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장 정리 중이라 가뜩이나 방안이 어수선한데(주말까지 정리를 끝내는 게 목표이지만 그마저도 쉽지 않아 보인다) 알라딘 페이퍼의 저작권 시비로 더 혼란스럽게 됐다. 알라딘에서는 내일까지 자기 글의 저작권 문제에 대해서 알려주기로 했다. 요즘 쓰는 매체라고 해봐야 경향신문(주간경향)과 한겨레 정도인데, 나는 언젠가 자음과모음의 웹진 연재를 제외하고는 계약서를 써본 일이 없다. 원고료를 받는다고 해서 저작권을 양도하는 것도 아니다(그렇다면 그런 서평들을 모아 서평집을 내는 것 자체가 '위법'이란 얘기가 된다).

 

 

나도 두어 번 경험이 있지만 저작권의 온전한 양도는 특별한 경우이며 계약서에 명시하게 된다. 상식적으로 내가 쓴 글에 대해선 내가 처분권을 갖는다. 똑같은 글을 서로 다른 매체에 싣는다거나 하는 게 아니라 개인 블로그에 올리는 일이 표절이라거나 위법이라는 건 상식에 맞지 않는다. 그런 걸 문제삼는 곳이라면 언제든지 절필할 생각이다.  

 

이번에 알라딘에 법적 소송을 제기했다는 연합뉴스의 경우 아마도 알라딘에서는 내가 제일 많이 기사를 옮겨오지 않았나 싶다. 그래서 짐작엔 내가 '유력한' 당사자이다. 대개 주말에만 북리뷰가 실리는 다른 지면과 달리 연합뉴스에는 매일매일 신간 소식들이 올라온다. 나로선 그걸 참고하면서 관심도서의 리뷰를 옮겨놓곤 했다. 대개 책을 구매하기 전에 어떤 책인지 판단하기 위한 자료였다. 판단이야 혼자하면 되는 거지만, 그렇게 스크랩한 자료가 다른 이들에게도 도움이 될까 싶어 약간의 '가공'을 거쳐서 포스팅하곤 했다. 상품페이지에 노출시키지 않은 상태에서 나의 서재와 즐겨찾는 서재 브리핑에만 노출되게 설정했음에도 그게 저작권법에 저촉된다면, 비공개로 돌리면 그만이다(알라딘에선 이미 그렇게 처리하고 있다).

 

나는 즐겨찾기에서 '연합뉴스'도 이미 삭제했다. 책이 나왔다는 정보를 취득한 정도인데, 그 정도는 약간 더 손품을 팔아 신간 검색을 하면 알 수 있다. 책소개는 출판사 소개를 참고하면 되고. 기사들의 경우 나는 '저작'이라기보다는 '정보'라고 생각해왔다(칼럼은 조금 다른 문제다. 칼럼은 문제의식의 공유 차원이다). '정보 공유'라고 생각했던 게 '저작권 침해'라고 하면 하는 수 없는 노릇이다. 그들은 그들의 재산과 권리를 열심히 지키라고 할 밖에.

 

 

 

마음을 좀 정돈하기 위한 방책으로 페이퍼를 시작했는데, 이야기가 길어졌다. 내가 그냥 자유롭게 쓸 수 있는 카테고리가 '로쟈의 컬렉션'인데, 지난달 러시아에 주문했던 책 몇 권을 어제 받았기 때문에 소재가 없지도 않다. 그 몇 권 가운데는 라캉의 '세미나' 20권 <앙코르>와 지젝의 책 두 권도 포함돼 있다. 하나는 <반인권론>이란 팸플릿이고(<뉴레프트리뷰>에 실렸던 글로 계간 <창작과비평>에 번역된 바 있다) 다른 하나는 데이비드 린치의 영화 <로스트 하이웨이>론인 <우스꽝스런 숭고의 예술>(2000)이다(지젝의 린치론은 <향락의 전이>에도 들어 있다).

 

 

 

특이한 건 분량인데, 영어본은 48쪽밖에 안 되지만, 러시아어본은 문고본 판형이긴 하지만 166쪽이나 된다는 점. 영어본은 워낙 분량이 적어서 대학 도서관에 신청했을 때도 분량 미달로 신청이 취소됐었다. 한동안은 꽤나 읽고 싶어서 안달했던 책인데, 그렇다고 48쪽짜리를 23,730원(알라딘 가격)을 주고 구입할 수도 없지 않은가. 이래저래 보기 어려운 책이다. 한편, 러시아어판은 작년에 나온 때문인지 말미에 <아바타>론도 붙어 있다. '<아바타>: 정치적 올바름 이데올로기의 전략'이란 제목이다.

 

 

 

연휴엔 <로스트 하이웨이>에서 <아바타>까지 질주해볼 수 있으면 좋겠다...

 

12. 01.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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