 모를 듯하다,싶었는데, 목록을 보니 일곱 권이다). 정말 오랜만에 묶인 책들에 대한 소개는 이렇다.

 

전방위 인문학자 도정일의 산문집 <쓰잘데없이 고귀한 것들의 목록>, <별들 사이에 길을 놓다>가 함께 출간되었다. 문학동네 '도정일 문학선'의 시작을 알리는 이번 산문집 두 권은 저자의 첫 평론집 <시인은 숲으로 가지 못한다>(1994)가 출간된 지 20년, <시장전체주의와 문명의 야만>(2008)이 출간된 지 6년 만에 나오는 단독 저작이다. 바쁘게 지내느라 그간 저서 출간에 인색했던 그가, 자신이 "한 200년 사는 줄" 안 "바로 이반 이상의 바보 도반"이라 자평하는 그가 본격적으로 자신의 저작물을 정돈해 세간에 내놓기 시작한 것이다. < 쓰잘데없이 고귀한 것들의 목록>(1권)과 <별들 사이에 길을 놓다>(2권)는 1993년부터 2013년까지 약 20여 년에 걸쳐 신문, 잡지 등에 발표된 도정일 산문의 정수를 엮은 것이다. 20여 년 동안 씌어진 글들을 한 권, 한 권으로 묶은 까닭에 글꼭지 말미에 발표지면과 시점을 밝혀놓았다.

 

언급된 대로, 도정일 선생의 책은 20년 전에 나온 <시인은 숲으로 가지 못한다>(민음사, 1994)가 처음이었고, 잡지에 발표한 글을 모은 <시장 전체주의와 문명의 야만>(생각의나무, 2008)이 아주 어렵게 목록 하나를 늘렸지만 현재는 모두 절판된 상태다. 막아놓았던 물꼬가 트인 만큼 걸출한 학자와 비평가로서의 면모가 더 환하게 드러나길 기대한다.

 

 

중견 미술비평가이자 미술사학자 박영택 교수의 책도 두 권이 한꺼번에 나왔다. <한국 현대미술의 지형도>(휴머니스트, 2014)는 '선구자 8명과 작가 109명의 계보가 그려낸 한국 현대미술의 풍경'이고, <애도하는 미술>(마음산책, 2014)은 한 가지 주제를 다룬 비평집으로 '죽음을 이야기하는 98개의 이미지'를 해설한다.

 

 

이주에 나온 석학 인터뷰집 <지식의 풍경>(휴머니스트, 2014)에도 대표 미술사학자로서 참여하여 인터뷰에 응하고 있다. 학자로서나 비평가로서 가장 부지런한 활동을 보여주는 듯싶다.

 

 

끝으로 독일 문학비평계의 '교황'이라고 불린 '괴물' 라이히라니츠키(1920-2013)의 자서전이 다시 나왔다. <나의 인생>(문학동네, 2014). 원제를 그대로 옮긴 것인데, 예전에 <사로잡힌 영혼>(빗살무늬, 2002)이라고 나왔다가 절판된 책이다. 작년에 <작가의 얼굴>(문학동네, 2013)이 다시 번역돼 나왔을 때 이 자서전에 대한 기대도 적었는데, 생각보다 일찍 나와서 반갑다. 소개는 이렇다.  

 

2013년 9월 18일, 독일의 문학평론가 마르셀 라이히라니츠키가 93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났다. 독일은 물론 세계 각국의 언론에서 일제히 그의 죽음을 알렸다. 요아힘 가우크 대통령과 앙겔라 메르켈 총리가 애도 성명을 발표했으며, 9월 26일 치러진 그의 장례식에는 대통령을 비롯해 여러 분야의 유명 인사들이 대거 참석했다. 생전에 그는 ‘문학의 교황’이라 불렸다. 독일 문단에서 그의 영향력은 절대적이었다. 대부분의 작가들이 작품을 발표하고 나면 그가 내릴 ‘평결’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그의 혹평을 읽고 몸서리치며 분노한 작가가 부지기수였다. 아무리 가까운 동료 작가라도 작품이 시원찮으면 그의 예봉을 피해 가지 못했다. 그래서 그는 친구보다 적이 많았다. 1960년부터 2000년까지 40년간 무려 8만 권이 넘는 책을 비평했지만, 그의 장례식에 독일 작가들은 거의 참석하지 않았다. '교황'은 그렇게 권좌에서 내려와 자신의 유일한 고향이자 안식처인 '문학'으로 돌아갔다. 이 책 <나의 인생>은 마르셀 라이히라니츠키 개인이 남긴 유일한 자서전이자 20세기의 비극을 돌아보는 우리 시대의 중요한 회고록이다.

책의 부제대로, '어느 비평가의 유례없는 삶'을 들여다볼 수 있는 좋은 기회다...

 

14. 03. 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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