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에 실은 리뷰기사를 옮겨놓는다. 스튜어트 머레이의 <도서관의 탄생>(예경, 2012)에 대한 서평을 제안받고 쓴 것이다. '문명의 기록과 인간의 역사'는 그 부제. '일러스트판 도서관의 역사'로 분류될 만한 책으로 도서관의 역사 5000년을 일람할 수 있다.

 

 

중앙일보(13. 01. 19) 철강왕 카네기가 도서관 2500곳에 돈 낸 까닭은…

 

‘아름다움과 달콤함을 마음껏 즐길 수 있는 피난처’라면 어떤 곳이 떠오르시는지. 많지는 않겠지만 ‘도서관’이라고 답하는 분이라면 헨리 베일리와 뜻이 같다. 미국의 저명한 사서였던 그는 『도서관 사색』에서 “이곳에서라면 근심을 잊을 수 있고 영혼도 쉼을 얻을 수 있다”고 적었다. ‘이곳’은 물론 도서관이다. 전문 저술가 스튜어트 머레이의 『도서관의 탄생』은 바로 그 도서관의 역사를 다양한 도판을 곁들여서 들려준다.

독서의 역사가 책의 역사와 겹칠 수밖에 없다면 도서관의 역사도 마찬가지다. 점토판에 철필로 쐐기문자를 새겨 넣은 최초의 책이 5000년 전 고대 메소포타미아에서 만들어졌고, 시리아 남부 에블라 유적에서 발견된 가장 오래된 도서관 또한 이 점토 서판을 보관한 곳이다. 무려 2만여 개의 서판이 마치 철해놓은 카드처럼 차곡차곡 쌓인 모양으로 발굴됐다.

기원전 7세기에 부강했던 아시리아 제국의 수도 니네베에서도 아슈르바니팔 왕의 서재가 발굴됐는데, 방대한 서판과 낱장이 항목별로 분류된 왕립도서관이었다. 카탈로그까지 갖춘 명실상부한 ‘최초의 도서관’이다. 고대부터 도서관은 지식과 지혜의 요람으로 숭배됐고 책과 도서관을 관리하는 자는 고유한 권력을 가졌다. 기원전 300 년에 설립된 알렉산드리아 도서관은 최대 40만 권의 책을 소장하고 있던 것으로 추정되는데, 곧 학문과 문화의 중심지였다는 뜻이기도 하다.

기독교가 부흥하면서 로마시대의 많은 장서가 이교도의 가르침이라는 이유로 파괴되긴 했지만 책이 신앙심을 전파하는 유효한 수단으로 간주되면서 도서관은 중세에도 살아남았다. 비잔틴제국은 고대 그리스 로마의 책을 다량의 두루마리로 소유했고 아랍과 페르시아 도서관으로 수출까지 했다. 중세에 도서관을 겸했던 수도원에서는 주로 수사들이 필경사이자 제본사가 돼 책을 만들었는데, 필경사 한 명당 일 년에 평균 두 권을 필사했다고 한다. 그 일이 너무 고되 필경사의 후기는 대부분 “끝났다! 아, 고맙습니다”였다.

그렇게 귀한 책이었기에 책 도둑은 살인자, 혹은 신성 모독자로 간주됐고 최악의 저주가 퍼부어졌다. “이 책을 훔치거나 빌렸다가 돌려주지 않는 자의 손에서 책은 뱀으로 변해 그를 갈기갈기 찢어놓으리라”로 시작해서 “책벌레가 그의 내장을 갈아먹고 지옥의 불꽃이 그를 영원히 태워버리리라”로 끝나는 저주가 도서관에서 널리 쓰였다고. 요즘은 매주 쏟아지는 책만큼 흔한 것도 많지 않으니 책과 도서관의 역사라는 관점에서만 보자면 인류사는 거대한 진보의 역사다.

그렇다고 그런 진보가 저절로 이루어진 것은 아니다. 저자가 아무래도 다른 지역보다 자세히 다룬 미국 도서관의 역사를 보면, 미국 독립선언서의 초안자인 제퍼슨이 당대의 장서가로서 국회도서관 설립에 큰 기여를 했고, 철강왕 카네기는 무려 2500여 곳의 도서관 건립을 후원함으로써 공공도서관 발전에 지대한 공헌을 했다. 카네기는 평생 자기 재산에 90%를 사회에 기부했는데, 어릴 때 한 개인도서관에서 꿈을 키운 그에게 도서관 건립 사업은 무엇보다도 중요한 사회사업이었다.

책 서두의 추천사에 따르면 미국에서는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도서관 이용자와 대출건수가 10% 이상 증가했다 한다. 미국을 버텨주는 힘은 군사력이 아니라 도서관에서 나오는 게 아닌가 싶기도 하다. ‘도서관 강국’이라면 우리도 해볼 만하지 않을까.

 

13. 01. 19.

 

 

 

P.S. 세계도서관에 대한 소개도 책에는 곁들여져 있는데, 분량상 기사에서는 언급하지 못했지만 유종필 전 국회도서관장의 <세계 도서관 기행>(웅진지식하우스, 2012), 전국학교도서관담당교사들의 <북미 도서관에 끌리다>(우리교육, 2012)도 겸해서 읽어볼 수 있다. 우리 도서관에 대해서는 강예린/이치훈의 <도서관 산책자>(반비, 2012)가 가이드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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