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기온이 영하 10도 이하로 떨어졌다고 한다. 어젯밤부터 낌새가 있었지만 며칠 한파가 지속된다니 건강에 유의들 하셔야겠다. 사실 북미 지역을 강타하고 있다는 '살인 한파'에  비하면 애교스런 수준이지만. 영하 20도 이하가 계속되고 있고, 체감온도는 심지어 영하 70도까지도 떨어진 곳도 있다고 한다. 기록적인 한파로 2억명이 추위에 시달린다고 하니 얼핏 <설국열차>의 분위기를 떠올리게 한다. 기상 전문가들은 지구 온난화를 한파의 원인으로 지목한다는데, 지구 온난화로 편서풍 제트기류가 약해져 극지의 회오리바람(폴라 보텍스)이 북미까지 내려와서 벌어진 일이라는 것이다. 방패막이 약해지면서 시베리아성 추위가 남하한 거라는 얘기다.

 

 

 

기후를 키워드로로 삼자니 최근에 나온 <기후문화>(성균관대출판부, 2013)가 떠오른다. <기후전쟁>(영림카디널, 2010)으로 처음 소개됐던 독일의 사회심리학자 하랄트 벨처가 공저한 책이다. 부제는 '기후 변화와 사회적 현실'. 문제의식은 무엇인가.

 

기후 변화에 대한 연구는 아주 오랫동안 기상학자· 해양학자· 빙하학자들만의 전담 영역이라 생각되어 왔다. 그러나 아주 ‘인간적인 맥락’에서 초래되었던 기후온난화의 여파 속에서, 기후 변화가 몰고 오는 영향력은 그저 자연과학적이거나 기상학적인 차원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지금도 전 지구적으로 관측되는 어마어마한 기후(또는 자연) 변화 앞에서 인간은 제대로 파악하지도 못한 새로운 도전들에 봉착해 있다. 이러한 도전을 극복하는 것은 과학기술의 과제일 뿐만 아니라, 이젠 사회적이며 문화적인 과제이기도 하다. 이 책은 문화학· 사회학· 철학· 역사학· 법학· 경제학· 문학· 고전 문헌학· 정치학· 저널리즘 등 일반적이고 관습적인 기후 연구의 맥락 외부에 있던 다양한 분야의 필진들이 기후 변화를 둘러싼 다양한 평가들을 분석하면서, 기후 변화의 문제가 어떤 사회적 차원을 획득하는지 그리고 기후 변화가 어떤 이유에서 문화 변화로 이어질 수밖에 없는지, 문화적 담론 차원에서 기후 변화를 입체적으로 관찰해 낸 결과다.

<기후전쟁>도 비슷한 문제의식을 다룬다. '기후변화가 불러온 사회문화적 결과들'이 부제. 우리의 경우도 한파로 노숙자들이 동사하는 일이 드물지 않게 일어나고 있는데, 기후전쟁이 갖는 계급전쟁적 의미다.

세계적인 기후변화로 인해 개별 국가와 사회는 물론 전 지구적으로 심각한 갈등이 야기되고, 변화된 환경에서 살아남기 위한 생존 경쟁은 폭력을 통해 표출되고 있으며, 인간은 이러한 변화에 대응하기에는 무기력하다고 말한다. 이 책은 식수와 토지를 둘러싼 분쟁, 인종청소, 빈곤국에서 계속되는 내전 및 끝없는 난민들의 행렬 등 이미 현실이 되어 버린 상황을 명확하게 보여준다. 그리고 이상기후는 더 이상 자연과학의 문제만이 아니라 정치ㆍ사회ㆍ문화적 문제이기 때문에 기후변화가 계급, 종교적 신념, 그리고 자원에 대한 문제와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인간의 공존을 위협하고 있다고 말한다.

요컨대 기후가 '문화'이고 '전쟁'이라는 것. <기후전쟁>에 대해 이진우 에너지기후 정책연구소 상임연구원은 이렇게 평했다.

저자는 기후 변화에 사람들이 둔감해지고, 이를 단지 자연현상으로만 인식하게 되는 순간 기후 변화가 참혹한 결과를 가져올 것임을 간파한다. 기후 변화를 야기한 것은 우리 삶의 방식과 현재 사회의 시스템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현대화에 대한 반성’이라는 시각에서 에너지 집약 방식의 서구형 발전 모델이 아니라 시각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요구하고 있다.

추위에 떠는 와중에도 그런 시각의 전환에 대해서 잠시 생각해보는 하루가 됐으면 좋겠다...

 

14. 01. 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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