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란 무엇인가> 열풍의 주인공 마이클 샌델 교수가 세계지식포럼 착석차 방한하여 박원순 서울시장 후보와 대담을 가졌다. 신작 <시장과 정의>(원제는 '돈으로 살 수 없는 것'이다)도 조만간 출간되는 듯싶은데, 11월까진 책이 나오면 좋겠다(12월에 그의 정의론에 대한 강의가 있기 때문이다). 돌이켜보니 (공저를 제외하면) 박원순 변호사의 책을 별로 읽은 게 없는데, 겸사겸사 몇권 골르며 대담 기사를 옮겨놓는다. 기사는 아직 교정이 덜 끝난 듯싶다...

    

매일경제(11. 10. 14) 박원순 - 마이클 샌델 교수 대담 전문

세계지식포럼에 참석한 마이클 샌델 하버드대 교수는 12일 저녁 서울시장선거에 나서는 박원순 무소속 후보와 함께 대담을 가졌다. 박원순 후보는 대담 전에 샌델 교수의 저서 '정의란 무엇인가'의 영어원본과 한글 번역본을 준비해 딸과 본인을 위해 싸인을 부탁했다. 그는 스위스 제네바에서 인권변호사가 되기 위해 공부하고 있는 딸에게 좋은 선물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샌델 교수는 딸이 자랑스럽겠다고 덕담을 했다. 박원순 후보는 정확한 의사 전달을 위해 한국말로 질문을 하고 답을 영어로 받았다. 샌델 교수는 한국의 행정가와 무소속 후보까지 다양한 이들과 만나 대화하는 것을 즐겼다. 다음은 인터뷰 전문. 

박=샌델 교수님께서 학문과 강의에 주제로 삼고 있는 정의는 제가 삶 속에서, 실천 속에서 늘 고민하는 주제입니다. 인권변호사로서 1980년대 독재정권에서도, 1990년대 이후 시민운동가로서 여러 활동을 할 때도 제 삶의 화두는 정의였습니다. 교수님과 저는 일했던 방식과 영역은 다르지만 같은 고민을 했다고 생각합니다. 교수님 책이 한국에서 100만권 이상 팔렸습니다. 미국에서는 어땠습니까? 다른 나라에서는 어땠나요? 한국에서 유래가 없는 일이었습니다. 저도 수십 권 책을 냈습니다만 1만 권 이상 팔기는 어려웠습니다. 



샌델=이렇게 많은 책이 팔렸다니 정말 놀랐습니다. 책을 쓸 당시만 해도 한국에서, 미국에서, 그리고 다른 나라에서 이런 뜨거운 반응을 얻게 될 지 몰랐습니다. 철학책으로 이런 반응은 정말 상상도 못했습니다. 저는 이 책이 반영하는 것이 정의와 관련한 문제를 다루는 더 나은, 더 깊은 공적인 논의(public discussion)를 향한 갈망(hunger) 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반응은 책 만으로는 이끌어 낼 수 없습니다. 저는 이 책이 미국과 한국 두 사회에서 정의 문제에 대해서 더욱 진지하면서도 성찰적으로 논의하길 원하는 기대에 부응하기를 바랍니다.

박=저도 지금 우리 사회에 샌델 교수님 책이 많이 팔린 것은 그만큼 정의에 대한 갈망이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합니다. 왜냐하면 한국 사회가 부동산 투기와 위장전입, 재벌의 편법 승계, 논문 표절, 빈부 격차 등 오히려 정의가 현실 속에서는 이뤄지지 못한 것에 대한, 그래서 더욱 정의를 갈망하는 현상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럼에도 바람직한 것은 이런 정의에 대한 갈증은 무엇이 구체적으로 정의인가 하는 것들을 찾아보고자 하는 시민들의 구체적인 행동의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저는 이것은 좋은 시민의 증거라고 생각합니다. 교수님 책을 보면 좋은 시민(good citizen)이란 표현이 있습니다. 구체적으로 좋은 시민은 어떤 것입니까? 저도 오랫동안 시민운동을 하면서 좋은 시민은 방관하지 않고 늘 참여하는, 구체적으로 공적 의사결정에 참여하는 사람이라 생각합니다. 교수님께서 생각하시는 좋은 시민의 요소는 무엇입니까?

