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의 관심도서 가운데 '책읽기' 범주에 속하는 책 두 권에 대해 적는다. 아직 손에 들지 못했으니 책에 대한 '감'을 적는다고 할까. 먼저, 한국철학사상연구회 회원들이 쓴 <철학자의 서재2>(알렙, 2012)가 나왔다.

 

 

프레시안의 '철학자의 서재' 연재를 묶은 것으로 작년 1월에 첫권 <철학자의 서재>(알렙, 2011)이 나왔었으니까 2권이 일년만에 나온 셈. 당연히 분량은 좀 줄었다. 대신에 서평들이 좀더 가지런하게 분류됐다. 부제는 '오래된 책, 위험한 책, 희망의 책'. 철학자들의 서평집답게 철학책이 다수 다뤄진 게 여느 서평집과는 다른 특징이자 이 책의 유인이다. 거기에 역사와 교육, 정치에 관한 책들이 다수 서평거리가 됐다. 나긋나긋한 책들을 즐기는 독자라면 부담스러울 수도 있지만, 좀더 묵직한 독서를 원하는 독자라면 유용한 가이드를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뒷표지에 실린 나의 추천사는 이렇다.

이 책의 서평 목록에는 소위 ‘철학서’로 분류되는 책이 의외로 많이 들어 있지 않다. 이 또한 “딱딱하고 골치 아픈 이론들과 화석화된 활자들” 속이 아니라 ‘일상의 삶’에서 사유와 문제의 단초를 찾으려는 적극적인 시도의 결과가 아닌가 싶다. ‘소위 전문가들’이 아닌 ‘우리’가 같이 읽고, 같이 생각해봐야 하는 문제들이 어떤 것인지 함께 짚어보고 함께 고민하자는 취지가 아닐까. 그럴 때 ‘철학자의 서재’는 옆집 아저씨의 서재만큼이나 가깝고 푸근하게 다가온다.  

 

 

 

그리고 또 한권의 책은 니나 상코비치의 <혼자 책 읽는 시간>(웅진지식하우스, 2012). 저자가 365일동안 매일 하루에 한권씩 읽고 쓴 기록을 모은 것이다(언젠가 정윤수 평론가가 오마이뉴스에 같은 컨셉으로 'booking 365'를 연재한 적이 있는데, 그게 왜 책으로 안 나왔는지 모르겠다). 원제는 '톨스토이와 보라색의자'. 이름에서 눈치를 챘는데, 저자는 러시아계 이민 가정 출신이다(이름은 '니나 산코비치'라고 읽는 게 맞다. '상코비치'는 기분으로 읽어준 것인 듯). 무슨 계기가 있었을까? 그렇다. 저자 소개를 보니 나름대로 사연이 있었다. 

 

익숙한 일상을 이어가던 40대 중반, 언니가 세상을 떠난다. 슬픔을 잊으려고 3년 간 방황했지만, 치유되지 못한 상처는 불쑥불쑥 찾아왔다. 그러던 어느 날, 400쪽이 넘는 <드라큘라>를 하루 만에 읽고, 처음으로 편안하게 잠이 들었다. 하루에 한 권씩 책을 읽고, 블로그에 서평을 올리는 ‘마법 같은 독서의 한 해’를 시작하게 된 계기다. 2008년부터 진행된 이 프로젝트는 미국 전역의 독서광들의 입소문을 타고, <뉴욕타임즈>에 ‘The 365 Project’로 소개되는 등 화제가 되었다.

요컨대 상처를 치유하고 위로받는 책읽기의 사례라고 할까. 굳이 보라색의자가 아니더라도 독서용 의자가 집에 있다면 늦은 밤 편안한 시간에 하루치씩 읽어나갈 만한 책이다.

 

<철학자의 서재2>나 <혼자 책 읽는 시간>이나 물론 읽으면서 읽을 책이 더 늘어나는 부작용은 감수해야 할 터이다. 책읽기 책들은 혼자 다니지 않고 떼로 다니는 게 주특징이니까...

 

12. 03.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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