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주 '프레시안 books'에서 '3인 1책 수다'를 옮겨놓는다(http://www.pressian.com/article/article.asp?article_num=50130705133336&section=01). 이달의 커리로 다룬 건 김욱의 <정치는 역사를 이길 수 없다>(개마고원, 2012)다. 기대했던 것보다 흥미롭게 읽어서 저자의 <영남민국 잔혹사>(개마고원, 2007)도 주문해놓은 상태다. <법은 보는 법>(개마고원, 2009)는 어디에 있는지 찾아봐야 한다...

 

 

 

프레시안(13. 07. 05) 전두환은 못 했지만, 박근혜는 할 수 있다!

 

이권우 : <정치는 역사를 이길 수 없다>의 부제는 '박근혜·문재인의 사과가 말해주는 것들'입니다. 정치가들이 역사적 과오에 대해 사과하는 문제, 그리고 그 과오를 용서하는 문제를 다룬 책이지요. 매우 중요하고 민감한 부분이지만 사실 대중적으로 깊이 있게 논의되지 않은 주제를 저자 김욱 교수가 한 번에 써내려갔습니다.

저널리즘과 단행본의 차이가 여기 있습니다. 시사적인 주제를 단기간에 보도하는 저널리즘과 달리, 단행본은 그 주제를 보다 깊이 있게 파고들지요. 일본에서는 이렇게 능동적이고 빠르게 단행본을 펴내는 게 일반적인데, 우리에겐 아직 좀 덜 익숙한 경향입니다. <정치는 역사를 이길 수 없다>는 그런 의미에서 반가운 책이었습니다. 두 분은 어떻게 보셨는지요.

이현우 : 제목에서 받은 인상보단 책이 훨씬 재밌었고요. 정치적 사과라는 단일한 주제로 한 권 분량을 죽 밀고 가는 힘이 느껴져서 개인적으로 좋았는데, 생각만큼 책이 주목받진 못했다고 하니 아쉽습니다. 저자는 서문에서 작년 대선 당시 박근혜 후보와 문재인 후보가 각각 사과했던 내용에서 촉발되어 책을 기획했다고 밝힙니다. 대선 전에 집필을 시작하여 비교적 짧은 시간 동안 집중적으로 쓴 책이고요. 한때 대선 이후 영화 <레 미제라블>이 '멘붕(멘탈 붕괴) 치유'라는 명목으로 흥행했었는데, 이 책 역시 결코 비관적이지 않은 결론으로 마무리하고 있어서 그런 치유 성격에 좀 부합하지 않나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김용언 : 저도 2012년 대선에 대한 다른 각도의 결산이라는 측면에서 흥미롭게 읽었습니다. 당시 5.16쿠데타에 대한 박근혜 후보의 사과는 크게 보도가 되었는데, 민주당 분당에 관한 문재인 후보의 사과는 상대적으로 덜 주목받았던 것 같아요. 저 역시 문재인 후보의 사과가 어떤 면에서 의미 있는지 잘 이해 못한 상황에서 이 책을 읽었고, 민주당 분당이 영호남 갈등의 중요한 열쇳말이었음을 새롭게 알았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정치적 사과의 시작을 일제 강점기 청산, 즉 이광수와 최남선 등의 친일 작가로부터 시작하며 방점을 찍었다는 게 인상적이었습니다. 이 책 자체가 한국사회가 일제 강점기의 잔재가 제대로 해결되지 않은 상태에서 급박하게 한국전쟁을 겪었고 그 이후 이데올로기 대립의 장으로 존속되어왔음을 일별할 수 있는 좋은 자료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박근혜가 사과했다

이권우 : 2012년 대선 당시 박근혜 후보와 문재인 후보의 사과부터 먼저 얘기해볼까요. 박근혜 후보는 아버지인 박정희 전 대통령의 과오에 대한 사과를 지속적으로 요구받았는데요. 연좌제로 옭아매는 시대도 아닌데 딸이 아버지를 대신해 사과해야 하냐를 둘러싸고 논란이 있었죠. 어쨌든 박근혜 후보는 5.16과 유신, 인혁당 사건 등 과거사에 대해 공식 사과했는데요.