샌델= 저도 좋은 시민이 되기 위해 적극적 참여가 요구된다는 의견에 동의합니다. 좋은 시민에는 2가지 측면이 있다고 봅니다. 하나는 시민들이 책임감을 갖고 공적인 일에 대한 지식을 갖춰야 한다는 것입니다. 신문을 읽고, 뉴스를 따라가고, 주변 세상에 대한 정보로 무장하고 효과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준비하는 것입니다. 또 다른 하나는 공공선을 향한 관심입니다. ('미국의 민주주의'를 쓴) 프랑스 작가 알렉시스 토크빌은 1830년대에 미국을 방문하고 말했습니다. 그는 미국인들이 지역 공동체(local community)에 참여하기 시작하면서 시민이 되는 법과 자치 개념을 깨달았다는 것입니다. 이것이 미국인들에게 습관처럼 된 것입니다. 그는 이를 '마음의 습관(habits of the heart)'라고 일컬었습니다. 그것은 공공선을 위해 배려하는 것을 배운다는 의미였습니다. 개인의 삶과 가족들에 뿐만 아니라 더 큰 공동체에 책임을 지는 것을 의미합니다. 저는 토크빌이 마음의 습관, 시민의 덕(civic virtue) 배양을 강조한 것이 옳다고 생각합니다. 두번째 시민의 자질에서 나오는 교훈은 매우 중요하다고 봅니다. 시민의 덕을 기르고 공공선에 관한 관심을 환기시키는 일은 매우 어려운 과제입니다. 이것은 일생 동안 배양되어야(cultivating) 하는 특질입니다. 우리는 애초에 시민의 자질을 갖추고 태어나지 않습니다. 우리는 행동함으로써 배웁니다(learning by doing). 그래서 참여가 중요한 것입니다. 좋은 사회는 시민이 적극적으로 참여의 미덕을 배우고 공공선을 배려할 줄 아는 사회라고 생각합니다. 동의하나요? 



박=이 말씀에 굉장한 안도감이 듭니다. 시민들의 참여, 훌륭한 시민이 결코 하늘에서 낳아지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배양될 수 있다고 하는 점이죠. 특히 우리 한국 사회는 군사 독재 하에서 개인의 역할이니 참여, 책임이라는 것이 전무했습니다. 제가 해온 시민운동은 황무지에서 경작하는 일이었죠. 미국도 이런 과정을 거쳐서 시민들 속에서 배양됐다는 점에서 안도합니다. 이런 과정에서 시민사회의 리더, 활동가로서 굉장히 힘든 점도 많습니다. 왜냐하면 기존의 의식과 관념을 깨고 시민들에게 역량을 강화해야(empowerment) 하니까. 그런 것이 미국의 경우와 한국은 조금 다를 수 있는 것 같습니다. 군사 독재, 전근대적 제도와 의식 하에서 힘들었는데. 미국의 시민 정신과 한국의 시민정신을 비교한다면 어떤 차이가 있을까요?

샌델= 저는 한국 사회와 공적 생활에 대해 이제 막 알기 시작한 사람으로서 말씀 드립니다. 이번이 3번째 방문입니다. 2005년에 처음 와서 철학 강의를 했습니다. 그리고 작년에 '정의란 무엇인가'가 발간됐을 때 왔습니다. 저는 전문가가 아니고 지금 한국과 정치를 배우는 단계입니다. 방문객으로서 이런 인상을 받았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한국은 단기간에 눈부신 경제성장을 성취하고 이제 경제성장이나 국내총생산(GDP)를 넘어서는 가치들에 대해 공적으로 토론하고 논의하기 시작했다는 사실이 매우 인상 깊었습니다. 지난 몇 년간 공정사회의 의미에 대한 논의가 시작됐습니다. 각 정당들은 공정함에 대해, 어떻게 정책에 반영할 것인가에 대해 서로 다른 정치적 견해를 갖고 있습니다. 공정함이 뭔지, 정의가 뭔지, 그리고 그런 생각들이 어떻게 정책에 반영돼야 할 지에 관해 진정한 토론이 있던 것입니다. 그래서 어떤 측면에서는 다른 국가들도 한국 사례에서 배울 것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제 느낌으로 한국인들은 시장이 경제 성장을 위해 가치 있는 수단이지만 시장 그 자체는 정의를 소득과 부를 어떻게 분배하는 것이 공정한 것인지 정의할 수 없다는 점을 인식하기 시작했다는 겁니다. 이는 우리가 시민으로서 토론해야 할 정치적 질문들입니다. 한국은 그런 논의를 시작했습니다. 불평등 문제에 대해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할지 논의하기 시작했다는 겁니다. 불평등은 경제성장의 부산물로서 나타났고, 사회가 이문제를 어떻게 해결할지 도전과제를 던져줍니다. 방문객으로서 제가 한국에서 보고 있는 것들이 앞으로 매우 중요하게 다뤄질 공적인 논의의 시작이라고 생각합니다. 정의의 의미와 공정함의 의미, 불평등을 해결하는 방식들이 우리 사회가 직면하는 가장 중요한 문제들이라고 봅니다.

