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더위가 좋은 핑계이지만 포스팅을 뜸하게 하게 된다. 지난 학기의 바쁜 일정이 사실 이번주까지도 이어지고 있어서 여유시간을 내지 못하는 게 결정적이지만 의욕도 예전만큼은 못 된다. 책이 포화상태에 이르러 조만간 책이사를 해야 하는 것도 한 이유다(두 가지 사실에 스스로 놀란다. 정말 많은 책을 갖고 있다는 사실과 책을 찾느라 자주 골탕먹는다는 사실). 정서적인 '난민 모드'라고나 할까. 여하튼 당분간 무얼 집중해서 할 수 있는 여건이 아니므로 '휴가 모드'라고 해도 좋겠다.

 

그런 상황이긴 하지만 (자정이 지났으니) '어제' 받은 책 두 권에 대해서는 시간을 쪼개서 아는 체를 해두고자 한다. 요한 하위징아의 <중세의 가을>(연암서가, 2012)과 개릿 매팅리의 <아르마다>(너무북스, 2012)가 그 두 권의 책이다. 둘다 역사서라는 점, 그리고 다시 나온 책이라는 점이 공통분모다. 거기에 대단히 잘 쓰인 역사서로 평판이 높다는 점.

 

 

<중세의 가을>은 문학과지성사판과 동서문화사판까지 갖고 있기에 '콜렉션'이라 불러도 좋겠다. 굳이 또 구입하느냐 의아해 하시는 분도 있겠지만, '고전'은 원래 그런 것이다. 뉴욕타임스의 북리뷰에 따르면 "하위징아의 <중세의 가을>은 의심할 여지가 없는 20세기 역사학 고전이고, 그것도 가장 위대하고 매혹적인 저서들 중 하나이다." <호무 루덴스>(연암서가, 2010)가 새로 번역돼 나왔을 때 맘먹고 영역본도 구해놓은 터라, 이번 가을엔 제대로 폼을 잡고 중세에 빠져볼 수 있을 듯싶다. 적어도 기분으론 그렇다.

 

 

<아르마다>는 오래전에 <아르마다>(가지않은 길, 1997-8)로 나왔던 책이다. 지금은 기억이 나지 않지만 두 권으로 분권돼 나왔던 모양이다. 제목이 생소한데, 16세기 스페인(에스파냐)의 무적함대를 가리킨다. 옮긴이 후기에 기대 기억을 더듬어 보니 첫 번역본이 나왔을 때 역자를 만난 적이 있다('가지않은 길'출판사의 대표였던 걸로 기억된다). 미국 대학에서 역사학을 공부한 이였는데, <아르마다>를 '역사상 가장 잘 쓰인 역사책' 가운데 하나이고 역사학도의 필독서라고 했다. 같이 나온 레이 황의 <1587 - 아무 일도 없었던 해>도 같은 범주에 속하는 책이었다. 물론 당시엔 두 저자와 두 권의 책이 모두 생소했다. 그때 <아무일도 없었던 해>는 읽었지만 <아르마다>는 조금 넘기다 말았던 듯싶다. 이제 다시 책상맡에 놓으니 14년의 시간이 주마등 같다.

 

<중세의 가을>이 중세 후기인 14세기와 15세기를 다루고 <아르마다>는 막바로 이어진 16세기를 다루니 아귀도 잘 맞는다. 바람을 더 적자면 12-13세기를 자세히 다룬 책도 나왔으면 싶다(지금도 몇 권 있긴 하지만). '역사상 가장 잘 쓰인 역사책'에 꼽힐 만하다면 사실 시대는 상관 없기도 하지만...

 

12. 08. 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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