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의 저자'도 마저 골라놓는다. 이번주엔 작가들로만 골랐다. 먼저 프랑스 작가 조르주 페렉. '조르주 페렉 선집'의 세번째 책으로 <잠자는 남자>(문학동네, 2013)가 출간됐다. <어느 미술애호가의 방>(문학동네, 2012)와 <인생 사용법>(문학동네, 2012)에 뒤이은 책이다.

 

 

<잠자는 남자>는 <인생 사용법>에 비하면 '애교스런' 분량으로 1967년작. "작가의 젊은 시절을 가늠하게 하는 사회학적 자전소설로, 이십대 중반 주인공 '너'의 파편화된 의식이 좇는 (반)의식 상태의 기행을 이인칭으로 풀어낸 독특한 소설이다. 1974년 베르나르 케이잔 감독과 공동 연출하여 당해 최고의 신진 영화인에게 수여되는 장 비고 상을 수상했다."

 

 

이로써 국내에 소개된 페렉의 책은 6종이 됐다(2종은 중복돼 나왔다). "20세기 후반 프랑스 문학을 대표하는" 실험적 작가의 대표작들을 한국어로도 읽을 수 있다는 사실, 이 생각하면 좀 놀랍기도 하다.

 

 

 

그만큼 놀라운 건 독일 작가 W. G. 제발트의 책들이 번역되고 있다는 점. 이번엔 <공중전과 문학>(문학동네, 2013)이 출간됐다. 국내에 소개된 네번째 책으로 소설이 아니라 문학론이다.

 

1997년 스위스 취리히 대학에서 진행했던 강연과 후기를 정리하여 묶은 '공중전과 문학', 강연 주제의 문학적 사례인 작가 논문 '알프레트 안더쉬'로 구성되어 있다. 두 텍스트를 관통하는 주제는 전쟁과 폭력 앞에서 입을 닫고 역사수정주의를 암묵적으로 지지했던 전후 독일문학에 대한 비판이다. 이미 전세가 기운 이차대전 말 영국군의 공습으로 희생된 수많은 독일인에 대해, 독일 국가와 문단 전체가 애도를 회피하고 과거를 수정하는 일에 몰두했다는 것이다. 그동안 누구도 꺼내지 못했던 민감한 주제를 담은 이 책은, 출간 당시 독일 사회의 격렬한 반응과 함께 이른바 '제발트 논쟁'을 불러일으켰다.

작가가 영국 대학에서 독일문학을 가르쳤던 독특한 처지에 있었기에 상대적으로 독일 문단에 대해 거리를 두는 게 가능하지 않았을까 싶다. 제발트의 열렬한 지지자였던 수전 손택이 평도 그렇다.

섬세하고 농밀할 뿐만 아니라 사물의 물성에 통달한 듯한 제발트의 언어는 한마디로 경이로움 그 자체이다. (…) 제발트처럼 국외에서 영원히 거주한 독일 작가만이, 그렇게 설득력 있는 고상한 목소리를 낼 수 있다.

아무튼 아직 본격적으로 읽지는 않았지만 관련 연구서까지 모으게 만들 만큼 제발트는 뭔가를 기대하고 꿈꾸게 하는 작가다(내년쯤에는 강의에서도 다루고 싶다).

 

 

그리고 중견작가 김원우. 그의 장편소설 <부부의 초상>(강, 2013)이 출간됐다. 내가 읽은 건 산문집 <산책자의 눈길>(강, 2008)이 마지막이었던 듯한데, 그 사이에 <돌풍전후>(강, 2011)도 있었다(제목과 달리 '돌풍'을 일으키진 못했다). 이번에 나온 소설은 얼핏 <모노가미의 새 얼굴>(솔출판사, 1996)을 떠올리게 한다. 결혼 문제를 다룬 소설일 거라는 짐작 때문이다. 책은 <스크린 앞에서>란 단편과 <부부의 초상>이란 장편으로 구성돼 있는데, 두 작품은 연작이다. 작가의 일러두기에 따르면, "이 책의 내용은 철두절미하게 우리의 세태, 제도, 인심, 풍속 등을 지은이 나름의 안목대로 그럴싸하게 조감해본 조작물"이다. 소개는 이렇다.

전작 <돌풍전후> 이후 2년 반 만에 내놓는 김원우의 장편소설. 작가 김원우의 소설 문장은 흔히 만연체로 이야기되곤 하지만, 그 풍성한 어휘와 맛깔 나는 말의 리듬감은 세상살이의 입체를 한껏 부각하면서 소설만이 그려낼 수 있는 인간 진실의 조망을 실답게 성취한다. 씹으면 씹을수록 진미가 우러나오는 특유의 문체는 그 자체만으로도 김원우 문학의 인장으로 손색이 없다. 그런데 이번 장편 <부부의 초상>에서는 전작 <돌풍전후> 때보다도 더 적극적으로 사투리를 소설의 문체에 끌어들이고 있는데, 작품의 무대인 대구와 경북 일원의 사투리가 인물들의 대사는 물론이고 그쪽 대구의 신문사에서 문화부 기자로 일하다 퇴직한 소설 화자의 지문에까지 버젓이 올라 있는 형편이다.

그 만연체 문장을 읽어나가는 기분이 어떤지 궁금한 독자라면 무더위 속에서 잘근잘근 읽어나가도 좋겠다...

 

13. 07. 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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