"5.16, 유신, 인혁당 사건 등이 헌법 가치를 훼손하고 대한민국 정치발전을 저해하는 결과를 가져왔다고 생각한다. 이로 인해 상처와 피해를 본 분들과 가족들에게 진심으로 사과드린다. 그 고통을 치유하기 위해 제 모든 노력을 다하겠다."(<정치는 역사를 이길 수 없다>, 94쪽)

여기 대해 저자는 "박정희의 딸 박근혜가 일단 '5.16은 정통성이 없다'는 것을 인정"했다는 사실에 대해 놀랐다며 그에 대해 큰 의미를 부여하지요. 저자의 평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이현우 : 2012년 9월 24일이었죠. 박근혜 후보의 사과가 대대적으로 보도됐을 때 분통을 터뜨린 극우주의자 조갑제의 반응도 인용됐는데요.

"박정희가 만든 역사는 박정희뿐만 아니라 모든 국민들이 함께 만든 역사인데, 총체적으로 5.16과 10월 유신을 스스로 부정함으로써 박근혜 씨가 중대한 위기에 서 있다고 생각한다. 정체성의 위기다."(168쪽)

조갑제조차 "박근혜 씨의 사과에는 진정성이 없다. 표를 얻기 위한 정치쇼이다"(169쪽)라고 폄훼할 만큼, 상당히 파괴력이 컸던 정치적 사과였다는 거죠. 아무리 정치적 이해관계가 엇갈린 정략적인 사과라 하더라도 모든 정치적 사과는 정치적 의미를 가진다, 속내와 무관하게 공식적으로 사과를 했다는 사실 자체가 중요한 정치적 전리품이다, 그 의미를 계속 지켜가는 게 중요하다고 저자는 주장합니다.

저는 이런 정치적 사과가 갖는 정치적 의미를 보존하기 위해서라도 우리가 더 잘 기억해야 하지 않나 싶습니다. 빚을 받으려면 빚을 줬다는 걸 기억해야 하잖아요? 저자의 결론처럼 궁극적으로 정치가 역사를 이길 수 없다고 할 때 그 역사의 승리를 보존하기 위한 중요한 방책이 기억이라고 생각합니다.

김용언 : 저자의 실리적인 현실 분석과 평가 자체에 대해서는 매우 흥미롭게, 배우는 심정으로 동감하며 읽었습니다. 하지만 역사가 정치를 이기고야 말 것이라는, 지치지 않는 민중에 대한 낙관적인 결론은 아직까지 확신이 가질 않습니다. 결코 아무런 반성을 하지 않았던, 정치적 변화가 아무런 현실적 영향을 미치지 못했고 현재까지도 '살아있는 자'로서 권력을 누리고 있는 전두환 같은 사람이 있잖아요.

이현우 : 저자의 표현대로라면 심신장애적 사과를 한 적은 있지요.(웃음)

김용언 : 네. 30년이 넘도록 그렇게 어떤 반성도 하지 않은 채 자신의 누릴 바만 즐기며 살고 있지요. 과연 역사가 정치를 이기는 것일까, 이 좁은 나라에서 지금껏 정치적·경제적 인맥이 촘촘하게 얽힌 채 서로의 이익 때문에 현재의 체제를 유지하려는 끈질긴 '노력'이 지속 중인데, 정말 거시적인 관점으로 조금씩 진보가 이뤄지고 있다며 확신할 수 있을지 아직 잘 모르겠습니다.

이현우 : 2007년 당시 박근혜는 한나라당 대선 후보 검증청문회에서 "5.16은 구국의 혁명이고, 유신은 역사의 평가에 맡겨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그 완강한 태도가 2012년 바뀌었다는 거죠. 그게 저자 보기에는 나름대로 역사의 진보이자 역사의 힘을 보여준 계기라고 하는 것입니다. 역사가들이 자주 쓰는 표현이 있지요. 역사가 지그재그로 좌충우돌할 순 있지만 궁극적으로 진보할 거라는 신뢰, 저자인 김욱 교수 역시 그 같은 신뢰를 이야기합니다. 제 의견으로는, 100퍼센트 객관적인 신뢰라기보다는 주관적인 결단도 포함되어 있지 않나 싶습니다. 즉 역사가 승리하게끔 만들어야 한다는 당위적 의미 역시 포함되어 있다고 봅니다.

