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을 먹기 전 막간에 이주의 저자를 골라놓는다. 이번주에도 국내 저자로만 골랐다. 이미 여러 권의 책을 펴낸 '중견' 저자들이다.

 

 

 

먼저. <오직 독서뿐>(김영사, 2013)을 펴낸 정민 교수. '허균에서 홍길주까지 옛사람 9인의 핵심 독서 전략'이 책의 부제다. 다산을 비롯한 18세기 조선 지식인들에 관한 연구와 저서를 계속 펴내온 저자인 만큼 낯설지 않은 테마. 이 주제로 책을 쓰지 않는다면 그게 오히려 이상할 뻔했다. 어떤 책인가.

허균, 이익, 양응수, 안정복, 홍대용, 박지원, 이덕무, 홍석주, 홍길주. 그들은 어떻게 살아 숨 쉬는 독서를 통해 책의 핵심을 꿰뚫고 자신만의 독창적인 견해를 정립했을까? 어떻게 의표를 찌르는 글쓰기와 기적 같은 학문적 성취를 완성했을까? 마흔 권이 넘는 책을 쓴 인문학자 정민이 오늘날 독서를 송두리째 바꿔놓는다.

옛사람들의 독서법, 내지는 독서 일반론에 관심을 가진 독자로선 필독해볼 만하다. 좀 거슬러 올라가면 베스트셀러 <미쳐야 미친다>(푸른역사, 2004)와 <책읽는 소리>(마음산책, 2002)에까지 가 닿을 수 있겠다. 내가 기억하는 정민 교수의 첫 책은 <한시미학산책>(솔출판사, 1996)인데, 음 벌써 17년 전이로군...

 

 

좀 올드한 비유로는 '소문난 책벌레' 도서평론가 이권우의 책읽기와 세상읽기를 담은 <책, 휘어진 그래서 지키는>(황금비율, 2013)도 이번에 나온 책이다. 서평집 혹은 북칼럼집으로는 <죽도록 책만 읽는>(연암서가, 2009)과 <책과 배우며 살아가다>(해토, 2005)를 잇는 책이다. 저자가 생각하는 책읽기란 어떤 것인가.

이권우는 책읽기를 통해 세상과 소통한다. 그는 책을 단순히 읽는 것이 아니라 꼼꼼하게 읽고 비교하며 읽고 비판적으로 읽는다. 그리고는 화내고 지근거리고 슬퍼하고 행복해하고 흐뭇해하면서 소통한다. 이런 소통은 저자에게도 독자에게도 치유의 힘을 준다. 책읽기를 통한 소통이 그저 소통으로만 끝나길 바라지 않는다. 소통을 통해 자신을 변화시키고 사회적 소통을 이끌어내길 바라는 책읽기이다.

개인적인 기억으로는 최성일, 표정훈과 더불어 2000년대 벽두에 '출판평론가 시대'를 열었던 '3인방' 가운데 현재로선 유일한 현역이다. '지킨다'는 의미는 그런 뜻으로도 다가온다.

 

 

보통 '철학자 탁석산'이라고 소개되는 철학자 겸 저술가 탁석산의 신작도 출간됐다. <행복 스트레스>(창비, 2013). '행복은 어떻게 현대의 신화가 되었나'가 부제. 행복론에 관한 책들이 끊이지 않고 출간돼 한번쯤 검토해보고 싶은 생각이 있었는데, 저자 덕분에 수고를 덜었다. 요지는 무엇인가.

철학자 탁석산은 <행복 스트레스>에서 맹목적으로 행복에 집착하는 현실을 날카롭게 비판하고, 우리 사회에 만연한 행복 담론의 실체를 깊이있게 들여다본다. 저자는 현대인들에게 강요되는 행복 강박증을 ‘행복 스트레스’로 개념화하며, 우리가 종교처럼 떠받드는 행복이 사실 텅 빈 개념일 수 있고, 필요에 따라 악용될 수 있으며, 우리 인생을 헛수고로 끝나게 할 수 있다는 사실을 직시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우리가 시도때도 없이 중독자처럼 남용하고 있는 '행복'이란 말의 개념사적 정리도 책으로 나온다면 <행복 스트레스>와 좋은 책이 될 수 있겠다. 개인적으로 재미있게 읽은 <한국인은 무엇으로 사는가>(창비, 2008) 이후 저자의 책은 모두 창비에서 나오고 있는데, <자기만의 철학>(창비, 2011)처럼 주로 청소년 독자를 겨냥한 책들이다(여기서 청소년은 청년과 소년 사이층을 가리키는 게 아니라 청년과 소년을 합산한 것이다). 

 

 

<행복교과서>(주니어김영사, 2013)를 읽은 청소년이라면 <행복 스트레스>도 같이 읽어보는 게 좋겠다. <행복교과서>란 책은 <행복 스트레스>를 읽다가 알게 된 책인데, 무려 '서울대학교 행복연구센터'에서 펴낸 것이다. 그런 연구센터가 존재한다는 사실도 처음 알았는데, '국민행복시대'란 말이 저절로 나온 건 아닌 듯싶다. 나로선 이미 책에다 적은 애기지만, 행복이 인생의 목적인가에 대해선 언제나 회의적이다.  대부분의 경우 인생은 죽음으로 종결될 뿐더러, 그렇게 길지 않은 인생도 행복을 위해서라면 너무 길기 때문이다...

 

13. 06. 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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