박= 샌델 교수님은 한국사회에서도 시장에서의 정의, 공정성 문제가 시장 자체가 아니라 시민들에 의해서 다뤄져야 하고 동시에 불평등 문제도 토론을 통해 좀 더 진전될 수 있다는 말씀을 하셨는데 사실은 이런 것들이 보다 공식적 영역, 특히 정치권에서 다뤄져서 시장에서의 정의를 좀더 강화하고 불평등을 시정하는 정책들이 실시돼야 하는데 사실 유감스럽게도 정치권 영역, 관료사회에서 이런 것이 시민들이 바라는 만큼 안 되는 것이 현실인 것 같아요. 여러 가지 과거의 후진적 요소들이 그대로 드러나고 있는 상황에서 제가 시민사회에서 시민운동을 통해서 하는 일들이 한계에 봉착하고 그래서 제가 (시민운동의) 경계를 넘어가서 시장이 되겠다고 출마를 하게 됐는데, 시민사회의 활동이 시민들의 새로운 요구에 따라 정치권으로 이동하는 것을 제 자신의 얘기지만 어떻게 보시는지 묻고 싶습니다

샌델= 시민사회 혹은 시민운동과 정치 사이에 아주 밀접한 연결고리가 있다고 봅니다. 이 둘은 서로 겹치는 영역입니다. 당신은 한 영역에서 다른 영역으로 이동하고 있죠. 어떤 이들은 평생을 시민사회에 헌신합니다. 시민사회와 운동은 그 자체로서 완전하고 중요하죠. 그러나 정치권에서 정해지는 일은 엄청난 영향을 시민사회에 미친다는 것 역시 사실입니다. 건전한 민주주의는 강한 시민사회가 있고, 그 사회는 에너지와 적극주의를 정치권에 제공할 수 있습니다. 때때로 시민사회는 활약하는 사람들은 시민 활동을 추구하고 정치권에 있는 이들은 정부의 일을 맡죠. 그러나 때때로 당신의 경우처럼 양쪽간 연결될 수도 있죠. 제 생각엔 당신이 갖고 있는 시민사회의 경험이 당신이 지금 선거 운동을 하는 과정에서 하는 일에 영향을 미칠 것입니다. 그리고 선거운동이 성공적이라면 당신은 이미 기존에 했던 일들이 서울시장직을 수행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발견할 것입니다.

박= 사실 미국의 랄프 네이더는 이분도 환경운동을 하다가 녹색당 대표로 미국 대선에 나갔는데 그분은 대통령 당선이 목적이 아니라 자신의 활동 이념을 미국시민들에게 알리는 기회로 활용했는데 제 욕심은 사실 그보다 조금 더 넘어서는 겁니다. 상징적인 의미 보다 현실적으로 시장이 되는 것을 꿈꾸고 있거든요. 또 사실 많은 시민들이 현재 여당 대표만큼의 지지를 보내고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이것이 우리나라 정당정치나 대의민주주의가 너무 실망스럽게 시민들에게 다가왔기 때문에 일어난 현상이라고 봅니다. 사실은 저도 기본적으로 정당정치가 정상이 되고 정당인이 정당끼리 경쟁을 통해서 선거가 이뤄지면 좋은데 우리 사회가 그런 비정상적인 사회에서 제가 균열음을 내면서 하나의 경고와 더불어서 하나의 대안적 흐름을 타고 있다고 봅니다. 미국에서는 무소속 후보가 당선 가능성이 거론될 정도로 큰 지지를 받을 수는 없다고 생각하는데 어떻게 생각하는지요. 미국도 정당정치에 대한 불만이 있게 마련이고 시민사회가 이에 대해 어떻게 반응하는지 궁금합니다.

