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 지망생이 많아지면서 소설작법 책들도 드물지 않게 출간되고 있는데, 최신간은 윌리엄 케인의 <거장처럼 써라>(이론과실천, 2011)이다. 서점에서 볼 때는 대충 그렇고 그런 조언들을 담은 책처럼 보였지만, 리뷰기사를 읽으니 생각보단 재미있는 책 같다. 21명의 거장이 너무 많다 싶지만, 여하튼 발자크부터 스티븐 킹까지 21명의 거장들에게 '1일 과외'를 받는다고 생각하면 은근히 흥분되는 일일 수도 있다.

  

한겨레(11. 03. 05) 거장들의 가르침이 한가득

누군들 거장처럼 쓰고 싶지 않으랴. ‘거장처럼 써라’는 명령이 생뚱맞다. 미국의 영문학자이자 작가인 윌리엄 케인의 책 <거장처럼 써라>(김민수 옮김, 이론과실천 펴냄) 얘기다. 오노레 드 발자크에서 스티븐 킹까지 21명의 문학 거장들이 지은이의 초대에 응해 글쓰기 지도에 나선다. 



지은이가 우선 강조하는 것은 모방의 중요성이다. 지은이는 오늘날 문학 창작 교실에서 독창성을 과도하게 강조하는 나머지 선행 작품들을 흉내내는 것을 금기로 삼다시피 하는 데에 이의를 제기한다. 모방은 가능할 뿐만 아니라 가장 바람직한 훈련법이라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모방하는 동안 거장의 문체를 구성하는 요소들이 자연스레 내 문체 속으로 흡수되어 노래처럼 부드러운 작품이 탄생할 것이다.” 물론 모방은 어디까지나 수단일 뿐, 최종 목표가 될 수는 없다. “맹목적인 모방이나 베끼기, 표절은 우리의 목표가 아니다. 모방은 위대한 작가보다 나아지고 마침내 그를 뛰어넘기 위한 노력으로 이어져야 한다.” 



그렇다면 가령 작가 지망생이 발자크에게서 배울 것은 무엇일까. ‘가능한 한 많이 쓰라’는 것이다. 수다한 작가 지망생들이 공감하겠거니와, “소설을 쓸 때 가장 큰 어려움 중의 하나는 바로 초고를 완성하는 일이다.” 그러니 발자크한테서 배워라. 발자크는 믿기 어려울 정도로 많은 양을 썼을 뿐만 아니라, 하나의 작품을 완성하기까지 지치지도 않고 몇 번이고 고쳐 쓰기를 되풀이했다. 발자크처럼 용감하게 일단 시작하라, 그리고 여러 번 고쳐라. “많이 쓸수록 잘 쓰게 되는 것은 명백한 진리다.” 



<채털리 부인의 사랑> <아들과 연인>의 작가 로렌스가 가르치는 것도 발자크의 가르침과 비슷하다. 사람들 사이의 관계에 관심이 많았던 그는 소설을 쓸 때도 줄거리가 정해지지 않은 상태에서 인물들만으로 우선 시작하고 보았다. 그가 새로운 소설을 구상하면서 친구에게 보낸 편지의 한 대목은 이러하다. “줄거리는 아무래도 좋아. 난 줄거리를 따라가는 게 지루해. 일단 두 쌍의 연인들을 가지고 시작해봐야겠어.” 



헤밍웨이는 ‘하드보일드’라는 독자적인 문체를 구축한 작가로 잘 알려져 있다. 형용사와 부사를 최대한 배제하고 쉼표를 생략하며 접속사로 이어지는 복문을 지양한 그의 단순명료한 문체는 기자 경력과 무관하지 않다. 곁가지라 할 요소들을 가능한 한 걷어내고 명사와 동사를 위주로 한 뼈다귀만을 남겨 놓은 결과 표현은 정확해지고 극적인 효과는 배가되었다. 헤밍웨이는 또한 페이지의 전체적인 형태에 신경을 쓴 작가였다. “그는 빼곡하게 글이 들어찬 문단을 싫어했다. 그래서 문단이 옆으로 퍼지면서 뚱뚱해진다 싶으면 슬쩍 대화를 끼워 넣어 여백을 만들었다.” 독자들의 시각적 즐거움을 배려한 것이다. “오로지 상상으로만 만들어낸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는 쓰지 마라”는 것 역시 헤밍웨이의 가르침이다. 허구적 인물을 만들 때에는 자신이 알고 있는 두 사람 이상의 인물이 지닌 특징을 한데 버무리라는 것.

이밖에도 미스터리와 서스펜스를 활용하라(디킨스), 장면 전환 때 주인공의 감정 변화를 보태라(도스토옙스키), 악인의 내면에 선한 면모를 섞어 넣어라(오웰), 주인공 특유의 목소리를 확보하라(샐린저), 운율과 두운을 활용해 시적 효과를 높여라(멜빌) 같은 깨알 같은 가르침이 책에는 가득하다. 자, 거장들의 가르침을 들어 보지 않겠는가.(최재봉기자) 

11. 03. 06. 

 

P.S. 작가들의 글쓰기 가이드로 가장 널리 알려진 건 스티븐 킹의 <유혹하는 글쓰기>(김영사, 2002)일 듯싶은데, 데이비드 로지의 <소설의 기교>(역락, 2010)도 교본이 될 만한 책이다. 소설의 각 단계별로 모범이 될 만한 예시들을 제시해준다. 그리고 말 그대로 교재형 책은 제임스 스콧 벨의 <소설쓰기의 모든 것>(다른, 2010). '플롯과 구조'를 다룬 1부만 나와 있는데, 몇 부까지 가는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실전형'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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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3-07 10:19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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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3-07 10:3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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