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식'과 '동성애'가 묶인 건 이번주에 나온 관심도서 두 권이 리어 키스의 <채식의 배신>(부키, 2013)과 기 오껭겜의 <동성애 욕망>(중원문화, 2013)이어서다. 무슨 관계가 있다거나 하는 보고는 접한 바 없다.

 

 

 

<채식의 배신> 원제는 <채식의 신화>다. '배신'이란 말은 같은 출판사에서 나온 에런라이크의 '배신 3부작'을 떠올리게 하는데, 이번에도 말은 된다. 부제대로 '불편해도 알아야 할 채식주의의 두 얼굴'을 폭로하고 있는 책이라서. 간략한 소개는 이렇다. 

20년간 극단적인 채식을 실천하던 비건(vegan) 출신의 저자가 채식주의의 주요 주장들이 무지에 기초한 것이었음을 뒤늦게 깨닫고, 도덕적, 정치적, 영양학적 면에서 그 주장들을 논박하는 책이다. 저자는 채식주의가 생명 존중과 정의, 지속 가능한 사회 추구라는 좋은 의도에도 불구하고 무지와 오해로 인해 사람들을 잘못된 길로 인도하고 있다고 진단한다. 그러면서 동물 권리주의, 농업의 파괴성, 기아의 해결책으로 곡물이 제시되는 것의 타당성 등 채식주의 진영의 가치들을 검증해 나간다. 

채식주의자가 아니더라도 관심을 가져볼 만한 주제라고 생각된다. 같이 읽어볼 만한 책은 월 터틀의 <월드피스 다이어트>(황소자리, 2013). 소개에 따르면, "'21세기형 영적 구루'라 칭송받는 저자 윌 터틀은 20세기 이후 세계 최고의 패권국으로 부상한 미국이 실은 기만적인 목축문화와 기독교에 뿌리를 두고 있으며, ‘목축’과 ‘사육’이라는 이름 아래 자행하는 동물 노예화가 인간의 생래적 친절과 연민을 억압할 뿐만 아니라 가족 해체, 정신 병리, 탈감각화 등 현대사회의 모든 문제를 양산한다고 말한다."

 

 

 

채식주의에 대한 강력한 옹호인 셈인데, 균형잡힌 독서를 위해서 같이 읽어봄직하다. 월 터틀과 같은 계열로는 존 로빈스의 '혁명 3부작'도 있다. 모두 육식 문명의 문제점에 대해 재고해보도록 촉구한다. '육식'은 야만이고 '채식'은 배신이라면, 어느 쪽을 선택해야 할지 궁금하다... 

 

 

<동성애 욕망>에 대해선 알라딘에 책소개가 떠 있지 않아 찾아보니 1972년에 나온 것이다. 영어판은 1978년에 나오고 1993년에 재판이 나왔다.  

 

1972년에 당시 25살의 젊은 철학자가 <동성애 욕망>이라는 떠들썩한 제목으로 책을 출간하였다. 질 들뢰즈와 펠릭스 가타리의 영향 아래 쓰였고 프랑스에서 68년 5월의 반란에 뒤이은 정치적이고 지적인 격앙에 의해 깊게 특징지어진 이 저작은, 1969년 뉴욕에서 스톤월의 동성애자 시위의 항적 속에 그리고 미국에서 전복적인 것으로 여겨지고 사회를 혁명하려는 게이레즈비언 운동의 출현의 항적 속에 새겨져 있다. 출판 이후 거의 30년 만에 기 오껭겜의 책은 정말 우리가 읽어야 할 어떤 것이 되었다. 이 책은 반동성애 편집증(호모포비아)이라고 부른 것을 인식하도록 우리를 도우며 동시에 게이레즈비언 요구를 지니고 있는 사람들을 자극하기 때문이다.

"출판 이후 거의 30년 만에 기 오껭겜의 책은 정말 우리가 읽어야 할 어떤 것이 되었다"는 건 2000년에 새로 나온 프랑스어판 서문에 들어가 있는 말인 듯하다. 우리에겐 40년만에 번역된 책이다. 여하튼 아직 생명력이 있는 책이라면 읽어볼 만하겠고, 그렇지 않더라도 역사적 의미가 있을 듯하다. 개인적으로는 얼마전 동성애자 주인공이 등장하는 김혜나의 소설 <정크>(민음사, 2012)에 해설을 붙인 인연도 있어서 관심이 간다. 동성애와 관련해서는 아래의 책들도 참고할 수 있다(기독교와 동성애를 다룬 책들도 여럿 출간돼 있다)...

 

 

13. 02.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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