샌델= 사실입니다. 무소속 후보가 당선되는 것은 미국 정치 제도에서는 아주 어렵습니다. 특히 대선에는 무소속 후보가 당선되기 힘듭니다. 정당정치가 고안된 형태 때문에 대선에서 지금까지 무소속 후보가 당선된 적이 없었습니다. 미국 역사상 가장 강력한 무소속 후보는 공화당 출신 (26대) 대통령인 테드 루즈벨트였습니다. 그는 퇴임후 무소속 후보로 대선에 나왔었죠. (당선은 되지 않았습니다) 미국 정치 구조에서는 무소속 후보가 당선되기가 어렵습니다. 한국의 정치상황은 다르다고 봅니다. 한국의 정치제도가 어떻게 운영되고 그 결과가 어떻게 될 지 큰 관심을 두고 지켜보겠습니다. 질문에 답하자면 미국에도 양당 정치의 대안에 대해 논의가 있었습니다. 많은 민주주의 사회에는 정치에 대한 좌절과 실망이 있었습니다. 주요 정당들은 자주 시민들에게 가장 중요한 문제를 해결하는 데 실패합니다. 기존 정당에 대한 좌절이 전세계 시민들, 유권자들로 하여금 새로운 창의적인 대안을 모색하게 만드는 현 상황은 아주 흥미롭습니다. 각 사회들은 이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기존 정당 정치에서 신뢰를 되찾기 위해 노력하거나 기존 체제를 무너뜨리고 대안을 찾으려고 하고 있습니다. 



박= 한국에서도 흔한 일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대중의 좌절 속에서 예건대 뉴욕이나 런던의 대규모 시위는 대중의 좌절을 반영한다 봅니다. 한국에도 대규모 시위가 있었지만, 정치적 영역에서도 조직화된 힘으로 나타나면 정당들에 큰 영향을 주고 새로운 대안적 정치 흐름을 만들어내는 데, 지켜볼 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서울에는 1000만명이 거주하고 2000만명이 일하고 있습니다. 만약에 제가 서울의 시장이 된다면, 참 많은 이해관계자들의 충돌도 있고 수많은 사건사고가 있을 텐데요. 저는 샌델 교수님이 말씀하셨던 정말 정의롭고 공정한 도시, 지방정부가 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럴 경우 이 거대 도시를 제가 시장으로서 역할을 하는 과정에서 어떻게 하면 공정함과 정의를 증진시킬 수 있을지 조언을 주신다면요.

샌델= 제가 조언을 드릴 만한 자격이 될 지 모르겠네요. 왜냐하면 아까 말씀드린대로 저는 방문자 입장이고 한국과 서울의 문제들을 막 배우기 시작했기 때문이죠. 정책에 관해 구체적으로 조언할 만큼 제가 충분한 지식을 갖췄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저는 거대 도시가 번영하려면 경제성장과 환경보호 사이에서 균형을 찾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리고 취약층과 중산층을 모두 포함하는 시민이 경제적 배경에 상관없이 제대로 된 삶을 살 수 있는 기회를 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불평등이 고조되는 시점에서 이런 것들이 주요 대도시들이 마주하고 있는 어려운 과제입니다. 불평등을 줄이는 데 많은 다른 방법들이 있겠죠. 경제성장과 경제력을 지키는 것과 함께 건강, 교육, 복지, 환경문제는 모든 도시에 중요합니다. 어떤 정책이 서울에 적절할 지는 방문객인 저는 충분한 지식이 없습니다. 하지만 관심을 갖고 지켜보며 서울이 이런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는지 볼 겁니다. 왜냐하면 세계의 주요 도시들이 비슷한 문제에 직면해 있습니다. 제 생각에는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효과적인 시민들 참여를 독려하고 유지하는 것이 공통적으로 요구됩니다. 흥미로운 과제로 지켜볼 것은 당신이 당선된다면 당신이 시민사회 경험을 바탕으로 효율적으로 시민들의 참여를 이끌어 낼 수 있는가라고 생각합니다. 창의적인 방법으로 시민들의 참여를 이끌어낼 수 있을 지 여부가 건강과 교육, 복지, 경제성장 등의 현실적인 문제를 다루는 데 있어서 대단히 흥미로운 과제일 것입니다. 앞서 언급한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주요 도시들은 시민들을 움직이는 방법을 서로 서로에게 배울 수 있다고 봅니다.

