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사와 세계경제사로 분류되는 책 두 권도 지난주 관심도서인데, 하나는 어제 배송받은 기디언 래치먼의 <불안의 시대>(아카이브, 2011)이고, 다른 하나는 장바구니에 넣어둔 대니얼 앨트먼의 <10년후 미래>(청림출판, 2011)이다. 저자들은 각각 파이낸셜타인스의 칼럼니스트와 뉴욕타임스의 논설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이 '오피니언 리더'들이 지난 30년과 앞으로 10년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 참고해볼 수 있겠다.    

한국일보(11. 05. 21) 경쟁과 분열의 제로섬 시대 윈윈의 시대로 돌아가려면…

2008년 9월의 글로벌 금융위기는 국제 질서에 어떤 영향을 끼쳤을까. 영국 파이낸셜타임스 외교 문제 칼럼니스트 기디언 래치먼은 <불안의 시대>에서 금융위기를 계기로 세계가 국가 간 협력을 강조하는 윈윈 게임에서 경쟁과 분열이 지배하는 제로섬 게임의 시대로 들어섰다고 주장한다.

저자는 지난 30년간의 세계 역사를 전환의 시대(1978~91년), 낙관의 시대(91~2008년), 불안의 시대(2008~현재)로 나누어 살펴보면서 자신의 논리를 전개한다. 78년부터 이야기를 풀어 나가는 것은 그해 12월 덩샤오핑(鄧小平)이 결정한 중국의 개혁개방을 강대국들의 세계화의 출발점으로 보기 때문이다.

전환의 시대에는 자유시장과 민주화를 향한 움직임이 세계적 추세였다. 중국의 개방뿐만 아니라 레이건과 대처가 주도한 미국과 영국의 급진적 경제 개혁, 유럽의 단일시장 출범, 라틴아메리카의 개방, 인도의 개혁 등이 이 시대에 일어났다. 또 80년대에는 라틴아메리카와 한국, 동유럽 공산권 등 16개국에서 민주화 바람이 불었다. 91년 겨울 구 소련이 사라지고 미국이 세계 유일 초강대국으로 남으면서 전환의 시대는 끝났다.

낙관의 시대는 세계 어느 국가도 미국에 맞설 수 없을 정도로 미국의 힘이 강력했던 시기다. 주요 강대국들이 민주주의와 자유시장이라는 비전을 공유해 국제 갈등의 가능성이 줄어든 윈윈의 시대였다. 저자는 프랜시스 후쿠야마, 앨런 그린스펀 등의 인물들을 통해 이 시대의 사상을 보여 준다. 또 미국이 아시아, 유럽 국가들과 민주주의, 시장, 민주적 평화, 기술력에 대한 믿음 등을 어느 정도 공유하고 있었는가를 설명함으로써 주요 강대국이 왜 세계화를 수용했는지, 그리고 윈윈 시대가 어떻게 창출됐는지를 설명한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는 국제정치가 위험하고 불안정해진 불안의 시대다. 이 시대에 제로섬 논리가 횡행하게 된 것은 낙관의 시대를 지탱했던 민주주의 자유시장 기술혁명 등에 대한 믿음이 흔들리고, 국제 질서를 개편하는 새로운 요인이 등장했기 때문이다. 저자는 특히 중국과 미국 간의 새로운 라이벌 관계로 인해 세계가 한 나라의 이익이 다른 나라의 손실을 의미하는 제로섬 논리에 빠져들고 있다고 지적한다.

불안의 시대에 등장한 기후변화 경제불균형 같은 새로운 글로벌 문제의 특징, 이러한 문제를 다루기 위해 주요20개국(G20) 유엔 기후회담 등을 무대로 나타난 글로벌 거버넌스 추진 움직임, 미국과 중국 간의 군사적 경제적 경쟁 심화가 세계 문제 해결이 걸림돌이 되는 이유 등에 대해 자세히 설명한다.

제로섬 논리를 극복하고 윈윈의 세계로 되돌아가기 위해서는 낙관의 시대의 특징들을 복원해야 한다는 것이 저자의 결론이다. 미국의 입장에 치우친 감이 있지만 지난 30년간 시대별로 주요 사건과 인물들을 잘 포착해 세계 정치, 경제의 흐름을 일목요연하게 이해할 수 있게 해 준다.(남경욱기자)   

한국경제(11. 05. 21) "EU가 붕괴된다고"…세계가 직면하게 될 12가지 경제변화

중국은 다시 가난한 나라로 돌아간다. 유럽연합(EU)은 붕괴한다. 뉴욕타임스 최연소 논설위원인 대니얼 앨트먼 뉴욕대 교수는 이러한 일들이 불과 10년 후에 일어날 것이라고 말한다. 그는 《10년 후 미래》에서 세계가 앞으로 직면하게 될 12가지 경제변화를 분석한다. 앨트먼 교수는 "세계 경제의 운명은 단기적 시장 변화가 아니라 보다 심층적 요인에 의해 결정된다"고 주장한다. 지정학적 위치,정치제도,인구 등 '딥 팩터'들을 고려해야 경제의 미래를 예측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저자는 이러한 딥 팩터 분석을 통해 중국의 경제 전성기가 머지않아 막을 내릴 것이라 전망한다. 중앙집권적 정부체제와 유교문화는 중국 경제를 경직시키는 대표적 요인이다. 강력한 정부 통제는 산업을 일정 수준까지 끌어올릴 수 있지만 그만큼 기업 활동의 자유를 빼앗고 있다는 것이다. 세계은행이 조사한 '기업 환경평가보고서'에서 중국은 183개 국가 중 151위를 기록했다. 기업하기 힘든 나라에서 지속적인 성장을 기대하기란 어렵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중국이 빠르게 늙어가는 국가라는 점도 근거로 든다. 1979년 이후 시행한 '한 자녀 정책'의 영향으로 노동할 수 있는 젊은 인구의 비율은 점점 줄어들고 있다. 일본과 유럽 등 선진국들 또한 비슷한 문제를 겪고 있지만 미국의 취업연령 인구는 비교적 적게 줄어드는 것으로 조사됐다. 근로자의 낮은 생산성과 법제도의 불투명성도 쉽게 해결할 수 없는 문제다. 따라서 인구 증가율과 생산성이 더 높은 미국에 세계 최대 경제대국의 타이틀이 다시 돌아간다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그는 "세계경제사에서 중국의 시대는 강력하지만 짧게 기록될 것"이라고 말한다.

EU의 미래에 대해서도 비관적 전망을 내놓는다. 서로 다른 경제성장의 한계 때문에 재정위기를 계기로 이미 회원국 사이에 분열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저자는 미국 남북전쟁을 예로 들어 "정치 · 경제제도의 통합은 쉽지 않은 일"이라며 "EU는 결국 불가피하게 다시 분열할 것"이라고 내다본다. 그는 독일 네덜란드 등 북서유럽 국가들끼리 금융과 상업적 연대가 강화되는 반면 다른 국가들은 점차 소외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저자는 한국어판 서문에서 "한국은 지금 외부 세계에 경제를 개방할 것인지 아니면 폐쇄적인 상태로 남아있을 것인지를 결정해야 할 시기"라며 "한국은 중국의 미래를 예측할 수 있는 예고편이기 때문에 세계가 주목할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그는 일본경제의 몰락을 예로 들며 인구 감소를 감안해 이민자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이고 젊은 인재들이 아이디어와 혁신을 최대한 이끌어낼 수 있도록 경직된 위계질서를 타파하라고 조언한다.(최만수기자) 

11. 05.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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