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자는 어린이 철학과 성인 철학의 구분이 어디 있느냐고 말하지만(초급철학과 고급철학의 구분이 없다는 이유에서) 출판 관계자들은 그렇게 보지 않는다. 둘은 다른 카테고리고, 그렇게 구분돼 책이 나온다. 최근 프랑스 철학자 미셸 퓌에슈의 '나는, 오늘도' 시리즈(전9권)가 나온 걸 보고 느낀 점 두 가지는 프랑스에서도 이런 책이 나오는구나, 라는 것과 우리에겐 이게 성인용 철학서로구나, 라는 것이다. 소개는 "나를 움직이게 하는 철학책 '나는, 오늘도' 철학 에세이 시리즈. 이 시리즈의 목적은 우리가 느끼고, 행동하고, 생각하는 것들을 다시 한 번 찬찬히 살펴봄으로써, 삶을 각자가 생각하는 더 나은 방향으로 변화시켜보자는 것"이라고 돼 있다.

 

 

권수로는 아홉 권에 이르지만 권당 100쪽 안팎의 분량이고, 일러스트와 여백이 많은 책이라서 30분이면 두 권도 읽을 수 있다. 중고등학생이나 철학이라는 말만 들어도 인상이 찌푸려지는 성인 독자가 부담 없이 읽어볼 만한 분량과 내용이다(내가 읽은 몇권 중에서 말하자면 <말하다>가 워스트, <버리다>가 베스트다). 원서를 찾아보니 이런 표지다.  

 

 

<말하다>의 표지인데, 솔직히 번역본보다는 더 나아 보인다. 나는 간명한 단색 취향이 아닌가 보다. 시리즈의 원제목은 '철학자?'다. 저자 퓌에슈는 어떤 인물인가.

파리 소르본 대학의 철학 교수. 철학적 사고와 개념들을 널리 전파하는 데 힘쓰며, 2000년 어린이용 철학서 <철학 맛보기 Gouters Philo> 시리즈의 출간에 참여하여 25권을 공동집필했다. 급변화하는 21세기를 살아야 하는 현대인들을 위해 2010년부터 2년 동안 <나는, 오늘도 Philosopher?> 시리즈 9권을 집필했다. 철학적 개념을 인간의 몸과 마음의 행동과 생각을 통해 풀어내는 저자의 집필방식은 사람들이 실제로 몸과 마음을 움직여 삶을 변화시키는 데까지 나아가게 한다.

 

 

놀랍게도 그 <철학 맛보기> 시리즈가 이미 완역돼 있다. 몇 권까지 나와 있는지 모르지만, 번역서는 30권까지 나와 있다(이 시리즈는 표지도 원서와 똑같다).

프랑스의 초등학교 고학년 이상의 학생들을 대상으로 출간된 '철학 맛보기' 시리즈. 말과 표현의 논리적 쓰임을 재미있는 이야기를 통해 알기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해준다. 철학 교육을 가장 중시하는 프랑스에서도 학습 교재를 잘 만들기로 유명한 밀랑(NILAN) 출판사의 책으로, 프랑스를 비롯한 세계 각지에서 높은 인기를 누리며 꾸준하게 읽히고 있다.

나로선 이런 책을 읽힐 만한 초등학생이 없기에 그냥 표지만 보고 말지만, 초등학생 자녀를 둔 부모라면 한번 검토해볼 만하다. 그러니까 순서를 따르자면 <철학 맛보기>에서 <나는, 오늘도>로 넘어가는 셈. 거기까지 읽고 나면 무얼 더 읽을까.

 

Apprendre à philosopher avec Montaigne - HERVÉ CAUDRONApprendre à philosopher avec Descartes - THIBAUT GRESSApprendre à philosopher avec Marx - OLIVIER DEKENSApprendre à philosopher avec Bourdieu - ADELINO BRAZ

 

같은 프랑스 쪽을 보니 '철학자와 함께 철학 배우기' 시리즈가 있다. <몽테뉴와 함께 철학 배우기> 같은 식이다. 각권의 저자는 다르며 현재 22권까지 나와 있다. 아래는 <헤겔>.

 

Apprendre à philosopher avec Hegel - CLAIRE PAGES

 

아마 이 정도가 고등학생부터 대학생, 그리고 성인 일반을 위한 교양철학서가 아닐까 싶다. 물론 이런 가이드북과 함께 철학 고전에 직접 도전해 보는 것도 철학과 친숙해지는 한 가지 루트다...

 

13. 12. 14.

 

 

P.S. 번역서 가운데 청소년 철학서로 국내에서 많이 읽힌 책은 요슈타인 가아더의 <소피의 세계>(현암사, 1996)다. 나는 세대가 달라서 그보다 먼저 윌 듀란트의 <철학 이야기>(봄날의책, 2013)로 입문했다. 고3 때의 일이다. 그리고 대학 1학년때 읽은 게 러셀의 <서양철학사>(을유문화사, 2009)였다. 똑똑한 학생이라면 <철학이야기>와 <서양철학사>를 원서로 읽는 것도 좋겠다. 다시 대학생이 된다면 그렇게 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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