박= 켄 리빙스턴 런던 시장도 무소속으로 당선됐다.

샌델= 그럼'런던시티즌스(London Citizens)'이란 시민운동 단체를 아시나요? 그들은 경제적인 약자들을 포함해서 시민들의 능력(civic capacity)을 증진시키려고 노력합니다.

박=네, 저는 런던의 시민단체들과 좋은 관계를 맺고 있습니다. 많이 배우고 협업하고 있습니다.

샌델= 그 단체 공동체 조직가들과 만난 적이 있습니다. 커뮤니티 주민들과 함께 살면서 다른 문화와 배경을 가진 사람들과 함께 공공선을 위해, 경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같이 일합니다.

박= 한국에서 이른바 보편적 복지에 관한 논쟁들이 심화되고 있는데 그 동안은 성장우선 정책을 정치인들이 택했습니다. 우선 파이를 키우고 배분적 정의를 실현할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시민들 요구가 점점 커지면서 지금은 성장 못지 않게 배분을 당장 해야 한다는 요구가 정치권 논쟁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배분적 정의가 따라가지 않으면 성장의 한계로 작용할 것입니다. 오히려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서도 배분적 정의의 실현이 필요하다고 보는데 교수님은 어떻게 생각하나요. 지금은 이것이 한국에서 큰 분수령적인 논쟁입니다. 아시아노믹스 강의와 관련해 경제성장과 별개로 채워야 할 정의가 있다면. 또 도시 경쟁력 측면에서 특히 서울이 가졌으면 좋을 만한 매력 요소는 어떤 것일까요?

샌델= 마지막 질문에서 서울이 경쟁력을 가지려면 경제 성장과 공정성(형평성) 사이에서 균형을 유지하는 것이 어떻게 가능한지 좋은 사례를 보여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종종 이 두가지가 서로 상충해야 한다고 여기지만 저는 반드시 그들이 상충해야만 한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이것은 첫번째 질문으로 이어지는데요. 경제성장이 특정 단계에 도달했을 때 대도시나 국가 경제가 성장하기 위해서는 모든 시민의 능력과 기술이 충분히 발휘되야 합니다. 몇몇은 뒤쳐질 수 밖에 없습니다. 왜냐하면 가난한 경제적 배경 때문입니다. 그들의 능력을 포함시키지 않는다면, 그들이 양질의 교육을 받지 못한다면 그들이 공정함의 혜택을 누리지 못하는 것은 차치하고라도 도시 전체로서 모든 가능성을 실현하지는 못할 것입니다. 그래서 특정 단계에서 혜택을 덜 받은 사람들에게 교육 기회를 제공하고 그들을 사회 안에서 끌어안는 것이 그들만의 공정성 문제일 뿐 아니라 공공선을 위해, 미래 도시와 사회의 발전을 위해 필요한 것입니다. 누구를 낙오시키는 것이 아니라 모든 시민들의 능력을 개발하도록 하는 사회가 궁극적으로 더 강한 사회를 만들것이라고 생각한다. 경제성장과 공공선, 공정성은 함께 갈 수 있고 모든 시민들의 능력이 이에 함께 기여할 것입니다. 앞으로 한국에서 벌어질 일들에 큰 관심을 갖고 지켜보겠습니다.

박= 교수님의 마지막 말씀이 아주 감동적입니다. 모든 이들이 그들의 삶과 사회 속에서 잠재력을 발휘하고 능력을 실현할 수 있게 한다는 점은 훌륭한 생각입니다. 교수님의 말씀을 기억하겠습니다.

샌델= 이런 대담을 나누게 되어 기쁩니다.

박= 제가 서울시장이 되면 제 실험과 구상(design)이 발전되는 것에 대해 알려드리겠습니다. 

11. 10.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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