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간행물윤리위원회에서 펴내는 월간 <책&>(391호)에 실은 주제별 도서소개 코너를 옮겨놓는다. 매달 한 가지 주제를 골라 관련서 몇 권에 대한 소개를 간단히 적는 코너다. 이번달 주제는 '중국'이었다. 관련서가 쏟아지고 있기에 중국이란 주제를 함부로 말할 건 아니지만 <중국이 세계를 지배하면>(부키, 2010)이나 <왜 중국은 서구를 위협할 수 없나>(에쎄, 2011) 같은 책은 필독 목록에 포함되지 않나 싶다.  

 

책&(11년 2월호) 펀펀한 독서+인터넷 서평꾼 '로쟈'의 주제별 도서소개

얼마전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과 오바마 미국 대통령 간의 정상회담은 21세기의 패권이 주요 2개국(G2)에 있음을 대내외에 과시했다. 탈냉전 이후 등장했던 미국 독주의 ‘팍스아메리카 시대’가 종언을 고하고 바야흐로 ‘차이메리카 시대’가 도래했다는 평가도 나왔다. ‘차이메리카(China+America)’는 영국의 역사학자 니알 퍼거슨이 만들어낸 합성어다. 중국과 미국이 합치면 지구전체 면적의 13%, 인구의 4분의 1, GDP의 3분의 1을 차지하는 거대한 경제세력이 된다고 한다. 냉전시대 서로 대립했던 두 나라가 과연 상호협력과 공동번영의 새로운 시대를 열어갈 것인가. 아니면 그러한 외교적 수사 너머에서 환율과 무역, 원가 등을 둘러싼 본격적인 ‘중미전쟁’이 벌어질 것인가. 과연 그들은 적인가 친구인가. 한반도의 운명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는 문제라 관심을 갖지 않을 수 없다. 당연한 일인지도 모르겠지만, 경제대국뿐만 아니라 세계정치의 대국으로도 급부상하고 있는 중국을 어떻게 볼 것인가에 대해서 합의된 의견은 없는 듯하다. 조금 곤혹스럽지만 오히려 정반대의 의견들이 제시돼 있다.  

마틴 자크의 <중국이 세계를 지배하면>(부키, 2010)은 제목 그대로 미국을 포함한 서구 패권의 시대가 끝나고 ‘중국이 지배하는 시대’가 도래할 것이라고 선언한다. 물론 근대 이후 세계의 패권은 여러 차례 이동해왔기에 한 국가에서 다른 국가로 헤게모니가 이동한다는 사실 자체가 놀라운 것은 아니다. 하지만 문제는 중국이 서구 국가들과는 지리적으로 다른 좌표축에 놓여 있을 뿐만 아니라 그와 다른 문명과 역사를 갖고 있다는 점이다. 미국에서 중국으로의 주도권 이동이 영국에서 미국으로의 패권 이동과는 다른 양상을 띨 뿐만 아니라 서구 사회에 불안감을 불러일으키는 이유다.  

저자는 중국의 부상으로 서구식 보편주의는 더 이상 척도로 기능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다. 중국의 급속한 성장은 중국식 모델, 중국식 근대화가 따로 존재한다는 것을 입증하며, 이것을 서구식 잣대로만 해석하고 평가하는 식으로는 지금의 중국을 이해할 수도 없다는 것이다. 중국은 과연 무엇이 다른가. 저자는 특히 중국의 정치 제도의 특수성을 지목한다. 서구 국가들이 국민국가라면 중국은 문명국가라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또 서구에서는 인민주권 사상이 정치의 핵심인 반면에 중국에서 인민주권은 국가주권으로 대체되었다. 제국주의의 위협과 내부의 정치전통이 결합한 결과 탄생한 것이 국민주권과 국가주권을 중심으로 중국이었다. 그리고 중국의 경제 도약은 이러한 특수성을 배경으로 한다. 따라서 서구식 민주주의라는 단일한 척도로 중국을 재단하고 판단하는 것은 지나치게 편협한 서구 중심적 시각이라는 것이 저자의 입장이다. 이제 대세가 중국이라는 사실을 인정한다면 미국은 너무 추한 모습을 보이지 말아야 한다는 게 그의 충고다.  



반면에 에드워드 스타인펠드의 <왜 중국은 서구를 위협할 수 없나>(에쎄, 2011)는 전혀 다른 방향에서 중국을 바라본다. 저자가 보기에 사회주의 중국은 전체주의 체제의 국가였으며 1978년부터 추진된 덩샤오핑의 ‘개혁개방’ 정책조차도 이러한 기본 성격을 바꾸지 못했다. 그에 따르면 혁명이라고도 부를 만한 진정한 변화는 텐안먼 사태 이후 1990년대에 일어났다. ‘중국의 자본주의 도입’이 그러한 변화의 출처다. 그 이후 중국은 과거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달라졌으며 1989년 이전에는 상상할 수도 없었던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결코 중국식 모델의 성공 사례를 보여주는 것이 아니다. 왜냐하면 자본주의 세계체제에 합류하면서 중국이 내보이는 행보는 서구의 모습에 가까워지려는 것이기 때문이다. 즉 중국은 자국 전통의 특수성을 내세우려는 것이 아니라 원래와는 다른 모습의 국가가 되려고 한다. 그리고 중국의 빠른 경제 성장은 중국이 서구의 규칙을 수용하고 그에 따라 게임을 하면서 가능해졌다. 중국의 이러한 변화는 미국과 서구 국가들에게 결코 불리한 것이 아니라는 게 저자의 시각이다. 오히려 자본주의 중국이 점차 ‘서구화’되면서 중국의 정치적 특수성으로서 독재주의도 자연스레 쇠퇴할 것이라는 게 그의 전망이기도 하다. 두 중국 전문가가 내보이는 이러한 상반된 시각 중 어느 쪽이 현실에 더 부합할는지는 좀 더 지켜볼 일이지만, 공정하게 판단하려면 중국 내부의 시각도 참고해볼 필요가 있겠다.   

중국 지식인들과의 대담을 담은 <중국의 내일을 묻다>(삼성경제연구소, 2010)가 유익해 보이는 이유다. 인상적인 건 중국 공산당의 전략가였던 정비젠 교수가 내세우는 ‘화평굴기’론이 다. 화평굴기란 대국굴기와는 달리 주변국을 위협하지 않으면서 더불어 화목하게 번영하는 것을 지향한다는 전략으로 21세기 중반까지 중국이 추구해나갈 방향이라 한다. 이를 구체화한 후 주석의 방미 일성이 “양국의 장기적이고 건강한 발전은 양국은 물론 세계 평화와 발전에도 유리하다”였다. 과연 중국은 미국과는 다른 규칙으로 세계를 지배할 것인가? 

11. 02.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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