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에 다시 나온 책 중의 하나는 '다윈의 대답' 시리즈이다. 전체 8권 가운데, 4권은 새로운 타이틀이니 '다시' 나왔다는 말은 절반만 옳긴 하다. 원래는 피터 싱어의 <다윈주의 좌파>가 <변하지 않는 인간의 본성은 있는가>(이음, 2007)란 제목으로 시리즈의 첫 권이었지만, 이번에는 최재천 교수의 <호모 심비우스: 이기적 인간은 살아남을 수 있는가?>(이음, 2011)에 자리를 내주었다. 새로 나온 타이틀들에 관심이 가기에 소개기사를 옮겨놓는다.  

 

 

한겨레(11. 12. 10) 다윈 가라사대 ‘불평등이 현대인 죽음 앞당긴다’

 

자연 하면 약육강식, 적자생존을 떠올린다. 텔레비전에서 사자가 영양을 사냥하는 장면을 너무나 많이 봐 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프리카 초원에 가본 이들은 그런 장면을 볼 수 없어 실망하기 마련이다. 사자들은 대부분 시간을 낮잠이나 빈둥거림으로 보내기 때문이다.

약육강식, 적자생존 하면 다윈이다. 이 등식은 다윈의 이론을 전파하기 위해 그의 ‘성전’을 끼고 세상으로 뛰쳐나간 ‘전도사’들이 만들어낸 것이다. 다윈은 그런 용어를 즐겨 쓰지 않았다. 198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생태학자들, 특히 남성 생태학자들은 95%가 자연계의 치열한 경쟁을 연구 주제로 삼았다. 오늘날 추세는 무척 달라졌다. 자연계에서 경쟁은 피할 수 없는 현실이지만 무조건 남을 제거하는 것만이 경쟁에서 이기는 방법이 아니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

8권으로 된 ‘다윈의 대답’ 시리즈는 인간의 본성, 직장 내의 남녀 차이, 건강 불평등 문제 등 우리 사회의 현안에 대해 21세기 다윈주의자들이 보내온 답이다. “다윈이 살아 있다면 이렇게 말하고 행동했을 것이다”라는 가정에서다. 내용은 차분하고 설득적이다. 런던정경대 세미나를 바탕으로 만든 7권에 한국 최재천 교수의 책을 보탰다.

세미나 좌장 격인 피터 싱어는 우선 다윈한테 덧씌워진 우파의 허울을 벗긴다. 그는 우파들이 다윈의 학설에서 무한경쟁 논리를 정당화하는 논리를 끌어내었고 좌파는 그러한 측면을 의도적으로 무시했다고 말한다. 그는 다윈주의에는 좌우가 없으며 중요한 것은 생물학적 인간 본성을 바탕으로 더 나은 사회를 만드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그리고 대안은 ‘다윈주의 좌파’다. 억압받는 자의 편에 서되 인간의 이기적인 속성을 무시하지 않는 것. 나아가 인간 본성의 또다른 측면인 협동적이고 이타적인 본성에 대해 통찰하고 이를 바탕으로 새로운 사회·정치적 목표를 수립해야 한다고 싱어는 역설한다.

 


영국의 생물학자 콜린 터지는 농경이 위대한 문명을 낳은 기초가 되었다는 발전론적 역사관에 토를 단다. ‘농경 확대→인구 증가’가 맞물리면서 터져 나온 여러 문제를 다윈이 목격한다면 농경이 “고된 노동과 환경파괴의 시작”이라고 규정했을 거라고 본다. 그는 수렵·채취인이 농경을 하면서 환경을 바꾸고 통제하게 되면서 인간은 파괴적인 포식자가 될 수 있었고 홍적세의 대량살육과 네안데르탈인의 멸종을 낳았다고 주장한다. “기하급수적 인구증가가 언제까지 계속될지 의심해봐야 하며 사자처럼 게을렀던 우리의 수렵인 선조들한테서 배워야 할지도 모른다.”

사회역학 분야 선구자인 리처드 윌킨슨은 지금 현실에 눈을 돌린다. “기대수명이 가장 긴 나라는 가장 평등한 나라이지 가장 부유한 나라는 아니다.” 불평등과 소득격차가 크면 스트레스와 불안감, 자존감 상실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죽음을 앞당긴다는 것이다. 그는 또 불평등을 줄이면 경제성장이 느려진다는 견해는 거짓이라고 말한다. 그의 말을 빌라면, 정부는 건강과 사회적 자본을 증진시키고 통합적인 사회를 만들기 위해 불평등 감소를 핵심 목표로 삼아야 한다.

최재천 교수는 ‘호모 사피엔스’는 결코 그 어원처럼 영리하지 않았다고 말한다. 자연을 잘 이용해 만물의 영장 자리에 오르기는 했지만 무차별적인 세계화, 국가간 빈부격차, 환경 오염 등으로 위기를 자초했다는 것이다. 그는 인류는 이제 ‘호모 심비우스’ 즉 ‘더불어 사는 인간’으로 거듭나야 한다고 말한다. 자연한테서 공생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는 자연계가 수차례 멸절 위기를 겪었음에도 다양성을 회복한 것은 ‘니치’, 곧 자기만의 독특한 공간을 갖고 공존해왔기 때문이라 말한다. 지구의 생물 중량 중 으뜸인 것은 식물, 개체수에서 가장 성공한 것은 곤충인데, 이는 움직일 수 없는 식물을 대신해 곤충이 꽃가루를 날라주고 그 대가로 꿀을 얻으며 공생해왔기 때문이라고 한다.

 



보기에 따라 다소 불편한 내용도 있다. 마틴 데일리와 마고 윌슨은 <신데렐라>, <콩쥐팥쥐> 등 전세계에 분포하는 아동학대 설화가 단순한 ‘괴담’이 아니라고 말한다. 의붓부모와 함께 사는 아이들이 학대받거나 죽임을 당할 확률이 친부모와 사는 경우보다 백배 이상 높은 통계를 들고 이는 자신의 유전자를 더 많이 확산시키기 위한 무의식적 행동의 결과라고 해석한다. 지은이들은 현실이 그러함에도 사회적 통합을 구실로 진실이 숨겨지고 있다면서 이혼과 재혼율이 높아지는 상황을 고려해 이제는 문제를 직시해 해결책을 터놓고 이야기해야 한다고 말한다.(임종업 선임기자)

 

11. 12. 11.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