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배송받은 원서 가운데 하나는 C. B. 맥퍼슨의 <소유적 개인주의의 정치이론>(옥스포드대출판부, 2011)이다. 원래는 1962년에 출간된 책인데, 반세기가 지나서도 다시 출간된 걸 보면 고전으로서의 의의를 인정받는 듯싶다. 페이퍼백치곤 좀 비싼 게 흠이지만... 

 

 

맥퍼슨의 책은 두 종의 번역본이 나왔었지만 현재 모두 절판된 상태다. 먼저 나온 것은 황경식, 강유원 공역의 <홉스와 로크의 사회철학>(박영사, 1990)이다(존 롤스를 전공한 황경식 교수는 서울대 이전에 동국대에 재직한 적이 있고, 강유원 씨는 대학원생이었다. 역자 서문을 보면, 이 책은 대학원 강독이 계기가 돼 번역됐다). 원제인 '소유적 개인주의의 정치이론'은 부제로 붙어 있다. 원서의 부제가 '홉스에서 로크까지'인 걸 고려하면 바뀐 제목이 이상한 건 아니다. 하지만 17세기 영국의 정치이론을 다루면서 책은 로크와 홉스의 정치이론 외에 '수평파'와 '해링턴'에게도 한 장씩 할애하고 있다. 그리고 이듬해 <소유적 개인주의의 정치이론>(인간사랑, 1991)이라는 원래 제목으로도 나왔다. 당시엔 저작권 같은 게 없을 때여서 두 종의 책이 같이 서점에 깔릴 수 있었다.

 

나는 <홉스와 로크의 사회철학>을 갖고 있지만, 따로 보관중인 책이어서 엊그제 도서관에서 대출했다. 원서를 이번에 구한 김에 읽어보려는 생각에서다. 사실은 전부터 관심을 갖고 있던 책이지만 원서와 함께 읽어보려고 미뤄둔 참이었는데, 마침 작년에 원서가 재출간된 걸 얼마전에 알았다.

 

단행본으론 60년대초에 나왔지만, 맥퍼슨이 자신의 주장을 개진한 건 50년대 초부터이다. 그 주장의 핵심은 17세기부터 19세기 영국 정치사상의 저변에 흐르는, 즉 여러 차이점에도 불구하고 홉스부터 로크까지를 관통하는 통일적인 아이디어가 '소유적 개인주의'라는 것이다. 그는 그것이 자유민주주의 이론의 뿌리라고 말한다. 만약 현대의 자유민주주의에 어떤 난점이 있다면, 그 기원은 '소유적 개인주의'에 있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동시에 그러한 사상이 복잡해진 20세기(즉 오늘날)에는 맞지 않는다는 것. 즉 자유주의적 전통을 오늘의 현실에 맞게 계승하기 위해서는 '소유적 개인주의'라는 가정을 비판적으로 재검토하고 교정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친다.

 

 

 

개인적으론 이 책을 홉스와 로크를 읽기 위한 가이드북으로 선택했다. 정치의 해를 맞아 몇권의 정치철학 고전을 읽어볼 계획을 하고 있는데, 토머스 홉스의 <리바이어던>(나남출판, 2008)도 그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존 로크의 <통치론>(까치글방, 1996) 등도 보탤 수 있을 것이다.

 

 

 

저명한 러시아사가인 리처드 파이프스의 <소유와 자유>(나남출판, 2008)도 그런 맥락에서 읽어보려는 책이다(너무 오랫동안 책장에 꽂아두기만 했다). 덧붙여 국내에서 '자유민주주의'를 주장하는 이들이 어떤 전제하에 그런 얘기를 하는지 살펴보는 데에도 도움을 받을 수 있겠다(설사 한국식 자유민주주의란 따로 있는 거라 할지라도 '본토'의 사상을 무시할 수는 없을 터이다). 최근에 나온 책으로는 <자유주의는 진보적일 수 있는가>(폴리테이아, 2011)를 깊이 읽을 때도 필요하겠다 싶었다. 여하튼 이런 다양한 용도로 활용될 수 있는 책이기에, 재출간되면 좋겠다...

 

12. 01.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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