 

이권우 : 박근혜가 박정희의 과오에 대해 사과하지 않을 거라고 다수가 생각했었고, 설령 사과한다 하더라도 진정성이 있겠냐 하는 반응이 많았는데 그런 예상이 틀렸던 겁니다. 저자의 문제의식은 어디까지나 '정치적' 사과입니다. 102쪽에 보면 "민주주의 제도는 '모든' 정치인에게 진정성이 없다는 것을 전제로 한다. 즉 그런 마음이 없더라도 그렇게 할 수밖에 없도록 제도로 강제하는 데 그 핵심이 있다"고 합니다. 결과적으로 정치인의 사과도 "'진성성 있는 마음과 말'이 아니라 '진정성 있는 마음이 없더라도 그렇게 할 수밖에 없는 말과 행동'"이라는 점에 초점을 맞춘 거죠.

당시 박근혜 후보가 사과 발언을 한 직후 부산시당에서 열린 대통령선거대책위 출범식에 참석해 싸이의 '강남스타일'에 맞춰 '말춤'을 춤으로써 진정성에 대한 공격을 받았지요. 하지만 저자는 그에 대해 "그녀의 진정성이 아니라 그녀의 사과 언설이 그 자체로 역사의 전리품"이라고 못 박습니다. 일반적 관점과는 다르죠.

물론 이명박 전 대통령 같은 예도 있습니다. 2008년 쇠고기 협상에 반발하여 대대적인 촛불시위가 일어났을 때 "아무리 시급히 해결해야 할 국가적 현안이라 하더라도, 국민들이 결과를 어떻게 받아들일지, 또 국민들이 무엇을 바라는지, 잘 챙겨봤어야 했습니다. 저와 정부는 이 점에 대해 뼈저린 반성을 하고 있습니다"(21쪽)라고 사과했지만, 2010년 5월에 이르면 "많은 억측들이 사실이 아닌 것으로 판명됐음에도 당시 참여했던 지식인과 의학계 인사 어느 누구도 반성하는 사람이 없다"(30쪽)면서 적반하장의 무책임한 발언을 했죠. 이런 예들 때문에 정치적 사과에 대한 진정성이 늘 의심받으며 평가절하되긴 했습니다만.

이현우 : 보통 냉소적인 지식인이나 대중들은 정략적인 사과에 진심이 담겨있지 않다면서 별로 중요하지 않다고 받아들였죠. 하지만 저자는 그런 정치적 사과가 굉장히 중요한 의미를 갖고 있고, 중요한 의미를 갖는 걸로 우리가 계속 강제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그의 말대로, 정치인들이 자신의 사과를 번복하려 할 때 우리가 계속 상기시켜야 합니다. 정치적 사과를 둘러싼 정치적 투쟁이 필요한 거지요.

식민 통치에 대한 일본의 사과에 관련하여, 지금 자민당 정권에서는 과거의 공식적 사과 발언을 부정하려는 제스처를 취하고 있습니다. 그것도 마찬가지입니다. 과거 사과의 의미를 다시 상기시키고 그 무게를 느끼게끔 만들어야 합니다. 정치적 사과는 역사적 기억 투쟁의 대상입니다. 박근혜 대통령에 대해서도 '5.16쿠데타가 명백히 불법적이었으며 정통성이 없다'고 인정한 사과의 내용을, 그 사과 발언을 한 당사자의 진위와 무관하게 우리가 끝까지 충실하게 기억하는 게 중요합니다.

 

이권우 : 45쪽 마지막 단락을 함께 볼까요.

