엥겔스의 대표작 가운데 하나인 <가족, 사유재산, 국가의 기원>(두레, 2012) 완역본이 출간됐다(실물은 아직 못 봤지만 분량으로 보아 완역본인 듯싶다). 예전에 나왔던 <가족 사유재산 국가의 기원>(아침, 1989)은 발췌본이었다.

 

 

이후에 나온 <가족, 사적 소유, 국가의 기원>(책세상, 2007)이나 <가족, 사유재산 그리고 국가의 기원>(계명대출판부, 2008)도 마찬가지였다. 책은 다 구해놓고도 읽어볼 마음은 들지 않았는데, 지난달에 인류학 책을 몇권 보면서 다시금 관심을 갖게 됐다.

 

 

사실 엥겔스의 책은 미국의 인류학자 루이스 헨리 모건의 <고대사회>(문화문고, 2005)에 자극을 받아 쓰인 것이기에 <고대사회>를 같이 읽거나 먼저 읽는 게 순서에 맞다. 하지만 이미 절판된 지 오래인 책. 그나마 아쉬운 대로 인류학 개론서들이나 김용환의 <모건의 가족인류학>(살림, 2007)을 예비적으로 참고할 수 있다.

 

 

<맑스사전>(도서출판b, 2011)의 '가족, 사유재산 및 국가의 기원' 항목 설명은 이렇게 시작한다.

이 책은 부제 '루이스 H. 모건의 연구를 계승하며'가 보여주고 있듯이, 모건의 고대사회(1877, 부제 '야만에서 미개를 거쳐 문명에 이르는 인류 진보의 계열의 연구')를 계승하면서 유물론적인 역사관을 발전시킨 엥겔스의 저서. 서문에 있는 바와 같이 "어느 정도까지 맑스의 유언을 집행한 것"이기도 하다. 1891년 대폭 증보, 개정된 4판이 나와서 이것이 현재까지 계속해서 읽혀지고 있다.

<칼 맑스 프리드리히 엥겔스 저작선집6>(박종철출판사, 1997)에도 <가족, 사적 소유 및 국가의 기원>이 수록돼 있는데, 자세히 살펴보진 않았지만 이 역시 발췌역으로 보인다. 후주에는 이런 설명이 제시돼 있다.

엥겔스는 <가족, 사적 소유 및 국가의 기원>을 1884년 3월말에서 5월말까지 집필하였다. 맑스의 수고를 교열하던 중, 엥겔스는 맑스가 1880/1881년에 아메리카의 민속학자 루이스 헨리 모건의 <고대사회>에 관해 작성해둔 상세한 개요를 발견하였고, 모건의 책에 붙인 맑스의 비판적 주석을 이용하여 역사 유물론의 관점에 선 그 연구 성과를 분석하고 일반화하기로 결심하였다. 동시에 엥겔스는 자본주의 이전의 사회구성체 등에 관한 북아메리카, 영국, 독일, 러시아, 프랑스 등의 과학자들의 최신 연구 성과들을 비판적으로 충분히 이용하였다. 그밖에도 그리스 및 로마와 게르만인 및 고대 아일랜드의 역사에 관해 엥겔스 자신이 다년 간에 걸쳐 이전에 행한 연구의 결과들도 거기에 활용하였다. 

아무튼 그렇게 해서 마르크스 사후에 쓰인 책이다. 같이 읽어보기 위해 펭귄판 영어본도 주문했는데, 2010년에 나왔다. 영어판으로도 '오래된 새책'이다...

 

12. 02. 23.

 

 

P.S. 저녁에 책을 받아보니 옮긴이 후기에 이렇게 적혀 있다. "이 책은 특히 고대사, 인류학, 여성학, 사회학 등 제반 학문의 연구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에서 번역한 것이다. 그리고 이 분야 전공자들은 모건의 <고대사회>(최달곤, 정동호 공역, 현암사, 1978)를 꼭 읽어보기를 바란다."(451쪽) 번역자가 같은 것으로 보아 <고대사회>는 문화문고판 이전에 현암사판이 먼저 나왔던 것. 표지를 찾아보니 오른쪽 표지는 기억이 난다. 아마도 학부시절엔 서점에서 구할 수 있었을 책이다. 그러나 '고대사회'에 대해 관심을 갖기까지는 한 세월이 흘러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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