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전쟁'이란 제목 때문에 조금이라도 낭만적인 걸 기대한다면 큰 오산인 책이 노벨 평화상 후보로도 지목되는 반핵운동가와 우주 문제 전문가가 합작해 쓴 <하늘전쟁>(알마, 2010)이다. 부제는 '우주에서의 군비경쟁'. 제목도 '우주전쟁'이었다면 의미가 조금 더 분명할 뻔했다. 물론 이 전쟁은 지구인 대 외계인의 전쟁 따위가 아니라 지상에서의 군비경쟁이 그대로 우주(하늘)에까지 옮겨간 것일 뿐이다. 이 또한 '핵전쟁'이나 '기후위기' '금융위기' '양극화' 등과 함께 21세기 묵시록의 한 구성소라 할 만하다. 이대로는 왜 안되는지를 우리에게 말해주는. 1957년 소련이 처음으로 인공위성을 쏘아올린 후 불과 50년만의 일이다(원저는 2007년에 출간됐다). 물론 우주전쟁을 '선도'하고 있는 나라는 미국이다. 어째 하는 짓이 다 그런지.

  

두 저자의 '여는 글'을 읽다 보니 그들의 경각심이 전달된다(답답하고 안타깝고 한심하고 두려운). 나도 뭔가 '전달'해야 할 듯싶어서 한 대목씩 옮겨놓는다. 

"오늘날 미국이 우주의 무기화를 추진하는 이 시기에 나는 50년 전에 생각했던 질문들을 다시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우리가 이미 지상과 해상, 상공을 무장했던 것처럼 우주에도 무기를 배치할 것인가? 우리는 이 신세계에서 전쟁을 향한 길을 걷고 있는가? 이 책은 이 질문들이 제기하는 도덕적, 정치적 문제들을 생각해보려는 일종의 시도다. 우주의 군사화가 세계의 안보를 강화할 것인가? 우주를 무기화할 필요가 있는가? 결론에서 우리는 우주의 군사화가 세계를 지금보다 더 큰 위험에 빠뜨릴 걸고 주장한다. 우리의 안보는 우주 무기가 없을 때보다 있을 때 훨씬 더 위험해질 것이다. 왜냐하면 우주에 무기를 배치하는 것은 분명 우주에서 군비경쟁이 벌어지게 만들며, 어쩌면 가공할 전쟁을 촉발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만약 이와 같은'스타워즈'를 피하고 싶다면 지금 행동에 나서야 한다. 하늘에 무기를 보내지 말고 그것을 평화적 목적으로 사용하며 항상 그랬던 것처럼 앞으로도 위안과 경이의 대상으로 남겨놓아야 한다."(크레이그 아이젠드래스) 

 

"1999년, 나는 미 공군 조종사이자 전 공화당원이었던 브루스 개그넌의 초청을 받아 플로리다에서 열린 한 모임에 참석했는데, 모임의 주제는 우주의 무기화였다.(...) 나는 또한 과도하게 찬양을 받고 있는 미사일방어체제가 무기화된 우주 공간과밀접하게 통합되고, 모든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가 똑같은 회사들에 의해 생산되며, 전부 합쳐 수천억 달러의 비용을 미국 납세자들에게 청구할 것이라는 것을 알았다. 그 모임에서 집으로 돌아오는 동안 나는 몸도 제대로 가눌 수 없었다. 그리고 미국통합우주군과 관련 기업들의 무모한 계획으로 재앙이 임박했다는 사실을 알리기 위해 다시 대중 홍보사업에 참여하기로 결심했다."(헬렌 캘디컷) 

그래도 절망스럽기만 한 것은 아니다. 두 저자의 '서문'은 이렇게 끝맺는다. 

민주주의 체제 하에서 권력은 지식과 열정을 갖춘 대중에게 있으며, 대중은 자신의 정치적 대리인으로 하여금 자기 자신과 자녀들을 위해 세상을 좀더 안전한 곳으로 만들도록 압력을 가할 수 있다. 이 책의 목표는 우주의 무기화가 초래할 엄청난 위험을 대중에게 알리는 데 있다. 이책은 대중의 의견을 자극하여 우주의 무기화를 중단시키고 인류의 협력과 공익을 위한 기반으로서 우주의 잠재력을 구현할 길을 모색한다. 우리가 오늘 행동해야만 내일 하늘의 전쟁을 막을 수 있다.(20쪽)

10. 07. 24.  

P.S. 참고로, 반핵운동가로서 활발한 저술활동을 하고 있는 헬렌 캘디컷(칼디코트)의 책은 <원자력은 아니다>(양문, 2007)도 출간돼 있다. 가장 최근에 나온 건 <당신이 지구를 사랑한다면>의 증보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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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7-25 11:54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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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7-25 12:04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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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7-25 11:5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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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7-25 12:0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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