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근대사를 다룬 책이 나오는 건 전혀 새로운 뉴스가 아니지만, 덜 주목받은 분야나 주제의 책이라면 주목해봄직하다. 이덕일의 역사평설 <잊혀진 근대, 다시 읽는 해방전사>(역사의아침, 2013)와 한일 역사학자들이 같이 쓴 <종교와 식민지 근대>(책과함께, 2013)가 그런 경우다.

 

 

먼저, <잊혀진 근대>는 작년에 나온 <근대를 말하다>(역사의아침, 2012)의 속편 격이다. 저자는 "필자는 이미 <근대를 말하다>에서 민족주의 계열 삼부의 무장투쟁에 대해 서술했다. 그러므로 이 책에서는 사회주의 및 아나키즘 운동사에 대해서 다루고자 한다"고 적었다. 전체 5부 가운데 일제하 사회주의 운동사와 아나키즘 운동사가 책의 1, 2부를 구성한다. 좀더 자세한 설명으론 이렇다.   

한국 근대사는 1945년 해방 이후 냉전체제가 고착화되면서, 일제와 맞서 싸웠던 독립운동 세력마저 이념적 취사선택에 따라 서술되어야만 했다. 즉, 독립운동의 바탕이 되었던 삼부三府 무장투쟁론이 아닌 외교독립론 위주로 논의되었으므로, 사회주의나 아나키즘을 바탕으로 한 독립운동사는 더욱 역사 속에 잊히고, 묻히고, 지워질 수밖에 없었다. 한편 현재 일본의 우경화 바람은 1930-40년대 전 세계를 전쟁으로 몰고 갔던 군국주의 체제를 청산하지 못한 데 그 근본적인 원인이 있다. 그러나 그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동아시아 평화를 위협했던 일제의 제국주의적 침략과 학살의 전말을 제대로 살펴볼 기회가 없었기 때문이다.


근대사 중에서도 1918-1945년까지의 역사는 주요 테마로 다루지 않았던 부분이자, 우리에게 가장 낯선 역사이기도 하다. 특히 사회주의와 아나키즘 운동사는 시대를 휩쓴 이념과 사상의 영향을 받아 국제적인 성격을 가졌기 때문에 민족주의 독립운동과는 다른 양상으로 전개된다. 일제 군부와 파시스트가 이웃 국가에 저지른 만행과 학살은 잘 알고 있지만, 그들의 정신세계에 대한 분석은 미흡했던 게 사실이다. 저자는 이런 점에 천착해 그동안 근대사에서 잘 다루지 않았던 주제를 선정하고, 인물과 사건 중심으로 역사적 과정을 서술하면서 새로운 근대 패러다임을 제시한다.

 

 

한편, <종교와 식민지 근대>의 부제는 '한국 종교의 내면화, 정치화는 어떻게 진행되었나'이다. "식민지 조선은, 새로운 '종교' 개념을 만들어낸 서구인들과 그것을 식민지 조선으로 가지고 들어온 일본인들과 그 전파 대상인 한국인들이 어울려 만들어낸 종교와 유사종교와 민족주의가 서로 얽혀 있는 복합적인 시공간이었다"는 게 출발점. 한일 동시 출간을 목표로 했으나 일어판이 지난 1월에 먼저 나왔다고 한다. 일어본의 제목은 <식민지 조선의 종교>다.

이 책은 이 시기에 종교 개념이 어떻게 법을 통해 제도화되었으며 식민지민들의 기억 속에 내면화되어 갔는지를 살펴봄으로써 동아시아라는 장에서 펼쳐진 근대 경험을 총체적으로 대상화하는 작업을 시도하였다. 서구적 '종교' 개념에서 탈피하여 이를 바탕으로 동아시아 지역의 종교를 다시 생각해보자는 의도로 작년에 진행된 국제 심포지엄 <식민지 조선과 종교―트랜스내셔널 제국사 서술을 위하여>의 결과물이기도 한 이 책은, 앞서 <植民地朝鮮と宗敎>(磯前順一尹海東 編著, 三元社)라는 제목으로 일본어판이 출판되기도 했다.

 

식민지 시기 종교에 관해서는 주로 일본의 종교정책과 민족운동으로서의 종교운동에 초점을 맞춘 연구서들이 나와 있다. <종교와 식민지 근대>는 일본 학자들도 참여한 만큼 좀더 폭넓은 시각으로 이 시기 종교 문제를 다루었을 것으로 기대된다...

 

13. 11.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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