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들이 계속 쌓이다 보니 주기적으로 정리를 해둬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실천방안 중 하나가 '로쟈의 컬렉션'을 정기적으로 써두는 것인데, 가능하면 한 주에 한번씩은 '점검'을 해볼 참이다. 점검이란 게 그주에 혹은 2-3일간 입수한 책들과 안면을 터두는 일이다. 써야 할 원고가 산더미이긴 하지만 원고-기계도 아닌 이상 잠시 바람 쐬는 기분으로 몇자 적는다.   

그래봐야 몇 걸음 못간다는 생각이 드는데, 제일 먼저 꼽을 책이 데이비드 그레이버의 <부채 그 첫 5,000년>(부글북스, 2011)이다. 노파심에 덧붙이자면 '부채'란 제목에 끌린 게 아니다. 부채(대출)가 없는 건 아니지만, 그렇다고 '부채'란 말에 눈이 커지진 않는다. 신간검색을 하다가 무심결에 저자를 클릭해보니 이런, 데이비드 글레이버, 아는 저자다! <가치이론에 대한 인류학적 접근>(그린비, 2009)에 대해 서평을 쓴 적이 있으니 어찌 모르는 저자랴(그레이버는 자칭 '아나키스트 인류학자'다). 다시 보니 <부채>의 부제가 '인류학자가 다시 쓴 경제의 역사'다. 전작만큼 두툼한 책인데, 사실 아침에 책을 발견하고 바로 주문해 오후에 받았다(알라딘은 당일배송이 아니어서 교보에 주문했다. 어쩔 수 없게도). 일정과 분량 때문에 빨리 읽진 못하겠지만 재미있다면 이 또한 서평거리가 되지 않을까 싶다.   

<부채>에서 넘어가기 전에 곁가지로 덧붙이자면, 책을 펴낸 부글북스란 출판사가 흥미롭다. 대충 훑어보니 이제까지 내가 산 책이 세 권쯤 되는데, 모두 역자가 정명진 씨다. 바로 부글북스의 대표다. 중알일보 기자출신으로 출판기획자와 전문번역가로 활동한다고 나와 있는데, 자신의 출판사에서 내는 책 대부분을 직접 번역하고 있어서 이채롭다(이건 <정의의 역사>가 나왔을 때 이미 눈치를 챈 사실이지만). 이 정도면 출판계에서 드문 '원맨쇼'가 아닐까. 아니 '1인출판'의 말 그대로 최대치? 아무려나 눈 밝게도 <부채>같은 책을 찾아서 직접 옮기고 펴내준 데 감사의 뜻을 표하고 싶다. 독자로서는 말이다.   

 

<부채>와 같이 배송받은 책은 칸트의 <이성의 한계 안에서의 종교>(아카넷, 2011)다. 백종현 교수의 칸트 번역이 3대 비판서에 이어 '종교비판'에까지 이르렀다. 당장 눈에 보이진 않지만(다 어디에 둔 것일까?) 3대 비판서를 구입해놓은 김에 컬렉션 차원에서 마저 구입했다. 예전 번역본으로 이대출판부판을 갖고 있었는데, 1984년에 나온 것이니 이미 한 세대 전이다. 새 번역본을 '재정의 한계 안에서' 구입해 책장에 꽂아둘 만하다.    

어제부터 당일주문으로 받아보려고 애썼던 책은 대리언 리더의 <우리는 왜 우울할까>(동녘사이언스, 2011)이다. 개인적으론 반가운 일이지만 대리언 리더의 책이 계속 소개되고 있는데, 공저인 <우리는 왜 아플까>(동녘사이언스, 2011) 외에도 <여자에겐 보내지 않은 편지가 있다>(문학동네, 2010), <모나리자 훔치기>(새물결, 2010) 등이 그의 책이다(<모나리자 훔치기>는 저자가 '다리안 리더'로 표기돼 같이 검색되지 않는다).  

