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사회학자 게오르크 짐멜의 주저 <돈의 철학>(길,2013)이 드디어 다시 번역돼 나왔다. 예전에 한길사에서 번역돼 나왔다 절판된 책이다. 학부시절엔 흔하게 볼 수 있었던 책이지만 정작 당시엔 그다지 흥미를 갖지 못했었다(돈에 관심이 없었던 것일까?). 그리고 한참 지나고 나서 관심을 갖게 되자 책은 이미 절판된 지 오래된 상황. 김덕영 교수의 번역으로 다시 나온다는 예고에 영역판도 진작에 구해놓고 있던 터이다.

 

 

김덕영 교수는 막스 베버의 <프로테스탄티즘의 윤리와 자본주의 정신>(길, 2010)에 이어서 이번에 짐멜의 주저를 우리말로 옮김으로써 독일의 이 걸출한 사회학자 (재)수용에 획기적인 전기를 마련했다고 할 수 있다. 어떤 책인가.

돈의 문제를 사회학적, 심리학적, 철학적 영역으로 확장하여 논구한 게오르그 짐멜의 대표작. 그는 다양한 경험과학 및 철학의 틀로 인간, 사회, 문화, 역사의 문제를 담아냄으로써 다차원적 모더니티 담론과 포스트모더니티 담론을 구축했는데, 이번에 펴낸 그의 책에서는 경험적 현실세계로 임하는 철학을 제시하면서 인간의 삶과 문화의 심층에 철학적 측연을 던지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문자, 증여와 함께 장기적인 공부 테마로 삼고 있어서 화폐에 관한 책은 주섬주섬 모으고 있는 처지인데, 이마무라 히토시의 <화폐 인문학>(자음과모음, 2010) 같은 책이 내겐 유익한 자극이다. '괴테에서 데리다까지'를 부제로 한 이 <화폐 인문학>에서 저자가 다루고 있는 책이 바로 짐멜의 <돈의 철학>(<화폐의 철학>)과 괴테의 <친화력>, 그리고 앙드레 지드의 <위폐범들> 등이다(거기에 루소의 <언어의 기원>과 데리다의 <그라마톨로지> 등이 더해진다).

 

 

 

모두 복수의 번역본이 나와 있는 터에 <돈의 철학>이 추가됨으로써 독서에 깊이를 부여할 수 있게 됐다. 나름대로 '열공'하면 1-2년 후에는 이 주제로 강의도 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한다(나의 지론이지만 우리는 가르침으로써 더 잘 배우게 된다).

 

여하튼 반가운 마음을 적는다. 두께가 두께인 만큼 책값이 꽤 센 편이지만, 없는 돈을 털어서라도 <돈의 철학>은 서가에 꽂아둘 만하다. 그런 게 사실 '돈의 철학' 아닌가...

 

13. 10.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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