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산세계문학총서의 하나로 다닐로 키슈(1935-1989)의 <죽은 자들의 백과전서>(문학과지성사, 2014)가 출간됐다. 제목이나 저자보다 사실은 동유럽 문학, 특히 구 유고슬라비아 출신 작가의 대표작이라는 게 나로선 흥미를 갖는 이유다. 발칸 지역의 역사와 문학에 대해 관심을 기울이는 중이어서다.

 

 

 

다닐로 키슈의 작품은 <보리스 다비노비치의 죽음>(책세상, 2003)이 10년도 더 전에 나왔고, '다닐로 키쉬'를 저자명으로 나온 <안디의 벨벳 앨범>(현대문학, 1999)은 절판된 상태다. 1983년작 <죽은 자들의 백과전서>는 어떤 작품인가.

이보 안드리치와 함께 '유고슬라비즘의 이상을 가장 잘 표현해낸 작가'로 지칭되며, 이스마일 카다레, 밀란 쿤데라, 체스와프 미오슈와 함께 동유럽의 대표작가로 평가받는 유대계 세르비아인 작가 다닐로 키슈의 최후의 역작. 온갖 민족과 종교, 이데올로기가 충돌하는 '유럽의 화약고'에서 태어나 어렸을 때 홀로코스트로 아버지를 잃고, 나치 체제와 사회주의 정권의 공포정치를 겪으며 자란 키슈는 전쟁으로 야기되는 인간의 고통을 다루며 시대의 아픔을 오롯이 표현한 작가였다. 또한 유고의 보수적이고 관료적인 정치계와 어용 문단을 꾸준히 비판해 보수 진영의 표적이 되기도 했다. 이러한 다닐로 키슈의 사상과 문학세계가 잘 구현된 것이 연작소설집 <죽은 자들의 백과전서>다. 이 작품으로 다닐로 키슈는 유고연방의 권위 있는 문학상인 '이보 안드리치 상'을 받았고, 프랑스 정부로부터 '예술과 문학 기사 작위'를 받기도 했다.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유고의 대표작가 이보 안드리치와 같이 언급되는데, 연대기이자 서사시 <드리나강의 다리>의 독특한 서술과 구성을 고려하면 <죽은 자들의 백과전서> 역시 예사롭지 않은 작품일 거란 예감이 든다.

 

 

 

발칸의 대표적 작가로는 알바니아 작가 이스마일 카다레를 꼽을 수 있지만 불가리아 작가 요르단 욥코프의 <발칸의 전설>(문학과지성사, 2006)과 역시나 구 유고 작가 두샨 코바체비치의 <옛날 옛적에 한 나라가 있었지>(문학과지성사, 2010)도 국내에 소개돼 있다. 역사서로는 마크 마조워 <발칸의 역사>(을유문화사, 2014)가 최근에 다시 나왔고.

 

 

 

<옛날 옛적에 한 나라가 있었지>는 구 유고의 대표감독 에미르 쿠스투리차(에밀 쿠스트리차)의 <언더그라운드> 원작으로 알려져 있는데, 말이 나온 김에 덧붙이자면 쿠스투리차가 <드리나강의 다리>도 영화화한다는 얘기가 있다. 일종의 '메가 프로젝트'일 텐데, 엎어졌는지 계속 진행중인지 궁금하다. 제작중이라면 가장 기대되는 영화 중의 하나다.

 

 

14. 03. 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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