"정치적 사과는 결코 일회성 사건이 아니다. 언제라도 철회될 수 있으며, 심지어는 역류할 수도 있다. 양심의 후퇴가 아니라 정치적 힘 관계와 필요에 따라 얼마든지 그렇게 될 수 있다. 그러므로 사과를 받는 것보다 사과를 지키는 것이 더 힘들다."

정의를 실현하고자 하는 의지가 강한 집단이 정치적으로 압박을 가해서, 정치적 사과를 유효하게 하는 정치적 힘을 발휘해야 하는 거죠. 박근혜가 아버지의 정치적 업적이나 과오에 대해 노코멘트로 일관했다면 정치적 힘겨루기에서 사과할 필요가 없었을지도 모릅니다. 그런데 지속적으로 아버지 세대에 이뤄진 결과를 업적으로 칭송했고, 역사적 판단이나 사법적 판단에 대해서도 일반적 상식과 어긋나는 발언을 계속 해왔지 않습니까. 결국 정치적 힘의 균형 관계 속에서, 또 대통령이 되기 위한 지지율 상승을 위해서 진정성과 관계없이 아버지에 대한 정치적 사과를 했다고 볼 수 있겠지요.

이현우 : 지난 대선에서 박근혜 후보를 지지하지 않았던 48.4퍼센트의 사람들에게 그나마 전리품이라고 할 만한 게 박근혜의 사과라는 겁니다.

이권우 : 만일 당시 박근혜 후보를 지지하지 않은 사람이 40퍼센트 이하였다면 사과를 안했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세력균형이 상당히 팽팽하게 이뤄졌기 때문에 그 상황을 역전시키기 위해 정치적 사과를 할 수밖에 없었던 듯합니다.

 



문재인도 사과했다

이권우 : 저자는 박근혜 후보의 사과를 두고 '뜻밖의 사과'라 불렀고, 문재인 후보의 경우엔 '은밀한 사과'라고 칭했습니다. 문재인 후보의 사과가 그리 널리 알려지진 않았던 모양이지요?

이현우 : 2012년 9월 27일 일이었는데, 크게 보도되진 않았어요. 당시 문재인 후보가 광주에 내려가 노무현정부 시절의 분당사태에 대해 사과한 부분을 책에서 잠깐 인용하겠습니다.

"제가 관여한 일은 아니지만 그 일(민주당과 열린우리당의 분당)이 참여정부의 큰 과오였다고 생각합니다. 호남에 상처를 안겨주고 참여정부의 개혁역량을 크게 떨어뜨렸습니다. 지금도 그 상처가 우리 속에 남아있다는 것을 느낍니다. 제가 사과드리겠습니다."(113~114쪽)

이 사과를 보도한 <한겨레> 신문 기사를 보더라도 "문재인, 호남 찾아 '힐링 행보'"라고 제목을 붙인 걸 보니, 사과의 정치적 의미가 당시 제대로 주목받지 못한 게 맞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정치는 역사를 이길 수 없다>에선 박근혜의 사과와 문재인의 사과를 거의 대등한 비중으로 다루고 있어요.

이권우 : 김욱 교수는 "민주당과 열린우리당의 분당"은 "반(反) 민주당(분당)사태"라고 설명합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지역문제 해결"을 대단히 중요하게 생각했고, "민주당과 한나라당이 호남과 영남을 각각 지배하고 있는 상태"로서는 지역문제를 해결할 수 없으며 "새 출발한 당에 영남인들이 표를 찍어줘야" 했기 때문에 민주당의 "법통"을 끊어야 한다는 결론으로 민주당을 부정했다고 정리하지요. 동시에 대북송금특검을 수용함으로써 김대중 정권을 청산하는 듯한 입장을 보였기 때문에 호남 사람들의 자존심을 건드린 점도 있었고요. 호남의 압도적 지지를 통해 탄생한 참여정부가 호남의 민심을 배반했던 과거에 대해 문재인 후보가 뒤늦게 사과한 것입니다.