 

우울증에 관한 책으론 엘리자베스 워첼의 <프로작 네이션>(민음인, 2011)도 장바구니에 들어가 있는 신간이다. 내주에나 주문하게 되지 않을까 싶은데, 정신의학에 관심이 생겨서 어제는 <정신의학의 역사>(바다출판사, 2009)를 구입했다. 관련서들이 많지만 크리스토퍼 레인<만들어진 우울증>(한겨레출판, 2010)도 같이 읽어볼까 한다. 소장도서이긴 하지만 이 역시 어디에 있는지는 신만이 아실 듯싶다.   

오늘 배송받은 또 다른 책은 서경식의 <나의 서양음악 순례>(창비, 2011)이다. 추천사를 청탁받고 쓴 인연 때문에 편집자가 보내준 것인데 나는 이렇게 적었다.  

우리는 왜 음악에 빠지는가. 불가해한 여성과 같은 존재가 음악이라고 서경식은 말한다. 신분이 다른 연인 때문에 고통스러워하는 오페라 주인공처럼 그는 음악에 매혹되어 빨려들어간다. <나의 서양음악 순례>는 순례라기보다는 치열한 연애의 기록이다. 그 기록 또한 불가해한 마력을 품고 있어서 놀랍다. 음악에 대한 사랑은 치명적인 사랑인가보다!

내가 저자의 책으로 처음 읽은 게 <나의 서양미술 순례>(창비, 1992)였기 때문에(어즈버 20년 전이다!) <나의 서양음악 순례>에 추천사까지 쓰게 된 건 개인적으로 영광스럽다. 클래식 음악에 친숙하지 않은 독자라도 저자의 순례는 편안하면서도 흥미진진하게 따라가볼 수 있다. 나부터도 그랬는데, 그래서 '불가해한 마력'을 품고 있다고 적었다.  

음 그리고 또 둘러보니 건축 관련 책들이 있다. 폴 골드버거의 <건축은 왜 중요한가>(미메시스, 2011)는 건축 입문서가 되지 않을까 싶어 구입했다. 건축은 개인적으론 별로 관심을 두지 않은 분야라서 주섬주섬 사놓은 책들이 없진 않지만 열독해본 기억이 없다. <행복의 건축> 저자이기도 한 알랭 드 보통은 추천사에서 이렇게 적었다. "예술을 소개하는 수많은 책들이 있지만 건축의 세계를 알려주는 책은 드물다. 이 책은 그중 최고의 책이다." 국내서로는 김성홍 교수의 <길모퉁이 건축>(현암사, 2011)이 눈길을 끈다. 표지만 보고 고르는 건 아니지만 표지가 가장 마음에 드는 책 가운데 하나다.

우연찮게도 이야기가 부채에서 시작해서 건축으로 끝났다. 사실 한국인의 부채(대출) 대부분은 집(건축) 때문에 짊어진 것이니(나도 예외가 아니고) 어쩌면 필연인지도 모른다. 하다못해 널찍한 서재 공간이 있어서 방바닥에 책을 쌓아두지 않아도 된다면 이런 페이퍼는 쓰지 않을지도 모른다. 책들에 대한 대접이 소홀한 듯싶어서 인사치레로 적은 페이퍼이기도 하기에... 

11. 11. 19.  

P.S. 페이퍼를 쓴 다음에 배송받은 책은 미셀 옹프레의 <사회적 행복주의>(인간사랑, 2011)다. 옹프레의 '반철학사' 5권으로(전체 6권이다), 3권 <바로크의 자유사상가들>(인간사랑, 2011)과 4권 <계몽주의 시대의 급진철학자들>(인간사랑, 2010)에 이어지는 책이다. 앞으로 세 권 더 남은 셈. <사회적 행복주의>는 공리주의자들과 공상적 사회주의자들, 그리고 러시아의 아나키스트 바쿠닌까지를 다루고 있어서 특히나 관심을 끈다. 아마도 이 시리즈에서는 가장 먼저 읽게 될 듯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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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eandemian 2011-11-20 11:09   좋아요 0 | URL
뭔가 좋은 계획이라는 생각이 듭니다..제가 제대로 이해한지는 모르겠지만 로쟈의 책 중 로쟈의 책이라는 생각이..암튼 좋은 책들 소개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로쟈 2011-11-20 23:18   좋아요 0 | URL
소개라기보다는 개인적인 '책정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