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주 주간경향(1030호)에 실은 북리뷰를 옮겨놓는다. 위르겐 오스터함멜과 닐스 페테르손의 <글로벌화의 역사>(에코리브르, 2013)가 다룬 책이다. 평소보다 훨씬 부족한 시간에 읽고 쓰느라 분량도 짧아졌다. 최근에 다시 나온 월러스틴의 <근대세계체제1,2,3>(까치, 2013)과 같이 읽어도 좋겠다 싶다.

 

 

 

주간경향(13. 06. 18) ‘세계경제’는 어떻게 출현했나

 

글로벌화란 무엇인가. “세계적 범위로 연결되는 관계의 팽창과 집중화, 그리고 가속화”라는 일반적 정의를 수용하면, 즉각적으로 찬반 양론이 제기된다. 지지하는 쪽에서는 글로벌화가 성장과 번영의 새시대를 뜻한다면, 그 비판자들이 보기에는 서구 거대 기업에 의해 주도되는 지배체제의 출현과 그에 따른 민주주의와 노동권의 침해, 생태계의 파괴 등을 의미할 따름이다. 이는 신자유주의에 대한 찬반 양론과도 비슷하다. 글로벌화란 곧 ‘글로벌 자본주의화’로 이해하는 게 우리의 통념일 듯싶다.

하지만 독일의 역사학자들이 쓴 <글로벌화의 역사>에 따르면 문제는 좀 더 복잡하다. 일단 제목에서도 암시되지만 ‘글로벌화’는 ‘글로벌 자본주의’와 구별된다. 중복될 수는 있지만 포함관계로 치자면 더 넓은 의미를 갖는다. 더불어 글로벌화가 글로벌 자본주의보다 더 오랜 역사를 지닌 만큼 글로벌 자본주의는 글로벌화의 한 단계 내지는 한 양상 정도로 이해할 수 있겠다.

글로벌화의 역사에 대한 ‘짧은’ 소개를 목표로 하면서 저자들은 네 가지 시기 구분을 제시한다. 첫 번째 시기는 18세기 중반까지로 제국의 건설, 무역, 종교적 결속 등이 규모의 팽창과 함께 대륙간의 교환을 촉진했다. 두 번째 시기는 1750∼1880년의 시기로 아메리카와 유럽에서 일어난 정치혁명이 제국주의 경쟁을 격화시켰고 교통과 통신, 이주, 상업 따위의 네트워크를 창출했다.

세 번째 시기는 1880년대에서 1945년, 곧 2차 세계대전 종전까지로 이 시기의 중요한 특징은 글로벌화의 정치화이다. 제국주의 강국들의 패권 경쟁이 결국 세계 분할로 나타나고 1930년대와 1940년대 초에 이르러서는 글로벌화가 파멸적 붕괴상황에까지 이르렀다. 거꾸로 이러한 위기는 말 그대로 세계적 규모로 전개됐다는 점에서 글로벌화의 힘을 보여준다. 1918∼1919년에 전 세계적으로 유행하면서 전쟁으로 인한 사망자 수보다 더 많은 인명을 앗아간 인플루엔자는 글로벌화가 어떤 결과를 낳는지 보여주는 한 가지 사례다.

글로벌 역사는 세계사와 어떻게 다른가. 저자들에 따르면 세계사는 “문명의 내적인 역학과 그것을 상호비교하며 기술하는 다양한 문명에 관한 역사”인 반면에 글로벌 역사는 “문명간의 접촉과 상호작용에 관한 역사”다. 그러한 글로벌 역사에 대한 관심을 부추긴 것은 미국 사회학자 이매뉴얼 월러스틴의 ‘근대 세계체제’론이다. 1500년 전후 유럽에서 글로벌 자본주의 경제가 발생했다고 보는 그의 관점은 민족-국가 단위의 역사가 아닌 새로운 시각에서 역사를 바라보게 했다.

<글로벌화의 역사>의 저자들은 기본적으로 글로벌화가 수천 년의 역사를 갖고는 있지만 16세기에 포르투갈과 에스파냐 식민제국의 출현과 함께 새로운 단계로 진입했다는 점에서는 월러스틴과 의견을 같이한다. 이 시기의 탐험과 정규무역이 유럽, 아프리카, 아시아, 아메리카의 직접적인 접촉을 역사상 처음으로 가능하게 했다는 점에서 그렇다. 그렇게 대륙간 네트워크가 만들어지면서 ‘세계경제’도 출현하게 된다. 동시에 민족-국가라는 형태를 포함한 유럽식 제도와 서구사상이 세계 전역에 수출된다.

1945년 이후 대량생산, 대량소비, 그리고 대중매체의 글로벌화는 현재도 진행 중이다. 과연 글로벌화는 아무런 도전도 받지 않는가? 저자들은 1965년 베트남 전쟁이 글로벌화에 대한 반대, 곧 로컬화에 대한 요구를 결집시킨 계기였다고 본다. 글로벌한 환경문제에 대한 문제제기도 60년대 저항문화의 결과라는 것이다. 글로벌화의 미래를 점쳐보기 위해서라도 음미해볼 만한 견해다.

 

13. 06.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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