이현우 : 대통령이 자신이 대선 후보로 나섰던, 자신을 당선시켜준 정당과 과격하게 단절하고자 했던 시도는 굉장히 이례적이지요. 세계정치사에서도 유례가 드물법한 사건이었는데, 당시 노무현 대통령의 최측근이 문재인 후보였습니다. 분명 그 분당사태의 흐름과 무관하지 않았을 텐데, 바로 그 사람이 광주에 와서 그 사건에 대해 사과를 한 겁니다. 지금 민주당 쪽에선 친노 세력과의 갈등 관계가 계속 제기되고 있는데요. 박근혜의 사과에 대한 조갑제의 반응과 달리, 문재인의 사과에 대해 친노 세력이 발끈하거나 흥분하는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는 게 특이합니다.

실제로 친노들은 거의 침묵으로 일관했다. 그들은 문재인의 사과를 수없이 호남에 써오던 선거전략 정도로 생각했던 듯하다. 그래서 그 사과는 마치 호남인들 귀에만 대고 속삭인 은밀한 귓속말처럼 들렸을 것이다.(200쪽)

 

이권우 : 친노 세력도 호남의 몰표 없이는 정권을 차지할 수 없다는 사실에 동의했기 때문에, 노무현의 호남 홀대에 대한 문재인 후보의 사과에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고 볼 수 있겠지요. 저자는 전반적으로 참여정부 친노 세력들에 상당히 비판적인 날을 세웠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김용언 : 아마 이 책이 다루고자 하는 범위 바깥이기 때문에 포함되지 않았을 거라고 짐작합니다만, 그래도 지역감정을 다루는 이 부분이 다소 오해를 살 수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저자는 노무현의 지역감정 타파 노력이 "아마추어 정치"로 비춰질 수밖에 없던 거친 방식을 비판하고, 이런 식으로 호남으로부터 당연히 민주당지지 몰표가 나올 것을 기대하지 말라고 경고하며, "호남은 스스로를 지켜나가야 한다"(126쪽)고 주장하지요.

좀 거칠게 표현하자면 영남패권주의처럼, 한국에서 몇 십 년 동안 상처를 덧내왔던 호남 쪽 지역감정을 아예 인정하고 정치세력화하자는 주장일 텐데요. 박정희 정권 이후 차별을 수 십 년 동안 감내했던 호남 입장에선 당연한 주장일 수 있겠으나, 그 반대편인 영남의 기득권 제패에 대한 정밀한 분석 없이 호남의 정치세력화 얘기를 하는 건 좀 무리라는 생각이 듭니다.

이현우 : 음, 저는 저자의 결론을 그렇게 보진 않았습니다만. 애초의 문제의식은 공감할 수 있었어요. 지역패권주의에 대한 문제의식 말입니다. 참여정부 당시의 해법이라는 게, 민주당을 지역정당으로 규정하고 소위 발전적으로 해체하려는 노력이었죠. 열린우리당이 민주당으로부터 빠져나오면 민주당이 군소정당으로 전락하고 정치적 힘을 잃을 거라는 계산이었지만, 여러 가지 정황을 고려했을 때 성공하기 힘든 시도였습니다. 그 패착이 참여정부 내내 정치적 행보의 발목을 잡게 됐죠. 마지막으로 한나라당에 연정 제안까지 하게 되는데….

모르겠어요. 그게 노무현식 정치의 특징이었을 수 있겠지요. 진정성은 갖고 있지만, 현실성은 없었습니다. 어떤 정치학자가 노무현을 마키아벨리스트라고 불렀는데, 실상 마키아벨리스트와는 거리가 멀었지요. 마키아벨리스트의 전형이라면 올 초 개봉했던 영화 <링컨>에서 묘사되는 링컨 대통령 같은 사람이겠죠. 비록 링컨을 롤 모델로 삼기도 했지만 노무현의 리더십은 서툴렀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에 대한 제대로 된 반성과 청산이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지난 대선 때 문재인 후보가 공식적으로 사과했다는 걸 저자는 높이 평가하지요. 거기 대해 제대로 음미해야만 현재의 민주당을 포함한 야권의 정치가 좀 변화할 수 있는 계기를 갖지 않을까 싶습니다만.

 

(...)

 

13. 07. 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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