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달 책&(401호)에 실은 `로쟈의 주제별 도서소개`를 옮겨놓는다. `세계 인구` 문제를 주제로 다뤘다. 2011년 세계인구가 70억을 톨파한 해로도 기억되기에 마지막 달력을 넘기며 이 `유례없는 시대`의 의미에 대해서도 생각해봄직하다.

 

 

 

책&(11년 12월호) 지구는 늙어 가는가?

 

2011년도 ‘마지막 잎새’ 같은 달력 한 장만을 남겨놓고 있다. 2011년이 갖는 여러 가지 의의가 있겠지만 인구학자들에겐 단연 세계인구 70억을 돌파한 해로 기억됨직하다. 하지만 ‘70억’이 비단 인구학자들에게만 의미가 있는 수치는 아닐 것이다. 200년 전인 1800년에서 지금까지 세계인구가 약 10억에서 70억으로 늘어났다고 하면 ‘세계인구’ 문제에도 관심을 두지 않을 수 없다. 이 문제의 발단과 성격, 그리고 전망에 대해 알아둔다면 우리가 살고 있는 시대에 대한 이해도 한 뼘쯤 늘어날 것이다.


이탈리아의 인구학자 마시모 리비-바치의 <세계인구의 역사>(해남)는 ‘간략한 역사’다. 하지만 전문학자의 책답게 인구문제에 대한 이론적‧통계적 접근을 시도하고 있다. 가령 “오늘날의 인구는 어째서 60억 명이 된 것일까? 왜 1,000억이나 1억 명이 되지 않았는가?”라는 게 그가 묻는 질문 가운데 하나다. 이유는 인구증가 경로의 방향이 다양한 원동력과 장애물에 의해 결정되기 때문이다. 생물학자들은 생존과 번식을 위한 두 가지 전략을 구분하는데, 곤충과 어류 및 작은 포유류는 불안정한 환경에 적응하기 위한 다산(多産) 전략을 취한다. “생명은 복권과 같은 것이고 따라서 복권을 많이 사는 게 의미가 있다”는 게 이러한 전략의 모토다. 반면에 중간 크기 이상의 포유류나 몇몇 조류는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환경 속에서 서식한다. 생존경쟁을 향한 압력 때문에 새끼를 기르는 데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투자해야 하고, 이런 투자는 새끼의 수가 적을 때 가능하다. 즉 생존가능성이 높을 경우에는 출산에 승부를 거는 것이 아니라 보호와 양육에 초점을 맞춘다. 인간이란 생물종의 기본전략도 마찬가지다. 원론적으로 인구의 잠재적 증가는 한 여성당 출산의 수, 그리고 출산시의 기대수명이라는 두 가지 변수에 의해 결정된다.


‘라루스 세계지식사전’ 시리즈의 하나로 나온 카트린 롤레의 <세계의 인구>(현실문화)는 좀더 쉽게 세계인구 문제의 전체적인 윤곽을 잡아준다. 저자에 따르면 인류가 지구에 출현한 이후로 인구가 갑자기 증가한 시기는 이전에도 몇 차례 있었다. 따라서 위생관념의 발달만으로는 급속한 인구증가를 해명할 수 없다. 또한 인구가 급속도로 증가한 과도기가 지나면 한동안 안정기를 맞게 된다는 사실도 인구사는 말해준다. 하지만 그 안정기에 도달할 때까지 세계인구는 100억-110억에 이를 것이라는 게 학자들의 전망이다. ‘인구혁명’이란 말까지 나오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무엇이 인구 변천을 가져오는가. 인구의 이동은 아니다. 지구인이 다른 행성으로 이주해가지 않는 이상 세계인구의 변화는 출생률과 사망률에 달려 있다. 특히 중요한 요인은 사망률이다. 18세기 인구의 평균수명은 25세였고 오늘날은 67세이다. 18세기에는 25세 이전에 모두 죽었다는 말인가? 그렇지는 않다. 당시에는 영아사망률이 높아서 인구의 절반 이상이 20세가 되기 전에 사망했다. 영유아 사망률이 본격적으로 감소한 것은 예방접종을 실시하면서부터인데, 200년 전에는 1세 이하의 여아 다섯 명 가운데 하나 꼴로 목숨을 잃었지만 지금은 1,000명에 3명밖에 되지 않는다. 그렇듯 영아 생존율이 낮아지면서, 그리고 피임법이 발달하면서 선진국에서는 출산에 대한 인식도 변화하게 됐다. 하지만 경제적으로 가난한 후진국, 특히 아프리카 사하라사막 이남에서 출생률이 높은 것은 에이즈의 확산으로 영아사망률이 매우 높기 때문이다. 우리는 체감하기 어렵지만 에이즈는 세계인구 전망에 영향을 미치는 가장 큰 변수 가운데 하나다.


20세기 들어서 세계인구 변화와 관련하여 가장 두드러진 추세는 도시화와 고령화이다. 현재 세계인구의 절반가량이 도시에 거주하고 있으며 2050년에는 10명 중 7명이 도시에 살게 될 전망이고, 인구증가율이 높은 지역 또한 모두 도시권이 될 것이다. 급속하게 진행중인 고령화는 도시화 이상으로 세계의 모습을 바꿔놓고 있는데 ‘고령화, 쇼크인가 축복인가’란 부제를 달고 있는 테드 피시먼의 <회색쇼크>(반비)는 이 문제에 대한 종합보고서이다. 세계 각지의 고령화 현장에 대한 르포와 인터뷰를 전하면서 고령화와 관련한 여러 가지 지식과 정보를 간추려준다. 그에 따르면 고령화는 도시화와 무관하지 않다. 현대화된 도시가 인간의 수명을 늘린 한 요인이기 때문이다. 농촌에서는 누릴 수 없는 서비스를 도시에서는 가난한 사람도 누릴 수 있다는 게 이유다.

 

장수의 요건에 관한 지적이 흥미로운데, 그것은 20세기 이후에 태어나는 것과 가능하다면 부유한 선진국에서 태어나는 것, 두 가지다. “이것에 필적할 만한 다른 요인은 전혀 없다”고 저자는 단언한다. 20세기 중반부터 비약적으로 발전한 현대의학이 인간의 기대수명을 늘리는 데 공헌했고 선진국은 포괄적인 공중보건 시스템을 갖추고 있어서이다. 덧붙여 과거에 비해 훨씬 많은 의학정보를 접할 수 있게끔 했기 때문에 문자해독율의 상승은 가장 중요한 생명연장 요인 중 하나다. 경제발전 수준과 공중보건 인프라만큼 중요한 요인이 교육이기 때문에 낙후된 지역에 대한 교육지원이 필요하다는 저자의 주장은 음미해볼 만하다.

 

11. 12.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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