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첫 주의 '이주의 저자'를 고른다. 물론 책은 대부분 '작년'에 나온 것이다. 제일 먼저 다섯 권으로 기획된 '고종석 선집'의 첫 권으로 그의 단편소설을 묶은 <플루트의 골짜기>(알마, 2013)가 출간됐다.

 

 

 

"고종석은 그간 두 권의 단편소설집을 단행본으로 펴낸 바 있다. <제망매>(1997)와 <엘리아의 제야>(2003)가 그것이다. 두 단행본 모두 현재 절판 상태로 시중에서 만나볼 수 없다." 그러니 고종석의 고정 독자와 새내기 독자는 그의 소설들을 이 책을 통해서만 만나볼 수 있다. 사실 나는 <제망매>도 <엘리아의 제야>도 다 갖고 있지만 당장은 찾을 수가 없길래 요긴한 선집이다. 지난해 고종석은 개정판들 외에도 인터뷰집 <고종석의 낭만 미래>(곰, 2013)과 소설 <해피 패밀리>(문학동네, 2013)를 펴냈다. 전집성 선집을 묶기엔 일러 보이는 나이지만, 절필을 선언한 마당인지라 '정산'해보는 것도 의미가 있겠다. 차분하게.

 

 

다재다능한 영화평론가 이동진의 부메랑 인터뷰도 그 둘째 권이 나왔다. <이동진의 부메랑 인터뷰 그 영화의 시간>(예담, 2014)이다. <이동진의 부메랑 인터뷰 그 영화의 비밀>(예담, 2009)을 좀 뜸을 들이다가 구입한 바 있는데, <필름 속을 걷다>(예담, 2007)처럼 따로 나오는 게 아니고 시리즈로 나오니 또 구색을 맞추지 않을 수 없다. 소개는 이렇다.

이동진 영화평론가가 확고한 자신의 색깔을 지니고 작품을 발표하고 있는 한국 대표 영화감독 박찬욱, 최동훈, 이명세 감독과 나눈 특별한 인터뷰를 모은 책이다. 영화 속 대사들에서 끌어낸 질문을 통해 감독들의 삶과 작품세계 깊숙한 곳으로 들어가보는 독특한 형식을 갖고 있는 이 책은 한 감독당 대여섯 번씩, 길게는 한 번에 열 시간씩 인터뷰한 결과, 원고지 약 3,000여 매에 달하는 방대한 양을 통해 어느 곳에서도 접할 수 없었던 깊고 내밀한 내용을 선보인다.

이른바 '심층 인터뷰'다. 언젠가 작가 김연수도 비슷한 말을 했는데, 이런 인터뷰 기획이 문학판에서도 이뤄지면 좋겠다는, 재미있겠다는 생각을 개인적으로 갖고 있다('장면'들이 약해서 재미 없으려나?). 참고로 2009년에 나온 <부메랑 인터뷰>에서는 "<잘 알지도 못하면서>의 홍상수, <마더>의 봉준호, <다찌마와 리>의 류승완, <쌍화점>의 유하,<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의 임순례, <가족의 탄생>의 김태용 등 현재 우리 영화계에서 관객과 평단의 호평을 받고 있는 대표 감독들과의 인터뷰를 담았다."

 

  

 

프랑스의 철학자, 더 좁게는 현상학자 미셸 앙리의 <야만>(자음과모음, 2013)도 눈길을 끄는 책이다. 앙리의 책으론 <물질 현상학>(자음과모음, 2012), <육화, 살의 철학>(자음과모음, 2012)에 이어서 세번째로 나온 책. 주제로는 가장 흥미를 끈다. 그는 무엇을 야만이라고 보는가.

미셸 앙리에게 문화는 '삶의 자기 변화'이자 '자기 성취'다. 그리고 미셸 앙리는 우리 시대를 야만의 시대로 규정한다. 야만의 시대, 곧 우리 시대에 가능한 문화란 없다. 야만은 문화가 싹트기 전이 아닌 문화가 죽기 시작하는 바로 거기에 그 얼굴을 내민다. 야만에 관한 미셸 앙리의 진단에 귀를 기울여야 하는 이유는 문화의 '폐허'로서 야만이 정치, 경제, 사회 전반에 이미 빠르게 진행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중 성형과 자살은 야만이 낳은 많은 폭력 가운데 하나로 볼 수 있으며, 자본과 기술 이데올로기에 잠식당한 '대학의 파괴'’를 예로 들 수 있다. 미셸 앙리에 따르면 모든 폭력의 기원에는 문화의 원천이자 야만의 원천으로서 삶의 본래적 에너지가 있다. 야만은 그 에너지의 제거가 아니다. 에너지의 억압이고 억압된 에너지의 방출로 이해된다. 미셸 앙리의 분석과 진단에서 더욱 놀라운 것은 근대 과학을 통한 삶의 배제가 종국에는 삶의 자기 부정이란 점이다.

 

자세한 건 책을 읽어봐야 알겠다. 다행히 크게 부담스럽진 않은 분량이다. 게다가 영어본도 나와 있어서 바로 주문해놓았다(2012년 여름에 나왔으니 한국어판과 별로 차이 나지 않는다).

 

이로써 소설과 영화와 철학, 3종 세트로 새해 첫주를 시작할 수 있게 됐다. 나쁘지 않다...

 

14. 01. 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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