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기 영연방권 최고의 작품으로 꼽히는 살만 루슈디의 <한밤의 아이들>(문학동네, 2011)이 출간됐다. 그런 이유만으로도 '이주의 문학서'로 충분히 꼽을 만하다.   

  

한국일보(11. 09. 03) 환상·현실 넘나들며 풀어낸 인도 현대사

인도 현대사를 역동적으로 펼쳐내는 <한밤의 아이들>은 20세기 영연방권 최고의 작품으로 손꼽히는 소설이다. 인도 출신의 살만 루슈디(64)가 1981년에 출간한 이 소설은 그 해 영연방에서 가장 권위있는 문학상인 부커상을 받았고, 1993년에는 부커상 제정 25년간 최고의 작품으로, 2008년에는 부커상 제정 40년간 최고의 작품으로 선정됐다. 역대 부커상 수상작 중에서 계속 최고의 자리를 지키고 있다는 얘기다. 1989년 국내에 번역 출간됐으나 절판된 것을 이번에 다시 번역해 냈다. 



소설은 1947년 인도가 독립하는 하던 날인 8월 15일 0시 정각에 태어나서 신생 독립국 인도의 운명과 함께 하게 된 살림 시나이의 서른 해를 그린 작품. 신화와 역사, 환상과 현실을 넘나들 며 지극적 개인적 시각에서 인도 현대사를 풀어내는데, 이 작품만큼 현대 인도에 대해 폭 넓고 역동적인 서사를 들려주는 소설은 없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소설은 서른 살인 살림이 매일 밤 자서전을 쓰는 과정에서 '천일야화'의 세헤라자드처럼 연인인 파드마에게 이야기를 들려주는 형식으로 구성돼 있다. 인도가 독립하던 날 0시에서 1시 사이에 태어난 아이들은 살림을 포함해 1,001명으로 '한밤의 아이들'로 불린다. 이들은 텔레파시, 보는 이의 눈을 멀게 하는 미모, 시간 여행을 하거나 성별을 마음대로 바꾸는 능력 등 신비로운 능력을 가졌는데 그들만의 의회를 조직해서 인도의 미래를 열기로 기획하지만 서로간의 갈등으로 계획은 무산된다. 이후 살림은 인도-파키스탄 전쟁으로 가족을 모두 잃고, 동-서 파키스탄 전쟁에 참전하며 인디라 간디가 선포한 비상사태 중에 강제로 정관수술을 받는 등 현대사의 굴곡을 겪게 된다. 이야기를 듣는 파드마는 독자를 대신해 믿을 수 없는 이야기에 의심을 나타내거나 역사적 사실을 점검하고 이야기가 진행되도록 독려하는 역할을 한다. 



루슈디는 다양한 인도 신화를 활용하고 기발한 언어 유희로 이야기를 풀어가면서 무거운 역사적 사건을 때로 코믹하고 재기발랄한 방식으로 해석한다. 예컨대 인도-파키스탄 전쟁의 숨은 의도는 살림과 '한밤의 아이들'의 능력을 지구표면에서 지워버리기 위한 것이었다는 식이다. 이런 식의 서술은 이후 인도에서 '루슈디의 아이들'이란 신진 작가군을 만들어내기도 했다.(송용창기자) 

11. 09. 03. 

 

P.S. 루슈디의 또다른 대표작 <악마의 시>(문학세계사)도 오랫동안 품절상태였다가 작년에 다시 나왔다. 이번 가을엔 루슈디를 독서목록에 올려놓아도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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