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연휴가 시작됐다. 한창 이동중인 분들이 많을 텐데, 나로선 처가나 친가나 모두 가까이에 있기에 '이동'에 대한 감은 몇년 전부터 없어졌다. 연휴로 미뤄놓은 일들이 잔뜩이라 연휴라고 특별히 기분 낼 일은 아니지만, 잠시 쪽잠을 자고 일어난 뒤풀이로 연휴 기념 페이퍼를 적는다.

 

 

 

별건 아니다. 이번주 한겨레21에서 웅진지식하우스 김보경 대표의 칼럼 '김보경의 좌충우돌 에디팅'을 읽고서 새롭게 발견한 책 얘기다. 편집자들이 작년 송년 기념회 때 '괴서 교환하기' 행사를 가졌다 한다. <철학남자>, <코파기의 즐거움> 등이 편집자들이 들고 온 괴서였다. 하지만 최고의 괴서로 꼽힌 책은 "쇠고기, 돼지고기, 닭고기에 대한 82가지 부위별 특징 및 용도를 수록한 <고기수첩>이었다"고. 그래서 찾아보니 주선태의 <고기 수첩>(우듬지, 2012)은 '구르메 수첩 시리즈'의 하나다. '괴서'라고 하지만 나름 멀쩡한 책인 셈.

 

 

 

한술 더 떠서 이 시리즈에는 <고기 수첩> 말고도 꽤나 유용한 실용서로 보이는 책들이 망라돼 있다. 오늘 같은 날엔 <나물 수첩>이나 <생선, 해산물 수첩>도 썩 어울리지 않을까(가장 많이 팔린 건 <소스 수첩>이고, 가장 최근에 나온 건 <과일 수첩>이다). 내가 주부라면 한질 장만해놓고픈 시리즈다. 

 

 

 

<고기 수첩>에 견줄 만한 책으로 지난주에 나온 건 황선도의 <멸치 머리엔 블랙박스가 있다>(부키, 2013)다. '물고기 박사 황선도의 열두 달 우리 바다 물고기 이야기'가 부제. 저자는 "30년간 우리 바다에 사는 어류를 연구해 온 물고기 박사". 그리고 책은 "1월 명태, 4월 조기, 10월 고등어 등 우리 밥상에 늘 오르는 대표 물고기 16종을 월별로 선정하여 생태는 물론 이름의 유래와 관련 속담, 맛있게 먹는 법, 조사 현장에서 겪은 재미난 일까지 맛깔나게 들려준다."

 

이와 비슷한 종류의 책이 또 있었던가? 떠오르는 건 김준의 <바다맛 기행>(자연과생태, 2013)이다. '바다생물과 우리 음식문화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책. 바다에서 밥상 쪽으로 초점을 좀더 옮기면 정환정의 <서울 부부의 남해 밥상>(남해의봄날, 2013)과도 만날 수 있다. 남해안 통영에 정착한 젊은 서울 부부의 로컬 푸드 순례기다. 음, 문득 자주 가 보진 못한 남쪽 바다의 경관이 보고 싶군...

 

 

아무튼 명절의 푸짐한 밥상머리 앞에서 펴보면 좋을 듯싶어서 고기와 멸치 애기를 꺼내보았다. 무탈한 귀향길들이 되시길...

 

13. 09.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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