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주 관심도서 중 하나는 미국의 법학자 앨런 더쇼비츠의 <선제공격>(바이북스, 2010)이다. 이미 주문해놓은 책이기도 한데, 무엇보다도 미국 최고 수준의 법학자가 '선제공격'이란 걸 어떻게 정당화하는지가 관심거리. 의외로 언론리뷰에선 관심권 밖으로 밀려난 듯한데, 예외적인 기사가 있어서 스크랩해놓는다.     

동아일보(10. 10. 09) 잠재적 테러주의자 체포 법적으로 과연 정당한가 

최근 유럽의 도시들은 알카에다의 테러 위협에 시달리고 있다. 프랑스에서 테러가 발생한다면 파리의 에펠탑, 노트르담 성당 등에 대한 공격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이런 위협에 직면한 프랑스 경찰은 최근 마르세유, 아비뇽, 보르도 등에서 알카에다와 연계된 것으로 의심되는 10여 명을 체포했다. 여기에서 법적으로 따져봐야 할 문제가 발생한다. 테러 예방 차원에서 이들을 체포, 구금하는 것이 정당한가라는 문제다. 저자는 이 같은 테러 대책을 ‘선제(preemptive) 공격’의 일종으로 본다. “테러 계획이 있었는지 그 사실이 밝혀질 때까지 특정 용의자를 예방 차원에서 일정 기간 구금하는 것을 지지하겠는가”라고 그는 묻는다.

미국 하버드 로스쿨 역사상 최연소 교수 발탁 기록의 주인공인 저자는 세계사에 나타나는 ‘선제공격’의 예를 든다. 1967년 이스라엘의 공격으로 시작된 이스라엘과 아랍 국가 간의 ‘6일 전쟁’이 그 하나다. 두 차례의 중동전쟁 이후 이스라엘은 아랍 게릴라의 근거지가 된 시리아에 먼저 대규모 공격을 감행했다. 적군의 공격이 임박했다는 판단에 따라 자국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선제적으로 공격했다는 게 이스라엘의 주장이었다.

9·11테러를 당한 미국이 2003년 이라크에 공격을 가한 것과, 알카에다를 노리고 아프가니스탄에서 전쟁을 벌이고 있는 것 역시 테러를 막기 위한 선제적 공격으로 볼 수 있다. 이 책은 1981년 이라크의 핵무기 원자로에 대한 이스라엘의 공격을 또 다른 선제공격의 예로 들었다. 이 사례들에서도 쟁점은 이 같은 선제공격이 과연 정당성을 인정받을 수 있는가라는 점이다. 저자에 따르면 6일전쟁 때는 전 세계가 대부분 이스라엘이 취한 선제공격의 필요성을 인정했다. 그러나 이라크 핵 원자로에 대한 공격에는 비난이 쏟아졌다.

여기서 보듯 선제공격의 정당성에 대한 판단은 그때그때 상황에 따라 달라진다. 국제사회는 경우에 따라 예방적 차원의 선제공격을 비난한다. 하지만 제1차 세계대전 이후 독일의 재무장을 막지 못한 유럽 국가들에 대해선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못했다며 책임을 물었다. 법률가인 저자가 이 같은 사실들에서 이끌어내는 핵심 주장은 “각 나라가 이런 예방적 또는 선제적인 행위를 지배할 만한 협의된 법률 체계를 갖추고 있지 않으며 논의를 전개시킬 생각도 하지 않고 있다”는 사실이다. 위협이 닥치면 필요에 따라 대처할 게 아니라 합의된 법률적 근거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테러의 위협이 일상화되고, 아동 성폭력 같은 강력 범죄가 더욱 기승을 부리는 오늘날 이 같은 저자의 문제 제기는 진지하게 논의할 가치를 갖는다. 그러나 선제공격의 정당성을 지나치게 강조하는 점, 그 결과 강대국 편에 기운 채 논리가 전개되는 점은 눈에 걸린다. 이 책을 번역 출간한 출판사도 이런 사실을 의식한 듯 국내 법학자의 ‘반론’을 부록으로 실었다. 반론에서 원혜욱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타인을 침해하는 행위는 엄격한 요건에서만 정당화될 수 있으며 ‘예방’을 이유로 정당화될 수는 없다. 국가 간에 정당방위를 이유로 선제공격이 이뤄진다면 상대국의 수많은 시민은 생명을 잃거나 부상을 당하게 될 것이다. 따라서 개인 간의 관계에서보다 국가 간의 관계에서는 정당화될 수 있는 공격을 더욱 엄격하게 해석해야 할 것이다”라고 말했다.(금동근 기자) 

10. 10. 09.  

P.S. 아마도 '로스쿨 관련서'로 묶어야 할 듯싶은데, 더쇼비츠의 책은 절판되긴 했지만 <최고의 변론>(이미지박스, 2006)이 출간된 바 있고, <미래의 법률가에게>(미래인, 2008)도 그의 책이다. <하버드, 철학을 인터뷰하다>(돌베개, 2010)에는 그의 인터뷰가 실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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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ai 2010-10-09 16:27   좋아요 0 | URL
기사 마지막 문단이 눈에 띄네요. 관계자-_-에게서 이 시리즈 전반에 나름의 색깔이 있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습니다. 그 색깔이 원색일지 무채색일지는 시리즈가 더 나와보면 밝혀지겠네요.

로쟈 2010-10-10 09:19   좋아요 0 | URL
네, 이 시리즈는 딱 1년에 한권씩만 책이 나오네요...

2010-10-09 22:0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10-10 09:21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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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0-10 09:44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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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0-10 00:19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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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0-10 09:2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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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0-10 13:58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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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0-12 08:47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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