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목할 만한 신간이 여럿 출간된 가운데, 문학쪽으로 '이주의 책'이라고 할 만한 것은 단연 러시아 작가 베네딕트 예로페예프의 <모스크바발 페투슈키행 열차>(을유문화사, 2010)이다. 러시아 포스트모더니즘의 '전설'로 회자되는 작품인데, "일프와 페트로프 이후 최고의 러시아 희극'이란 평도 듣는다(하지만 나도 대학원 다닐 때까지만 해도 작가와 작품에 대해 들어보지 못했었다). 작품명은 '모스크바-페투슈키'인데, 우리식으로 '서울-부산'(서울발 부산행) 같은 경우다. 러시아어판이 어디에 두었는지 찾지 못해 아직 읽어보지 못했는데, 올가을 기차여행은 '모스크바발 페투슈키행열차'를 타보는 걸로 정해야겠다. 소개기사를 옮겨놓는다.  

  

경향신문(10. 10. 02) 술 한 잔, 또 한 잔… 러시아 민초들과 ‘술의 대화’

소설의 내용은 주인공이 모스크바에서 페투슈키까지 가는 두 시간 남짓의 기차여행이 전부다. 각 장의 제목은 모스크바를 출발해 페투슈키에 도착하기까지 실제로 통과하는 44개의 역 이름이다.

작품은 줄곧 취기로 가득 차 있다. 전화 케이블공인 주인공은 직장에서 쫓겨난 상태다. 술 마시는 것 외에 근무시간에 할 일이 없는 사회주의적 권태에 빠져 있던 중, 동료들의 낮 시간 알코올 소비량을 집계한 그래프를 만들었고, 이것이 실수로 상부에 전달된 탓이다.

이후 그는 애인과 어린 아들이 사는 페투슈키에 가기로 결심한다. 페투슈키는 사실상 평범한 도시일 뿐이지만, 흐물대는 주인공의 의식 속에선 새들이 지저귀길 그치지 않고 재스민 꽃이 시들지 않는 ‘다른 세계’로 그려진다.

주인공은 내내 취한 상태다. 기차에 탄 그는 미리 준비한 각종 술들을 꺼내 마신다. 그러는 동안 다양한 러시아의 민중들이 그에게 다가와 함께 술을 마시며 온갖 담론을 나눈다. 후반부에 이를수록 주인공은 만취 상태에 이르고, 이야기는 점점 더 맥락 없이 난해해진다. 성서와 관련한 상징이 많은데, 역주만 50여쪽에 이른다. 모호하고 혼란스러운 이야기는 다양한 해석을 가능케 한다.

20세기 소비에트 문학의 고전으로 평가받는 작품이다. 1970년 당시 지하출판돼 반향을 일으켰고, 국내에는 처음 번역됐다. 작가의 이력이 특이하다. 그는 짐꾼, 석공, 난방공 등을 전전하며 17년간 신분증도 없이 소비에트 연방 전역을 떠돌며 살았다고 한다.(이로사기자) 

10. 10. 02.  

P.S. 베네딕트 예로페예프와 <모스크바-페투슈키>에 바쳐진 영화도 감상해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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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체호프의 언론인을 위한 코스 메뉴
    from 로쟈의 저공비행 2010-11-21 11:38 
    한겨레21의 '예술가가 사랑한 술' 코너에서 '체호프의 보드카'가 다뤄졌기에 스크랩해놓는다. 지난 봄에 주가한국의 기사에서 다뤄진 것과 같은 아이템이다. 다시 읽어봐도 재미있다.      한겨레21(10. 11. 19) 체호프의 언론인을 위한 코스 메뉴  춥다. 유독 추위를 많이 타기도 하지만 올가을은 남다르게 춥다. 옷장 구석에 묻혀 있던 코트는 옷장 문을 열었을 때 손이 닿기 쉬운 곳으로 자리를 옮겼
 
 
2010-10-02 01:02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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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0-02 09:28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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